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근세 중국의 인육 논쟁 - On Yeti and Being Just (9) 예티와 인의예지!

"예티와 인의예지" 9부입니다. 유교의 할고(割股)는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된걸까?의 마지막 8부에서 끝맺은 내용과 이어지는 감이 있어 번역해나갑니다.

"수자티의 변신을 통해, 우리는 유교계가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효(孝)를 드높이기 위해 외래의 효자를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교도는 설화의 본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았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을 이야기하는 대신, 중국의 집필진은 수자티와 샤마를 (시)부모님을 잘 봉양한 아들과 딸, 며느리로 변신시켰다. 수자티의 변신을 보면,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할고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원대 무덤에 왕무자의 아내 도상이 등장하는 빈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원나라(1279-1368) 말기에서 명나라(1368-1644)에 이르자, 무식한 할고 행위를 꺼리는 지식인층이 생겨났다. 이십사효시(二十四孝詩)를 집성하던 곽거경은 이에 따라 왕무자의 아내(수자티)의 경력을 단절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곽거경이 그렇게 한 이유는 해당 설화가 불교에서 유래해서가 아니라, 할고 행위를 칭송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심되었기 때문이었다."

예티와 인의예지 -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8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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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양(兩脚羊)"을 먹는다는 것

이시진은 먹는 것에 관심이 유별났다. [44] 이시진은 식성을 단서로 민족을 구분했고, 무엇이 "정상"인지 결정했으며, 문명화가 더 되고 덜 된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였다. 많은 경우, 표면적으로는 음식이나 섭식 행위와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식습관이 쓰였다. [45]

위에서 논한 야녀(野女) 등의 짐승들은 모두 사람처럼 생겼고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몇몇 권위자들에 따르면, 외국인이나 장애인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시진에 의하면 이 경계성 짐승들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었다. 이시진이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린 이유는 이 짐승들이 인간 고기를 먹었기 때문인 것도 일부 있다. 그러나 여러 권위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문헌에서 주장했듯이 인간이 이 짐승들의 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도 있었으며, 이시진은 그 고기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내용을 인용하였다. 정상인과 무언가 "다른" 존재 사이의 경계를 긋는 장치로 식인 행위를 다룬 글은 대체로 인육을 먹는 행위가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행위라는데 치중하지만 [46], 여기서는 그 논리가 뒤집혀있다. 이시진이 보기에는 잡아먹히는 것이 오히려 짐승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짐승 고기를 먹는 행위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이시진이 이 문제를 논한 결정적 대목은 본초강목의 인부(人部)였다. [47]

현대에 쓰인 글들은 중국의 식인 행위를 "전통" 중국 의학에서 일반적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식인 행위는 근세 본초학자와 의학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인 주제였다. [48] 인육을 먹는 행위와 잡아먹히는 행위가 모두 인간 이하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면, 사람의 신체부위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섭취하는 것은 어째서 용납되는 것인가? 명말 학계에서 식인행위는 뜨거운 주제였다. 명대 소설 중 식인 행위를 다룬 것이 많았고, 특히 수호전(水滸傳)에 등장하는 가상의 여관에서는 사람 고기 만두를 팔았다. 인육 만두 이야기는 장장 네 권 동안 이어지지만, 본격적으로는 27권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주인공 무송(武松)은 여관을 찾아가 여주인과 만두 속의 정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만두 속에 든 것이 사람 고기인지 개고기인지를 묻자, 여관 주인은 고급 소고기(黃牛)로 만들었다고 교묘하게 답한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사람이다! 사람을 넣고 만든 만두다!) [49] 후기 제국시대의 수많은 유교 문헌과 불교 문헌은 자신의 살이나 장기를 끓여서 병든 부모님께 약으로 올리는 덕목을 칭찬했고, 기적과도 같은 약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효행은 관음보살과 같은 자비로운 여신이 나타나 보상하였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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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비비엔 로(Vivienne Lo)는 중국 의학과 식품조리학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출판해왔다. Lo and Barrett 2005:395-422; 그리고 Lo 2005:163-185. 참조.
Lo, Vivienne. 2005. "Pleasure, Prohibition, and Pain: Food and Meidcine in Traditional China." In Of Tripod and Palate, ed. Roel Sterckx, 163-185. New York: Palgrave Macmillan.
Lo, Vivienne nd Penelope Barrett. 2005. "Cooking Up Fine Remedies: On the Culinary Aesthetic in a Sixteenth-Century Chinese Materia Medica." Medical History 49:395-422.

[45] 식습관을 통해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곤충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본초강목 41권, 충부(蟲部), 비렴(蜚蠊), 석명(釋名), 1550. 이 항목에서 이시진은 세 종류의 벌레(비렴蜚蠊, 행야行夜, 부종䘀螽)가 서로 다른데, 소수 민족이 이들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모두 먹었기 때문에 혼동되어 같은 생물로 여겨진다고 이야기한다.

[46] 중국의 식인행위에 대한 근현대의 사례로는 Yi Zheng의 Scarlet Memorial: Tales of Cannibalism in Modern China (1996) 가 있다. 중국 문학사 속에서의 식인 행위에 대해서는, Yue 1999 참조. 전통 중의학에서 인체 부위를 사용하는 것 또한 근현대 중국 문학에서 인기있게 다뤄진 주제이다. Yan 1995:172-181; Xun 1990a:29-41; Xun 1990b:49-58. 등의 사례가 있다.
(역주: 루쉰을 왜 성이 아닌 이름 "쉰Xun"으로 인용했는지는 미스테리다...)

[47] 본초강목, 52권, 인부(人部), 1912-1944. 참조.

[48] 근세 유럽의 식인 풍습과 미이라 섭취에 대해서는 Sugg 2006: 225-240. 참조.
Sugg, Richard. 2006. "'Good Physic but Bad Food': Early Modern Attitudes to Medicinal Cannibalism and Its Suppliers." Social History of Medicine 19, no. 2: 225-240.

[49] 시내암(施耐庵), 수호전 (Hong Kong: 中華書局, 2002), 327.

[50] 이시진은 본초강목, 52권, 인부(人部), 인육(人肉), 발명(發明), 1939-1940.에서 할고(割股)를 논한다. 이시진은 할고를 행하는 이들을 어리석은 백성(愚民)이라며 비판한다. 할고 문학 전통의 사례로는, de Bary and Bloom 1999:532-534. 참조. "관음과 할고 Guanyin and Cutting One's Body(Gegu)"에는 관음경주영관회요(觀音經咒靈感會要)와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에서 선별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중국 정에 등장하는 식인 행위에 대한 심층 논의는 Pettersson, 1999:73-182. 참조. 페터슨은 할고 및 여러 식인 효행도 함께 논한다. 
de Bary, William Thodore and Irene Bloom, comps. 1999. Sources of Chinese Tradition, vol. 1.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Pettersson, Bengt. 199. "Cannibalism in the Dynastic Histories." Bulletin of the Museum of Far Eastern Antiquities 71:7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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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gml 2019/03/29 15:13 # 삭제 답글

    식인행위가 명말 학계의 토론 주제였다니. 할고와 관련된 의료사 논문은 얼핏 들었지만 이런 맥락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명청대 소설에 등장하는 고기만두나 식인이 할고라는 "숭고한"(?) 행위와 연관 될수도 있군요. 나중에 원문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人部도 찾아보고 싶고. 남의 연구는 항상 흥미롭고 재밌어 보여요...
  • 남중생 2019/03/29 17:41 #

    네, 앞의 키스 냅 교수님 논문에서는 당나라 때 할고는 중의학적 개념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면(http://inuitshut.egloos.com/1941579), 칼라 내피 교수님 논문에서는 할고라는 개념을 명대 의학에서는 어떻게 이해하였나, 하는 것입니다. 다른 식인 행위들과의 관계 말이죠.

    번역하는 저도 흥미로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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