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부패냐 발효냐 그것이 문제로다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올해 4월달에 이런 일이 기사화되었지요. 이탈리아 당국에서 중국의 송화단을 "인류 식용에 부적합"하다며 몰수조치한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드린 논문, 이것은 내 몸이다: 뉴잉글랜드와 뉴프랑스 식민지에서 벌어진 성찬식과 식인 행위 (2016)에서 세바스코 교수님은 초기 아메리카의 인구집단들이 사실 그리 다르지 않은 식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유사성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려 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성찬과 식인이 한끝 차이이듯, 부패와 발효도 한끝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cipes Project 블로그에서 Carla Cevasco 교수님의 Rotten or Fermented?: Disgusting Cross-Cultural Foods in Early Americ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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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냐 발효냐 그것이 문제로다
- 초기 아메리카에서의 이문화 식품 혐오

칼라 세바스코



1764년 가을, 영국인 선교사 사무엘 커크랜드는 뉴욕 서부에 위치한 세네카 족 인디언 마을로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커크랜드는 한 세네카 가족에게 입양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관례를 따른 것이었다. 그 뒤로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고, 세네카 족 가족은 갈수록 부족해지는 식량을 커크랜드와 나눠먹었다. 1765년 초, 식량이 동떨어지자 커크랜드는 자신의 윗도리 한 벌을 가족이 아닌 인디언과 거래했다. 커크랜드는 그 거래를 통해 옥수수 가루떡 4개를 받았다. 너무나 배가 주렸던 나머지, 커크랜드는 가루떡을 "얼핏 보기에는 한 끼에 다 먹어치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첫번째 가루떡을 토해내었다. [1] 나머지 가루떡은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할 때까지 갖고있다가 자신을 입양한 가족의 조카들에게 내주었더니 이들은 거리낌없이 먹어치웠다. 커크랜드가 왜 옥수수 가루떡을 먹고 토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어쩌면 거래 당시 이미 곰팡이가 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커크랜드의 말대로 수개월에 걸쳐 기아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냈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예민해진 상태였을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확실한 것은 가루떡이 상하기 시작했음에도 세네카 족 아이들은 거리낌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세네카 부족은 커크랜드가 상했다고 여기는 다른 음식도 먹었다. 커크랜드의 형수는 구더기가 우글대는 곰 고기를 썰어서 식구들에게 나누어주면서 남편 테카나디(Tekânadie)에게 귓속말로 "백인 형제가 먹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2]

▲갈색 곰. 줄리우스 카이사르 이벳슨의 그림을 따른 제임스 투키의 에칭화, 1796. 
그림 출처: 런던 웰컴 도서관.

포로의 수기나 선교사의 기록을 보면, 영국인들이 썩었거나 상했다고 생각한 음식을 인디언들은 주기적으로 먹었고 배탈이 나지 않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물론,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에 따르면 음식이 상했다는 것은 "문화 특정적"이다. 한 문화에서 썩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은 다른 문화에서 먹기 좋은 발효 식품일 수 있다. 예컨대,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발효시킨 상어 요리인 하칼(hákarl)을 즐겨 먹는다. 반면에 안소니 부르댕은 같은 음식을 두고 "내가 입에 넣어본 것 중에 최악"이라고 불렀다. (명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필자는 "흑사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브레니빈Brennivin이라는 슈냅 술을 마셔본 적은 있다. 이 음료와 함께 하칼을 안주 삼아 먹어야하는 것인데, 술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독한 맛이 난다.) 발효가 문화 특정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디언들이 이 "썩은" 음식을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때에만 먹은 것인지, 아니면 발효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특정한 맛을 원해서 먹을 때도 있었는지는 다소 불분명하다.

1768년 2월, 모헤간 족 선교사 조셉 존슨은 (세네카 족의 동쪽에 위치한) 오네이다 족은 지난 가을에 잡은 "썩은 생선"을 보관해 "옥수수 가루 죽에 양념을 한다"고 했다. [3] 존슨은 이 풍습을 혐오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네이다 사람들은 발효시킨 생선의 맛을 즐겼다. "더 썩을수록 좋다고 그들은 말하는데, 더 많은 죽에 양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이 냄새 나는 조미료 덕분에 겨울 내내 뻔한 옥수수 식사를 하는데 색다름과 맛을 더할 수 있었다. 민츠도 주장하였듯이, 많은 민속문화에서는 칼로리 섭취의 대부분을 "핵심" 주식 곡물로 충당하고 영양가, 맛, 다양성은 조미료나 "곁들이" 음식으로 첨가한다. [5] 존슨과 영국인들이 부패를 본 곳에서 오네이다 사람들은 발효를 보았다. 

▲ 붉은 사슴(Red-Deer)의 암수 그리고 다마 사슴(Fallow-deer). 토마스 베윅의 그림을 따른 목판화. 
그림 출처: 런던 웰컴 도서관.

물론, 냉동 기술이 있기 이전*의 영국인들도 상한 고기를 먹었다. 레시피 책을 보면 기한이 지난 고기의 색깔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살림용 힌트로 가득하다. 한나 글라세의 조언에 따르면, 사슴 고기 덩이가 "악취가 나거나, 퀴퀴할 때" 물과 우유로 여러번 씻어내고, 그런 다음 "빻은 생강으로 전체를 문질러" 마르도록 매달아 놓는다. (10) 저베이스 마컴**도 상한 사슴 고기에 대한 대처법을 내놓았다. "농도 높은 함수(鹹水)"를 "독한 에일 맥주", 와인 식초, 소금과 함께 섞어서 끓이고, 온도를 식힌 뒤, 그 안에 하룻밤 동안 사슴고기를 재워놓는 것이다. (113) 그런 다음, 함수에서 고기를 꺼내서 "꾹 누르고", 굽기 전에 "설 끓이고, 후추와 소금을 쳐라"고 했다. 이처럼 고기가 상한 것을 되돌리거나 감추기 위해서 땅에 묻고, 끓이고, 씻어내고, 소금을 치는 과정은 인디언 요리에서도 비슷했다. 사무엘 커크랜드의 세네카 족 형수님은 부패한 곰 고기를 국으로 끓여서 "한 켠에 소금 반 스푼"과 함께 내놓았다. [6]

커크랜드의 수기를 발견한 이후로, 필자는 썩거나 발효된 음식에 대한 문화별 차이에 푹 빠져있다. 이러한 문화 특정성은 맛에만 기반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신체가 어떤 박테리아에 익숙해져 있는지에도 관련이 있으리라. 학자들이 이와 유사한 근세 시대의 문화간 접촉 사례를 찾아냈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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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muel Kirkland, The Journals of Samuel Kirkland, 18th-Century Missionary to the Iroquois, Government Agent, Father of Hamilton College, ed. Walter Pilkington (Clinton, New York: Hamilton College, 1980), 22.

[2] 상동, 30.

[3] Joseph Johnson to Eleazar Wheelock, February 10, 1768, The Letters of Eleazar Wheelock’s Indians, ed. James Dow McCallum (Brattleboro, VT: Stephen Daye Press, 1932), 128.

[4] 상동.

[5] Sidney Mintz, “The Anthropology of Food: Core and Fringe in Diet,” India International Centre Quarterly 12, no. 2, Food Culture (June 1985): 193-204.

[6] Kirkland, 수기, 30.

역주:
* 북미 영국 식민지에는 18세기 중반부터 냉동 기술과 아이스크림이 도입된다. 미국 초기 아이스크림 문화사 참조.
** 지난 글, 영국인 포로가 건네받은 미 원주민의 암죽에서 언급된 책 "영국 주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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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漁夫 2019/06/10 11:35 # 답글

    음식 선호는 "어릴 때 괜찮다고 등록한 것 아니면 다 피해라"가 기본이라 말하는 학자들이 있죠.
    나중에 괜찮은 걸 봐도 "일단 피하고 봐라"가 default setting이란 얘깁니다.
  • 남중생 2019/06/10 12:09 #

    입맛이 어린 시절에 자리잡는다는 말을 요즘 실감합니다.
    그런 만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맛의 음식을 먹이는 것도 좋은 교육일거라고 생각하고요!
  • 풍신 2019/06/10 14:51 # 답글

    솔직히 이탈리아의 저건 어느 정도 정치적인 것이라고 보지만요. 중국 돈 쳐먹는 이탈리아 정치가들 반대편 진영에서 중국 물건 아무거나 잡아서 태클 건 느낌이 더 강하다고 봅니다.
  • 남중생 2019/06/11 08:54 #

    그렇군요. 문화적인 차이를 구태여 강조하는 배후에는 분명 정치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냥이 2019/06/10 20:55 # 답글

    제가봐도 먹기가 조금 꺼림직한데 저런 것을 아예 본 적 없는 이탈리아에서 자기네법 들이밀며 압수 할 법하네요.

    (그리고 저 당시 인터뷰 혹은 입장 밝힌 중국인도 대응 좀 잘 못 한것 같은..."이탈리아 당국이 자기네한테 안 맞다고 우리네 식품 압류해갔다!!"라고 했으면 이후 어떻게 전개되었을려나...)
  • 남중생 2019/06/11 07:01 #

    음, 아예 본 적이 없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 정도로 꽉 막힌 세상은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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