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 On Yeti and Being Just (11) 예티와 인의예지!

11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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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이시진에게 인육은 중대한 사안이었다. 진장기는 인육을 취하는 것이 기력이 쇠하는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적었다. 진장기의 이러한 생각은 자신의 살을 요리해 부모님께 바치는 행위의 기적적 효험을 언급한 유불교의 유명 일화들과 함께, 사람 고기, 간, 담낭 등으로 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를 부추겼다. 이시진은 이를 불효막심한 짓이라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강하기 위해 명나라 태조가 이와 같은 할고(割股) 행위를 부적절하고, 예와 의에 어긋나며, 금지되어 마땅하다고 비난한 일화를 들었다. [63] 그리고 나서 이시진은 14세기 권위자 도종의(陶宗儀, 1360-1368년 경 활동)의 필기(筆記) 책에서 식인 행위에 대한 장황하고 외설적인 일화들을 옮겨놓았다. 도종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군인과 일반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육을 먹은 사례를 묘사하였다. 이 중에는 인육 육포도 있었는데, 어린 아이로 만든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하였다.

이시진이 보기에 위 사례들(뼈, 태반, 담낭, 살)은 서로 다른 층위의 윤리적 문제의식을 건드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시진이 문제 없다고 여긴 약용 인체 부위도 있었다. 이들 부위는 본초강목에 길고 상세한 해설이 붙었다. 인간의 체모(體毛) [64], 비듬, 귀지, 발톱, 치아는 모두 쓸 수 있는 재료였다. 신생아의 대변은 문신이 새겨진 범죄자의 얼굴에 문신을 지우는데 쓸 수 있었다. [65] 이시진은 (특히 사내아이의) 소변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40가지 이상 나열했다. 목이 마를 때, 두통을 치료할 때,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등이 있었다. 배에 갑자기 쥐가 났을 때에 즉효약을 제안했는데, 환자 위에 사람이 올라타서 환자의 배꼽에 대고 소변을 보면 된다. (나그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정신을 차리게 하는데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66] 

이시진은 벽석(癖石)도 실었는데, 무언가에 극히 집착했을 때 사람 몸 속에 생기는 일종의 결석이었다. [67] 이시진은 시신을 화장했는데 심장 만은 불타지 않은 사례들을 제시했다. 이후에 시신을 갈라보니 그 안에 각종 벽석(癖石)이 생겨있었다는 것이었다. 생전에 풍경화를 보는 것을 몹시 즐긴 부인의 몸 속에는 작은 풍경화가 들어있었고, 불교 승려의 심장 속에는 관음보살의 형상이 박혀있었다. 이것을 먹으면 몸 속에 덩어리 진 것을 녹일 수 있었다.

사람 피를 채취하는데 진장기가 제안한 방법은 살을 찔러 따뜻한 선혈을 그대로 마시는 것이었다. 이시진은 이러한 흡혈 방식을 용인하지 않았다. "처음 [선혈] 처방을 만든 자의 불인(不仁)함이 심하니, 그 후환이 없겠는가. 잔학한 병사나 잔혹한 도적들도 술을 마시듯 사람의 피를 마시니 이는 바로 하늘이 주륙할 인간들이므로 반드시 그 보복이 있을 것이니 책망할 필요는 없다." [68] 그러나 이시진은 자신이 인(仁)하다고 여긴 방식으로 채취한 인간 혈액은 복용할 수 있다고 용인하였다. 더욱이 생리혈이 묻은 속옷을 쓰는 것을 추천하였다. 생리혈은 피가 난 상처나 독극물에 대항하는 훌륭한 치료제였는데, 워낙 지독하고 더러운 물질이라서 악귀조차 죽였기 때문이다. 

위 사례들을 종합해보자면, 특정 부위가 인체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금기시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약으로 썼을 때 가장 극렬한 비난을 받은 인체 부위는 살고기, 담낭, 장기 등 동물에게서 흔히 약용으로 채취하는 부위들이었다. 인육을 먹는 문제는 인간을 동물에 비하는 문제적인 섭취행위로 이해될 수 있었으며, 인간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있었다. 동시대 인물들과 달리, 이시진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이시진 보다 100년도 더 지난 뒤에 활동한 인물로, 가장 잘 알려진 본초강목 주해(註解)를 작성한 조학민(趙學敏, 1719-1805)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시진이 인부(人部)를 실었다는 것 자체를 비난했다. 조학민은 그러한 저술 행위를 "비윤리적"이라고 했다. 조학민은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를 쓰면서 이시진이 작성한 구조를 재활용하면서도 인부(人部) 만은 통째로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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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은 일부만 번역합니다.

[63] 본초강목, 52권, 인부, 인육, 발명, 1939-1940.
하맹춘(何孟春)의 《여동서록(余冬序錄)》에서는 '강백아(江伯兒)의 어미가 병에 걸리자, 옆구리 살을 잘라서 올렸다. 병이 낫지 않자 귀신에게 기도하면서 자신의 자식을 죽여서 귀신에게 바치려 하였다. 어미의 병이 낫지 마침내 3살 된 아들을 죽였다. 그 일을 들은 태조황제(太祖皇帝)가 인륜을 저버리고 도리를 멸한 데 노하여 장을 치고 유배 보냈다. 이 일을 예부(禮部)에 내려 논의하게 하였는데, 〈자식이 부모를 섬기다가 부모에게 병이 생기면 좋은 의원에게 부탁을 한다. 하늘에 호소하고 귀신에게 기도하는 데 이르러서는 간절하고 지극한 정에서 나온 부득이한 경우이다. 얼음을 깨서 잉어를 찾고, 자신의 허벅지를 베는 일은 후세에 생긴 것이다. 어리석은 무리가 일시적인 감정의 격발로 인해 괴상한 일을 저질러서 세속을 놀라게 한 데다 정표(旌表)바라고서 요역(徭役)을 피하려 한다. 허벅지를 베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간을 베어 버리는 데 이르고, 간을 베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자식을 죽이는 데 이른다. 도리를 어기면서 목숨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이보다 심한 게 없다. 지금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표하는 규례에서 제외하도록 하라.〉 하였다. 아아! 성인(聖人 명 태조(明太祖))이 가르침을 세운 것이 천고에 없는 매우 올바른 일이다.'라고 하였다.

[67] 벽석과 집착을 주제로 하는 문학을 다룬 탁월한 연구로는 Zeitlin, Judith. 1991. "The Petrified Heart: Obsession in Chinese Literature, Art, and Medicine." Late Imperial China 12, no. 1: 1-26. 참조. 
본초강목, 52권, 인부(人部), 벽석(癖石)도 참조. 이것은 베조어(bezoar) 같은 동물성 결석 물질이 인체에 생기는 경우였다. 

[68] 본초강목, 52권, 인부, 인혈(人血), 발명, 1932. 
(역주: 내피 교수님은 "잔혹한 도적(殘賊)"을 savage evil-doers라고 번역함으로써 민족 구분을 강조했다.)
 
P.S.
어짊(仁)과 동물성 약재, 그리고 식인 행위에 대해서는, 18세기 말 일본의 의사 타치바나 난케이의 글도 참조.



핑백

  • 남중생 : 불미갱 - On Yeti and Being Just (完) 2019-04-06 22:31:45 #

    ... 그는 도덕성과 인간성을 일부 내려놓는 셈이었다. 여기서는 먹는 자나 먹히는 자(문명인, 야만인 모두)나 경계성 동물 및 인간 이하의 영역으로 떨어졌다. 조학민(趙學敏, 1719-1805)과 같은 후대의 권위자는 그 어떤 인체 부위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16세기에 이 경계선은 아직 형성되는 중이었다. ==== ... more

덧글

  • jgml 2019/04/21 16:20 # 삭제 답글

    이 논문 덕분에, 그리고 번역 덕분에 이시진의 본초강목이 단순히 본초학 지식을 엮은 책이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 더불어 당시 사인士人들의 의학에 대한 관심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조학민(趙學敏)을 串雅의 저자라고만 알았는데 본초강목 주해도 저술했군요 *.*
  • 남중생 2019/04/21 17:48 #

    본초학의 지식체계가 곧 사상체계(를 비추거나 영향받는다)라는 칼라 내피 교수님의 주장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저도 크게 동의하고요. 하지만 내피 교수님의 고전문헌 풀이는 종종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 오역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번역하는 제 입장에서는 매번 조심스럽습니다.

    전공자이신 jgml님께서 이런 부분 외에도 오역이나 고칠 점이 보이신다면 주저하지 않으시고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jgml 2019/04/21 18:27 # 삭제 답글

    아유.. 저도 전공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오히려 번역을 오픈하고 소개해주시는 것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 남중생 2019/04/21 18:51 #

    ㅎㅎ 그렇다면 저도 기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의학사 관련 글이 있으면 종종 번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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