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96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번안된 "울리불리" 인도차이나 ~Indochine~


17, 18세기 대만을 찾아온 바다 괴물들에 대한 추측은 바다사자거나 북방물개인데, 정확히 종을 좁혀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이니, 당분간 여기에 대해 쓸 거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관련해 써보고 싶었던 글감이 하나 남아있기는 하니까 번역 포스팅에 덧붙여보겠습니다.

앞서 대만에 "말머리 괴물"이 찾아온지 3년 뒤, 이번에 소를 닮은 괴물이 찾아옵니다. 

강희 51년 안평(安平)에 동물(物)이 있었다. 크기는 소와 같고, 키(高)는 5, 6척 돼지 같다. 긴 수염(鬚)이 있고 양쪽 귀는 대나무 깎은 것(竹批) 같았다. 이빨(齒牙)은 단단하고 날카롭고, 가죽은 물소(水牛)의 털과 같이 되어 광택 있기가 수달(獺)과 닮았다. 네 다리는 거북이(龜) 같았고 꼬리가 있었다. 토인(土人)이 다투어 그것을 포박하고 몽둥이로 때리니 소리 내어 울부짖었다. 사람 모두 놀라지 않은 자가 없었고, 또한 그 이름을 아는 자가 없었다.

"가죽은 물소(水牛)의 털과 같이 되어 광택 있기가 수달(獺)과 닮았다."


한편 대만에서도 자국의 "괴물" 및 "요괴"를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핫한 "괴물 백과" 류의 서적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대만의 괴물 백과를 보면 위 기사 중 털이 북실북실하고, (물)소를 닮았다는 묘사에 착안한 재현 그림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만의 괴물"이라는 소재는 비슷한 요괴 문화에 관심이 높은 한국 대중문화에 다시 소개되곤 합니다. ㅎㅎ 

▲ 이건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봉래소요회권(蓬萊小妖繪券) 중 "어우"의 그림입니다.

▲ 이건 2018년 한국에서 출간된 "타이완 기담보"에 소개된 어우의 그림입니다.
아마도 위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겠지요.

북실북실한 털... 소를 닮은 몸집... 뾰족한 이빨. 이런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군요.^^ 

소빙기 대만을 찾아온 해양 동물들이 이토록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되살아나는 것은 몹시 흥미롭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료 상의 동물 묘사 기록이 어떤 번역을 거쳐서 괴물의 형상으로 재탄생하는지도 흥미롭고요. 분명 18세기 대만 원주민들이 본 "물개과 동물"이 있었을텐데 그게 번역의 번역의 번역을 거쳐 "어우"라는 멋진 괴물이 되어 한국으로 온 것이지요.

이번에 번역할 글은 이런 이야기와 다소 연관이 있습니다. 
리암 켈리 교수님 블로그에서 "Translating" Wooly Bully in 1960s Southeast Asi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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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번안된 "울리불리"

"샘 더 샴 앤 더 파라오스(Sam the Sham and the Pharaohs)" 악단이 1965년 발표한 "울리불리"는 대히트 곡이었다.



그런데 그 가사는 아무말 대잔치였다. 1절은 다음과 같다.

"매티가 해티에게 들려줬어 / 자기가 본 것을 / 뿔 두 개가 삐죽삐죽 / 주둥이는 북실북실 / 울리 불리...

분명 가사 중에는 "이리 와서 춤을 배워봐(come and learn to dance)"라는 소절이 있고, 이 노래에 대한 위키피디아 항목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는) 춤에 대한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사만 봐서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로스 세레이소테아(Ros Sereysothea)가 이 노래의 음반을 냈을 때는 춤에 대한 노래라는 것을 가사를 통해 명확히 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 청춘남녀가 춤을 춘다 / 밤새도록 춤을 춘다 / 마음껏 춤을 추자 / 울리 불리..."

한편 싱가포르에서 리타 차오(Rita Chao)는 이 노래를 사랑 노래로 불렀다.


"나는 말할테야 / 내 마음 속엔 당신 뿐이란걸 / 우리가 함께 할 때면 / 인생은 아름다운걸 / 울리 불리..."

지난 10~20년 간 학계에선 종종 "번역"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의 번역 뿐만 아니라, 문화의 "번역" 또한 다뤄왔다. 

이 3곡을 듣다보면, 196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대중문화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들 "번역"은 모두 정확한 번역이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청년 문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본다면 이 청년 문화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차이에 따라 청년 문화가 각각의 외국 사회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도 알 수 있으리라.

"울리 불리, 울리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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