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전근대에서 종(種)을 추궁하면 안되는걸까? 그 나라의 이름은, 유리구슬

역사관심 님의 말머리 괴물 포스팅을 보고, 저도 최근에 쓴 일련의 글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을 정리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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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48년, 대만 섬을 찾아온 말머리 괴물 
- 부제: 전근대에서 종(種)을 추궁하면 안 되는 걸까?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에 걸쳐서 대만과 인근 유구 열도에는 원주민들 조차 본 적이 없는 "괴물"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물고기의 특성과 육지동물의 특성을 함께 지녔죠. 하지만 서로 다른 동물의 특성이 뒤섞여있다는 이유 만으로 이들이 괴물 취급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새로 나타난 동물들은 고래나 바다소(듀공)와 달리, 선주민이 기존에 알지 못한 종류였던 것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1680년에서 1744년까지 4차례의 괴물 목격 사례 중, 1680년의 첫번째 목격 사례는 말과 사자를 닮은 "갈기 달린 동물"로 묘사되는 반면에 나머지 셋은 몸 색깔이 검은 소와 돼지를 닮았다고 묘사됩니다. 저는 이 점에 착안해서, 첫번째 동물은 (물개에 비해 갈기가 눈에 띄는) 큰바다사자, 나머지는 (바다사자에 비해 색깔이 검은) 북방물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비교적인 특징을 가지고 확정지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동물들에 대한 목격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바다사자나 물개, 둘 중 하나라도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라면 한쪽에 비해 다른 한쪽이 어떻다고 명확히 인식하고 적었겠지만... 둘다 모르는 상태라면 바다사자의 몸통도 충분히 검다고 할 수 있고, 북방물개의 수컷도 갈기가 없는건 아니거든요...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본바다사자(강치), 북방물개, 남미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모두 크고 작은 갈기가 있다.

다만, 당시 이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돼지나 사자와 같은 동물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새로 본 동물들을 이런 익숙한 동물에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인간과 동물의 교류사를 이야기하는데 관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자면 17세기 오키나와 사람들은 (동시대 일본인들과 달리) 집돼지를 익숙히 알고 있었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본 동물을 "돼지"에 비유하는걸 보면 알 수 있지요.


한편, 사자에 빗대어진 말갈기 괴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희 48년(1680) 여름, 녹이문(鹿耳門)에서 큰 물고기(大魚)를 포획하였다. 형상은 말을 닮았고, 등에 갈기(鬃)가 있었다. 몸길이(長)는 3, 4장. 그 꼬리는 사자(獅)와 같았다. 배 밑에 네 개의 갈기(鬐)가 있어, 마치 네 다리(足)와 같았다고 한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볼 때 바다사자도, 물개도 "사자를 닮은 꼬리"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신체 부위가 말과 사자 같은 "갈기 동물"에 빗대어지는 걸 보면 아마 이 동물도 말이나 사자처럼 "갈기"가 달렸다느 점에 착안해서 그렇게 묘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딱 "꼬리"만 사자를 닮았다기 보단 갈기 달린 모습이 사자 같았다고 추측하는거죠.

여기서 저는 17세기 대만에 살던 사람들이 무엇을 "사자"와 닮았다고 인식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시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 사는 사자를 실제로 본 사람은 대만에 없었을테니, 아무래도 사자춤이나 사자상에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겠죠. 갈기라기보단 목이 뚱뚱한 "사자탈"의 모습 말입니다. 

그러니까 전근대의 목격자들은 "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나 같은 사자의 모습을 떠올릴거라는 가정으로 기록을 남겠지만, 라이언킹과 동물의 왕국의 세례를 받은 우리 현대인에게 "사자"를 닮은 괴물이라고 설명한다면 물개나 바다사자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괴물"들이 정확히 어떤 종이었을지는 결코 좁혀내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다만,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에 걸쳐, 대만과 인근의 유구열도에는 물개와 바다사자 같이 원래는 북방 찬 바다에만 살던 동물들이 찾아오곤 했다."

정도가 그나마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동아시아 소빙기의 풍경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전근대 기록에서 종(種)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는 오로지 물거품으로 끝나버리는 걸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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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백

  • 남중생 : 196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번안된 "울리불리" 2019-07-31 17:34:33 #

    ... 17, 18세기 대만을 찾아온 바다 괴물들에 대한 추측은 바다사자거나 북방물개인데, 정확히 종을 좁혀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이니, 당분간 여기에 대해 쓸 거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관련해 써보고 싶었던 글감이 하나 남아있기는 하니까 ... more

덧글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0 18:26 # 답글

    맥인을 tapir에 비유한 것과 비슷하군요.
    강치는 지금도 동해에 살고 있으니 예인을 강치에 비유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맥은 지금 동북아에 살지 않고 있으니...
    동북아에서 사라진 맥은 상상의 동물로 전환된 후 맥인에 비유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http://qindex.info/i.php?f=852
  • 남중생 2019/07/20 18:38 #

    걸어다니는거 설명하려던거는 어떻게 됐어요?
    그리고 예인 강치에 비유 안 했어요.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0 21:08 #

    전근대에서 종을 엄격하게 추궁하기는 힘들죠.
    그나저나 요즘 토착왜구들이 준동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토착왜구의 역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http://qindex.info/i.php?f=5999
  • 남중생 2019/07/20 22:48 #

    종을 추궁하기 힘들다면서요?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1 05:13 #

    걸어다닌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건가요?
    원문을 정확히 읽어야지요.
    http://qindex.info/i.php?f=852
  • 남중생 2019/07/21 11:12 #

    걸어다닌다는 말은 적혀있고.
    저는 그 부분을 여러번 지적했고.
    열심히 도망다니다가 며칠 전에 바다표범이 어떻고 바다사자가 어떻다면서요.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1 11:25 #

    어디에 적혀 있죠?
    입행은 서서 다닌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강치의 행동과 모순되지 않죠.
    강치의 짖는 소리도 아이의 소리라고 표현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준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1 11:30 #

    강치 이야기가 나오니까 독도가 생각나고 독도를 한일공동수역에 집어넣은 김대중협정이 생각나는군요. 토왜재인을 압박해서 김대중협정을 개정하게 해야 합니다. 독도에서 예인들이 자유롭게 서서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http://qindex.info/i.php?f=1018
  • 남중생 2019/07/21 11:56 #

    그럼, 서서 뛰어...다니나요?
  • 한일군사정보협정파기 2019/07/21 12:49 #

    그럼 앉거나 누워서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습니까?
    입행이란 표현을 들어 강치가 아니라는 이유를 한번 들어봅시다.
  • 남중생 2019/07/21 14:12 #

    제 생각은 이러합니다.
    http://inuitshut.egloos.com/194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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