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왜 듀공이어야 했을까? 그 나라의 이름은, 유리구슬


왜 듀공이어야 했을까?

작년에 번역한 대만의 "엇갈린 시작". 저는 흥미로운 블로그라고 생각했는데, 그새 사라져있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원문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부연 포스팅을 하겠다고 말은 했으니 이어서 쓰겠습니다. 

앞 포스팅에서 다뤘듯이, "엇갈린 시작"은 카타오카 이와오의 대만풍속지의 해양 포유류 목격담을 인용하고는 있지만 다리가 달렸다는 묘사를 생략함으로써 이 동물들이 "듀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편집입니다.

그렇다면 "엇갈린 시작"의 글쓴이는 왜 이런 악마의 편집을 감행하면서까지 강치와 바다사자를 듀공이라고 주장해야 했을까요?

글쓴이는 언어적으로 대만어와 민남어, 그리고 유구어를 이야기합니다. 오키나와의 나고(名護) 시가 사실은 "듀공"이라는 뜻의 지명이며, 대만어의 남공(Namgong, 南戇)과 일맥상통한다고 합니다. 또한 대만의 지명(해옹굴, 일곤신, 곤도 등)도 모두 듀공을 암시한다고 하지요. 

한편, 대만의 역사적인 교류 상대는 복건인, 네덜란드인, 일본인 등 다양한 "해양 세력"이 언급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이야말로 압권인데...

대만인은 줄곧 스스로를 "고구맛둥이(蕃薯仔)"라고 불러왔다. 대만 섬을 한 덩이 "고구마"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공중에서 조감하면 바다에 "미인어"가 떠있는 모습이다. 해협을 등지고, 태평양을 향해 헤엄치고 있다. 이건 대륙에게는 엇갈린 시작이겠지만, 대만에게는 필연적인 일이다. 타이완은 바닷섬일 뿐더러, 태평양을 박차고 너른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그러니까 글쓴이는 중국(대륙)에 예속된 대만이 아닌 태평양 국가, 태평양 민족으로서 대만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해 "듀공"만큼 좋은 매개체도 없는 것이고요. (늬 집엔 이거 없지?) 

오스트로네시안 언어의 본고장인 대만이 "태평양 문화권"으로 정체화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역사를 보더라도 그렇고요. 하지만 기록에 없는 듀공을 억지로 짜맞춰서 만들어내서는 안 되겠죠... 대만섬의 지명과 형상에까지 듀공을 박아넣음으로써 (혹은 "발굴"해냄으로써) 대만을 해양적 성격의 국가/민족으로 재발견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핑백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