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유교의 할고(割股)는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된걸까? (8) 예티와 인의예지!

8부입니다. 본 논문 연재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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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할고는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된걸까? 기존의 정답은 그게 아니라, 할고가 중국 본초의학의 연장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고에서 보였듯이, 당나라 이전의 중국인들은 죽은 사람의 신체부위나 몸에서 나오는 액체 등의 물질 만을 섭취하였다. 다시 말해, 중국인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살을 약재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할고는 중국의 향토 풍습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수입된 것이다. 그러나 할고 풍습 자체보다는 할고라는 관념이 수입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중세 중국인들은 할고와 관련된 확실한 행동에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북서부 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불교의 "사신(捨身)"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할고의 관념은 수자티 설화가 중앙아시아에서 변형되면서 확고히 자리잡았는데, 중앙아시아의 수자티 설화에서 수자티가 자신의 살을 부모에게 먹여서 살리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기록에 자신들의 행동을 끼워맞추는 것에 대단한 중요성을 부여한 중국 지식인층의 입장에서,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라면 할고 행위가 아무리 극단적일지라도 실제로 모방하리라고 믿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임스 A. 벤이 분신자살의 경우에서 보였듯, 중국인들은 불교 문헌에서 읽은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불경을 역사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52] 결과적으로, 중앙아시아 취미로 시작된 할고는 동아시아에서 팩트가 되었다.  

수자티 설화의 인기는 둔황의 모가오(막고) 석굴에서 현저히 나타난다. 이곳의 수자티 설화는 그 어떤 본생담 보다도 자주 나타난다. 수자티의 놀라운 자기희생은 금세 샤마 설화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수자티 설화가 점점 유명해짐에 따라, 할고 풍습은 더 흔해졌다. 그러나 중국 전역에서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 이국적인 설화를 길들여야만 했다. 당나라 말에 이르면, 수자티는 왕무자의 아내로 변신한 채, 당시 발달 중이던 이십사효의 전당에 들게 된다. 이러한 변형의 근거는 정황 근거에 불과하지만, 필자의 추정을 통해 어째서 효행담을 집성한 이들이 불교계에서 가장 유명한 효자를 무시한 것처럼 보이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수자티 설화의 줄거리는 왕무자의 아내 이야기의 줄거리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은 중국 불교도가 샤마 설화도 근본적으로 변형해놓았으며 관음(Avalokiteśvara)이 할고를 실천한 효녀 묘선(妙善)으로 현현하게 했다는 것이다.

수자티의 변신을 통해, 우리는 유교계가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효(孝)를 드높이기 위해 외래의 효자를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교도는 설화의 본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았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을 이야기하는 대신, 중국의 집필진은 수자티와 샤마를 (시)부모님을 잘 봉양한 아들과 딸, 며느리로 변신시켰다. 수자티의 변신을 보면,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할고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원대 무덤에 왕무자의 아내 도상이 등장하는 빈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원나라(1279-1368) 말기에서 명나라(1368-1644)에 이르자, 무식한 할고 행위를 꺼리는 지식인층이 생겨났다. 이십사효시(二十四孝詩)를 집성하던 곽거경은 이에 따라 왕무자의 아내(수자티)의 경력을 단절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곽거경이 그렇게 한 이유는 해당 설화가 불교계에서 유래해서가 아니라, 할고 행위를 칭송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심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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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Benn, James A. (2007). Burning for the Buddha: Self-Immolation in Chinese Buddhism.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pp.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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