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유교의 할고(割股)는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되었나? (2) 예티와 인의예지!

1부에 이어 계속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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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고의 등장

중국의 초기 중세 시대(100-600년 경)에는 할고 풍습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살펴본 300건의 효행담 중에 단 한 건도 할고 행위를 다루지 않는다. [5] 다만 충직한 부하가 주군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바치는 일화는 종종 있다. 이중 가장 이른 기록은 굶어죽을 지경에 이른 주군 중이(重耳, 697-626 BCE)에게 자신의 살을 베어내어 먹인 개자추(介子推, ?-636 BCE)의 이야기다. [6] 그러나 개자추는 부모에 대한 효가 아니라 주군에 대한 충을 실천한 것이다. 더욱이, 베어낸 살은 약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당대에 이르러 할고 행위의 첫 기록이 등장한다. 이 기록은 8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 유구(劉昫, 887-946)가 10세기에 편찬한 구당서(舊唐書)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왕우정(王友貞)이 약관의 나이일 때, 그의 어머니가 위독했다. 의원이 말하길 오로지 인육을 먹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우정은 골몰히 생각하였으나 달리 어머니를 치료하는 법을 깨달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어 어머니에게 먹였다. 그러자 어머니의 병이 씻은듯이 나았다. [7]
友貞弱冠時,母病篤,醫言唯啖人肉乃差。友貞獨念無可求治,乃割股肉以飴親,母病尋差。

왕우정이 할고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취하기에 앞서 망설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정은 자신의 몸을 훼손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두고 고민했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행동으로 옮겼다. 인육을 약으로 써야한다는 이야기는 의사에게서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지식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흥미롭게도, 구당서에 나오는 다른 할고 행위는 모두 주군이나 깊이 존경하는 사람에게 먹이기 위함이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다. [8]

할고를 통해 효를 실천한다는 개념이 당시 중국에서 생소했다면, 이런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왕우정이 의사로부터 들었다는 것에서 짚히는 바가 있다. 할고 풍습에 대한 종래의 설명은 이 풍습이 중국의 본초 의학에서 유래했다는 식이다. 구양수(歐陽脩, 1007-1072)가 1060년 경에 쓴 신당서(新唐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나라 때 진장기(陳臟器)가 쓴 본초습유(本草拾遺, 신농본초경에 대한 보충)에서는 인육이 쇠약함과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민간에서는 부모가 병에 걸리면 많이들 허벅지 살을 베어 올리게 되었다. [9]
唐時陳藏器著《本草拾遺》,謂人肉治羸疾,自是民間以父母疾,多刲股肉而進。

그러니까 당나라 때 나온 의서 한 권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추종린이라는 중국 학자는 살아있는 사람의 피와 살이 이미 약으로 쓰이고 있었으나, 당대 중엽이 되어서야 의서에 기록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10]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적다. 옛 의서에서 사람의 신체부위와 체액을 약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무라카미 요시미는 전한대(202 BCE-220 CE)의 오십이병방(五十二病方)에서 이미 죽은 사람의 머리와 골수를 먹음으로써 특정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적힌 것을 언급한 바 있다. [11] 마왕퇴(馬王堆)에서 발견된 또다른 한대 문헌군에서는 모유, 타액, 소변 등 사람 몸에서 나오는 체액이 효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12] 그럼에도 마왕퇴 문헌군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인육을 먹는 것에 대한 어떤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연단술사 갈홍(葛洪, 284-363)은 인육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생각 자체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13] 그러므로 중국 의학 문헌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인육을 약으로 수용한 실제 근거는 여전히 당대 중엽이 가장 이르다.  

Knapp, K. N. "Chinese Filial Cannibalism: A Silkroad Import?" in China and Beyond in the Medieval Period: Cultural Crossings and Inter-Regional Connections, eds. Dorothy C. Wong and Gustav Heldt (New Delhi: Manohar, 2014), 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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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필자의 저서, Selfless Offspring 참조. 이와 같은 검토 결과는 중국의 식인 행위를 최초로 연구한 3 학자의 주장과 일치한다. 쿠와바라 지츠조우 桑原隲藏, "那人間における食人肉の風習", 東洋学報 14, no. 1 (1939): pp. 51-58, des Rotours, Robert. "Encore quelques notes sur l'anthropophagie en Chine," T'oung Pao 54 (1968): pp. 36-42, de Groot, J. J. M. The Religious System of China 4, Leiden: E. J. Brill, 1901: 384-89. 참조. 한편, 추종린(邱仲麟)은 살생이 금지된 날에 어머니가 소고기를 먹고 싶어하여 할고를 행한 진과인(陣果仁)이라는 수나라 때 사람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邱仲麟, "人藥與血氣: 〈割股〉療親現象中的醫療觀念". p. 68.) 그러나 이는 송원대 지방지에 기록된 바이기 때문에 사료로써 신빙성이 모호하다.

[6] 중국 역사 상 이러한 행위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기원전 3세기의 한비자(韓非子)다. Liu Dianjue 劉殿爵 et al., comps. (2000). Han Feizi zhuzi suoyin 韓非子逐字索引. Hong Kong: The Commercial Press, #27, p. 59. 참조.
진바오샹에 따르면, 좌전(左傳)과 사마천의 사기(史記) 모두 중이에 관해서 이 일화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해당 일화는 불교 본생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불교 경전이 중국에 들어온 것은 한비자가 글로 남겨진지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일부 이야기는 개별 일화의 형태로 구전되었으리라는 것이 진바오샹의 주장이다.  

[7] 유구, 구당서(舊唐書), 192.5118.

[8] 유구, 구당서(舊唐書), 16.502, 67.2488, 161. 4224.

[9] 구양수, 신당서(新唐書), 195.5577.

[10] 추종린 邱仲麟, "人藥與血氣: 〈割股〉療親現象中的醫療觀念". Xin shixue 10, no. 4 (1999): p. 70.

[11] 무라카미 요시미 村上嘉実. 五十二病方の人部薬. In 新発見中国科学資料の研究, edited by 山田慶児, pp. 167-223. 2 vols. Kyoto: 京都大学人文科学研究所, 1985.

[12] Harper, Donald J. (1998). Early Chinese Medical Literature. London: Kegan Paul International, pp. 488-89.

[13] Ware, James, R. (1966). Alchemy, Medicine and Religion in the China of A.D. 320. New York: Dover Publications,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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