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로마밥 이야기 (2) - 로마인은 (무슨) 쥐를 먹었나?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Recipes Project 블로그의 Wot's fer dinna luv? Yer favrit stuffed dormouse!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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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은 (무슨) 쥐를 먹었나?
토니 크리스티

대영박물관이 폼페이 전(展)을 새로 열면서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고전학자이자 스타 강사 메리 비어드는 영국의 각 신문에 이 전시에 대해 흥미로운 소개글을 기고하고있다. 더 썬(그 타블로이드지가 맞다)에 기고한 글에서 비어드는 로마인이 겨울잠쥐를 먹었다는 것을 언급한다. 로마인이 겨울잠쥐를 별미로 여겼다는 것을 처음 듣는 영국인은 대부분 녹갈색 겨울잠쥐(학명: Mucardinus avellanarius)를 떠올릴 것이다. 이 녀석은 주로 모자장수가 벌인 다과회에서 차 주전자에 담궈지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모자 장수의 다과회, 존 테니엘. 출처: 위키피디아.

영국의 겨울잠쥐는 일반적인 생쥐(Mus musculus)와 비슷한 크기지만, 갈색 털이 좀더 덥수룩하고 꼬리도 털이 부숭부숭하다. 가죽과 뼈를 제거하면 아무리 잘해도 예쁘장한 전채 요리(hors d'oeuvre)나 입맛 돋구기(amuse-bouche) 정도는 되겠지만 주 요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르는 점은 여러 종의 겨울잠쥐가 있다는 것이다. 

▲ 녹갈색 겨울잠쥐, (학명: Muscardinus avellanarius).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필자가 사는 남부 독일에는 지벤슐래퍼(Siebenschläfer, 학명: Glis glis)가 많다. 직역하자면 7인의 잠꾸러기라는 뜻의 지벤 슐래퍼는 연중 7달을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벤슐래퍼는 작은 잿빛 다람쥐 같이 생겼고 배에 회색과 흰색 줄무늬가 나있고, 아주 길고 아주 북실북실한 꼬리가 머리 위까지를 우산처럼 덮는다. 녀석들은 아주 귀엽고 안아주고 싶게 생겼지만 쓰다듬으려 하면 안 된다. 몹시 사나운 탓에 손을 물릴 것이다.

▲ 먹을 수 있는 겨울잠쥐 (학명: Glis glis) 출처: 위키피디아.

식용 겨울잠쥐는 집에서 기르는 글리스 글리스 종이다. 살찌우면 300그램까지 무게가 나간다.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사이에 쓰인 것으로 여겨지는 로마 시대 요리책 "아피키우스"에는 속을 채운 겨울잠쥐 요리가 실려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요리법은 아래와 같다. 

▲ 아피키우스. De opsoniis et condimentis (암스테르담: J. Waesbergios), 1709. 
마르틴 리스터 개인이 출판한 "아피키우스"의 제2판 속표지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Liber VIII: Tetrapus

 IX. Glires

 Glires: glires: isicio porcino, item pulpis ex omni membro glirium, trito cum pipere, nucleis, lasere, liquamine farcies glires, et sutos in tegula positos mittes in furnum aut farsos in clibano coque.


제 8 권: 네발짐승

9. 큰겨울잠쥐

큰겨울잠쥐는 잘게 다진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다. 이때 고기의 양을 잘 가늠하여 거기에 맞는 양의 후추, 잣, 라저, 리쿠아멘과 섞어 넣는다. 속을 채운 큰겨울잠쥐를 꿰매어 벽돌 위에 올려 오븐에 굽거나 휴대용 오븐에 굽는다.[1]

리쿠아멘은 가룸이라고도 불리는 발효 피시소스인데, 로마 시대 거의 모든 요리에 쓰인 양념으로 오늘날 소금과 대체로 같은 역할을 했다. 라저는 실피움이라고도 하는데, 현재는 멸종한 로마 시대의 향신료 또는 허브다. 아사포에티다(asafoetida)와 비슷했다고 추정된다.[2]

이 기회에 이색 요리로 애인을 놀라게 하고 싶다면 글리스 글리스 종 겨울잠쥐 몇 마리를 준비해 다진 고기를 채워넣는 건 어떨까?


토니 크리스티는 개인 연구를 하는 과학사학자다. 크리스티의 블로그, Renaissance Mathematicus에서는 대체로 수학이라는 학문과 근세 시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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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믿음 옮김. 데 레 코퀴나리아. 153쪽.
"이때 고기의 양을 잘 가늠하여" 부분이 게시글에는 "각 다리의 살도 모두 (돼지고기와) 함께"라고 되어있다. 이본을 참고한걸까? 

[2] 데 레 코퀴나리아 31쪽, 주석 42를 보면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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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nes 2019/04/22 11:43 # 삭제 답글

    궁금해 하시는 부분은 같은 문장을 다르게 해석한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조립방법에서 볼 수 있는 아피키우스의 설명방식으로 미루어 보아 item pulpis ex omni membro glirium 이 뒤쪽에 관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남중생 2019/04/23 18:29 #

    아하!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ines님께 직접 여쭤볼까 하고 있었어요^^
    “아사포에티다”는 저대로 표기해도 괜찮을까요? 번역하신 책에서는 (한자명) “아위”라고 옮기셨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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