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유교의 할고(割股)는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되었나? (4) 예티와 인의예지!

4부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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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티 이야기

수자타 왕자 혹은 수자티 왕자 이야기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신담(捨身談)"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할고 풍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없다고 보인다. 5세기에 집성된 2가지 불경에 수자티 왕자 이야기의 최초 기록이 담겨있다. 첫번째는 현우경(賢愚經)인데, 이 경전이 중앙아시아에서 집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이 경전은 타림 분지의 남쪽 경계에 위치한 코탄에서 열린 축제 기간에 한 사원에서 고승들이 펼친 설법을 중국 승려 8명이 받아적은 것이다. 445년에 고창(高昌, 오늘날 투르판)으로 돌아온 이들은 서로 필기한 내용을 수정하고 조합하여 현우경을 작성하였다. [26] 빅터 메이어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따르면, 현우경은 코탄의 고승들이 서북부 인도 지역의 경전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해석을 가미하여 설법으로 전한 것이다. [27] 그리하여 수자티가 자기 살을 부모에게 먹이는 이야기를 전하는 최초의 문헌은 중앙아시아와 서북부 인도에서 유래하였다. 잔혹한 "사신" 이야기를 즐긴 사람들의 고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두번째 경전은 잡보장경(雜寶藏經, Kṣṣuduraka piṭaka)도 이 지역과 연관이 있다. 472년에 길가야(吉迦夜)라는 외국 승려가 이 경전의 내용을 류효표(劉孝標, 462-521)에게 받아적게 하였다. [28] 잡보장경에 실린 본생담 중 다수가 간다라, 카슈미르, 박트리아 등지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길가야는 아마도 인도 서북부 출신 사람이었으리라. [29]

이들 경전을 보면, 수호령이 왕자에게 소식을 전하길, 부왕과 형제들이 간신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알린다. 왕자는 아내와 어린 아들 수자티와 함께 적은 식량을 챙겨서 이웃 국가로 향한다. 경황 없이 도망쳐 나온 탓에 이들은 길을 잘못 들고 식량도 바닥난다. 왕자는 자기자신과 왕세손인 아들이 살아남기 위해 아내를 죽여 그 살을 먹을 생각을 한다. 아버지의 생각을 간파한 수자티는 어머니 대신 죽기로 자원한다. 그러나 한 번에 죽이면 고기가 금방 상할테니 자신의 살을 매일 조금씩 베어내라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이리하여 수자티는 며칠 동안 부모에게 신선한 고기를 먹일 수 있었다. 뼈만 남자 수자티는 마지막으로 남은 살점을 세 몫으로 나눈다. 아버지께 한 몫, 어머니께 한 몫, 스스로를 위한 한 몫. 그리고 나서 부모는 수자티를 뒤로 하고 떠난다. 자기 몫의 고기를 먹으려던 수자티에게 거지가 나타나 구걸을 한다. 수자티는 기꺼이 고기를 내준다. 그리고 나서는 신들이 사자와 호랑이의 형상을 하고 수자티를 시험하러 나타난다. 수자티는 그나마 남아있는 뼈, 골수, 뇌조차 기꺼이 내어준다. 그러자 신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 수자티를 원래 형태대로 되돌려 놓은 다음, 수자티의 아버지가 왕좌를 되찾을 수 있게 한다. [30]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자티가 자신의 살을 부모에게 내주었을 뿐 아니라, 거지와 짐승들에게도 먹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자티의 살은 지각이 있는 모든 존재(衆生)를 먹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무한한 자선의 완성(다나 파라미타)와 자비(카루나), 인내(크산티)라는 불교의 덕목을 반영한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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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량리링 梁麗玲, (1998). 賢愚經硏究, Taipei: Fagu wenhua shiye, pp. 9-16, 24-30.

[27] Mair, "The Linguistic and Textual Antecendents of The Sutara of the Wise and Foolish." Sino-Platonic Papers 38 (1993): pp. 1-18.

[28] 량리링 梁麗玲, 雜寶藏經: 及其故事硏究, pp. 7-15, 43-44.

[29] 량리링 梁麗玲, 雜寶藏經: 及其故事硏究, p. 43; cf. Willemen Charles, 번역. (1994), The Storehouse of Sundry Valuables, Berkeley: Numata Center for Buddhist Translations and Research, pp. 2-4.

[30] 이 요약본은 잡보장경, 1.6-7.와 현우경, 50-52.에 기반한 것.

[31] Cummings, Mary. (1982) The Lives of Buddha in the Art and Literature of Asia. 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p. 65-66, Durt, Hurbert. "Two Interpretations of Human-Flesh Offering: Misdeed or Supreme Sacrifice?"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College for Advanced Buddhist Studies 1 (1998) p.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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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18 16:33 # 답글

    고기가 먹고 싶다는 노모의 말에 허벅지 살을 베어 고기라 속이고 먹였다는 전설이 생각나는군요.

    그런데 한국 사학계의 수준은 왜 이 모양입니까?
    역사비평에 홍대 교수라는 사람이 7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연이은 전쟁을 논하면서 신라, 백제 그리고 고려는 동족의식이 없었으니 통일이라는 명칭이 맞지 않다고 했다는군요.
    원래 하나였다가 갈라진 것을 다시 합치는 게 통일이라는 건데, 그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라는 말도 잘못된 거겠군요.
    Unification과 reunification을 우리는 통틀어 통일이라고 부르죠.
    그것보다 삼국통일과 남북국시대라는 모순된 개념부터 정리하는 게 옳습니다.
    한국통일과 요동사론으로 정리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죠.
    조선-낙랑-고려-발해는 한국이 아닙니다.
    요동사죠.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18 16:52 #

    학계 뿐만 아니라 언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석희란 자는 전직 미군 정보요원이라며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그 정보요원은 전두환이 광주사태때 광주에 왔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 사람이 주장하는 시간에 전두환은 국방회의에 참석했다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 정보요원은 계엄군이 무게가 10kg되는 진압봉을 사용했다거나 인공위성으로 김조 특수군의 잠입을 포착할 수 있었다거나 하는 주장을 합니다.
    딱 손석희 수준이죠.
  • 남중생 2019/03/19 00:01 #

    오, “고기라 속이고 먹였다”는 것은 사람 고기는 고기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사람 “고기”가 고기가 아니라니, 재미있네요.
    “먹을 수 있는 짐승의 살”을 고기라고 정의할 수 있듯이 “통일”의 개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고조선 이래) 한민족의 단일체 완성이라는 개념 만이 “통일”이어야 하냐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나라의 통일 처럼 말이지요. 20세기 이래 한반도의 “통일”과 삼국시대의 “통일”이 중복되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었는가 하면 그래왔다고 하겠습니다.

    개념과 정의, 말의 향연은 재미있지만 의미있는 소통을 위해서라면 말의 껍데기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보는게 제 의견입니다. 고려사가 한국사가 아니라면서 한국사 관련 주장에 필요할 때마다 끌어다 쓰는걸 제가 지적한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의 맥락이지요.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19 02:06 #

    어떤 먼산족이 역사 유튜버를 소개하길래 가보니, 고구려는 단군조선을 계승하였다는 주장을 하네요.
    기원전 107년에 고구려현이 등장하고, 위만조선이 기원전 108년이 아니라 기원전 107년에 멸망했을 수 있기 때문에, 위만조선의 멸망과 고구려의 건국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고구려가 단군조선을 계승하였을 가능성의 근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낙랑군을 설치하고 이듬해에 위만조선이 망했다는 어색한 이야기가 되죠.
    그리고 고려가 기자신을 숭배했다는 기록은 나오지만 단군 이야기는 왕씨고려 이전 어느 기록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 남중생 2019/03/19 06:30 #

    네... 그 유튜버는 제가 보지도 못했고 관심이 있는 분야도 아니라서 말을 더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먼산을 찾는게 잘못되었다고 보는 사람이라면 대화에 응하고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3/19 21:55 #

    물론입니다.
    반론이 궁해지면 덧글을 삭제하는 일을 여기서는 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군요.
    내친 김에 손석희류 사람들의 모순을 또 하나 지적하자면...

    <전두환 개입설의 모순>
    (1) 전두환이 광주사태의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 전두환이 광주사태에 개입한 증거다.
    (2) 그 회의는 집단발포가 있기 직전에 열렸다.
    --> 광주에 가서 발포명령을 내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날조한 기록이다.
  • 남중생 2019/03/19 22:05 #

    아니ㅋㅋㅋ 물론이 아니라, 말에 답변을 해야 한다고요. 일단 사람고기는 고기인가 하는 점부터...

    답글 삭제 얘기 3번 이상 한걸로 기억하는데, 천년만년 답글 기다릴 수 없어서 지웠다고 그랬잖아요... 솔직하게 답변을 주고받자 그랬지, 스스로 허물을 자랑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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