유사역사학 사절



철수를 검토한 VOC (123-125) 아란타 풍설서



일본 상관에서 철수를 검토한 VOC


1801년, 런던에 있던 티칭이 친구인 탄바 후쿠치야마(丹波福知山) 번주, 쿠츠키 마사츠나(朽木昌綱)에게 보낸 개인 서신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쿠츠키 마사츠나는 일본 굴지의 네덜란드어 능력자였다. 이 편지도 네덜란드어로 쓰였다.


제가 중국에 체류하던 사이 유럽에서는 큰 전쟁이 발발하여, 저를 맞이하러 올 예정의 네덜란드 선박은 바타비아에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중국에서 바타비아로 돌아간 뒤, 저는 총독부에 의해 쇼군에게 사절로 보내질 예정이었습니다. 이에야스(家康)와 히데타다(秀忠)가 통항허가증(주인장朱印狀)으로 회사에게 허락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의 일본무역을 네덜란드 회사가 행할 수 있도록 청원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무역조건 완화를 얻어낼 수 없다면, 180년 동안이나 무역을 허락해온 쇼군의 후의에 감사 드리고, 일본무역에서는 이익보다 손실 쪽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하는 수 없이 일본에서 철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회사는 쇼군에게 선물을 헌상하고 일본에게 중요한 유럽의 사건을 알리기 위해 3년 마다 1척의 작은 배 만은 보내려고 한다고, 선언하게 되어있습니다. 


만일 통상관계를 파기하더라도,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을 3년에 1번 전하기 위해서라면 막부는 네덜란드인의 입국을 허가하리라는 것이 일본통 티칭의 견해였다. 물론, 일본에서 귀항 시 짐을 싣지 않은 채 빈 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무역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선박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씩이나 되면서 움직일 리 없다. (게다가 회사는 1799년에 이미 해산되었다). 그러니, 일본 측의 허가 여부를 따지는 이전의 안건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었다.

서명 거부로 보나 이 사안으로 보나 결국은 실현되지 않은 것이지만, 티칭이 풍설서에 실은 평가 및 기대가 컸음을 보여준다. 쇼군이 무역을 허가한 것은 네덜란드인이 가져온 정보(풍설서)를 하기 때문이라고, 티칭은 막부의 논리를 어떤 의미에서 맞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란무역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네덜란드가 가진 교섭용 무기로 풍설서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대일무역을 단념하고 철수하는 것을 수 차례나 진지하게 검토하였다. 일란무역은 규모가 작아지고, 이익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라는 결단을 선뜻 내릴 수 없었던 이유가 두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일본에는 상관의 방어를 위해 성벽을 짓는 등 무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18세기 말, 회사는 큰 채무를 떠안고 있었으나, 최대 원인은 군사비였다. 나가는 경비가 적다면, 이익이 아무리 오르지 않더라도 계속해나갈 수 있다. 일본에서는 나가사키 항에 들어오건 아니건 무장해제당하지만, 그만큼 네덜란드인의 안전은 쇼군이 완전히 보장해주었다. 그 덕분에 데지마 같이 무방비한 상관에서도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로, 네덜란드인은 일본 시장의 잠재적인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었고, 막부의 무역통제조차 없어진다면 이익이 오르리라고 믿고있던 것이다. 그 까닭에, 일본과 독점적인 관계를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네덜란드가 관계를 단절해버린다면 또다른 유럽 국가가 그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왜냐하면, 일본인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럽 국가를 적어도 하나는 필요로 하고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티칭은 풍설서를 협상패로 써서 무역제한을 완화받고자 한 것이다. 



출처: 松方冬子, オランダ風説書, (中公新書, 2010), pp. 1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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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3인칭관찰자 2020/03/13 20:00 # 답글

    국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풍설서가 일본 입장에서도 꼭 필요하리라는 걸 네덜란드인인 티칭이 감지하고 있었던 거군요. 이를 교섭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걸 보면....
  • 남중생 2020/03/14 00:14 #

    그렇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 입장에서 필요하리라고 인식했으면서도, 그걸 마치 VOC 입장에서 중요해서 3년에 1번 씩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돌려 말하는 것이 참 외교적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개인 서신에서, 그것도 이미 다 와해된 다음에 "그랬을 뻔 했다"고 전하는 이야기라서 어디까지 신뢰를 둬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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