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당뇨병에 걸린 미이라? 예티와 인의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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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걸린 미이라?

불고기 로드 2편에서 동의보감(1610)에 실린 "당뇨병 노래"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노래에, "소갈ㆍ소중ㆍ소신병은 삼초와 오장에 허열이 나는 것이고, 오직 방광만은 얼음처럼 싸늘하다. 물 생각이 쉴새없이 나고 밤낮으로 소변은 나오지 않으며, 뼈는 차고 피부는 타며, 심폐는 찢어진다. 술 마시고 구운 음식(炙煿) 많이 먹고, 술 먹은 뒤 성생활을 하니 절제가 없다. 마시고 먹는 것이 날로 늘어나도 기육과 정수는 도리어 말라간다. 소변은 꿀처럼 달고 기름처럼 미끌거리고, 입은 쓰고 목은 마르며, 혀는 피처럼 붉다. 삼소의 증상 제일 위급하니 이 선방은 진실로 묘결이다"라고 하였다. 
(허준, 동의보감 中 삼소문) 

그런데 이 노래에서 "소변은 꿀처럼 달고" 하는 표현을 보니 연상되는 또다른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도구성 "철경록(1366)"에 나오는 미이라 이야기죠.

도구성(陶九成)의 《철경록(輟耕錄)》에 이르기를, “아라비아(天方國)에 70이나 80세 된 노인(老人)이 사신(捨身)해서 중생(衆生)을 구제할 것을 자원(自願)하는 일이 있다. 음식(飮食)을 일체 끊고 오직 몸을 깨끗이 씻고 꿀[蜜]만 먹는다.  이토록 한 달을 지내면 소변(小便)이 오로지 꿀이다. (이시진, 본초강목 中 목내이木乃伊 기사)

저는 철경록의 미이라 이야기가 노인 당뇨 증상에 대한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고장 이집트를 포함해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미이라 이야기에는 "꿀"을 주요 소재로 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철경록은 엄밀한 사실 검증을 하기보다는 걸리는대로 온갖 정보를 집어넣는 식의 책입니다.
예컨대 진시황의 옥새, 전국새도 2가지 버전을 실어놓고 거기에 대해 어느쪽이 옳다던가 왜 2가지 버전이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하지 않죠.

"부한이 인용한 책 제목은 도종의(陶宗儀, 1316-1403)의 남촌철경록(南村輟耕錄) 뿐인데, 이 책은 신변잡기적인 기록과 다른 책으로부터 베낀 구절의 모음집이다. 철경록은 도장의 명문과 도장을 장식한 짐승 모양을 재현해놓았다. 부한의 생각으로는, 철경록이 편찬되기 400년이나 전에 전국새가 자취를 감췄고, 10세기 이래 나타난 다양한 옥새가 모두 위조품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런 부한이 철경록이 얼마나 권위가 있다고 보았는지는 불확실하다. 더욱이 철경록 자체에도 서로 다른 내용이 쓰인 두 가지 버전의 전국새가 실려있었다."  (브루스 러스크, 1500년에 발견된 진시황의 옥새, 그 결말은? 中)

이런 성격의 텍스트에는 와전된 정보가 유입되기 쉽다고 봅니다. 

14세기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당뇨병은 아라비아의 미이라만큼이나 이색적인 질병이었습니다. 도종의 같은 호기심 많은 지식인도 미이라에 대해서 잘 몰랐던 만큼이나 당뇨병에 대해서도 아리송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헷갈릴 수 있었죠. 
하지만 17세기에 들어서자, 미이라는 본초강목이나 삼재도회 같은 백과사전에 하나의 항목으로 등록되어있었습니다. 한자 문명권에서 "아는 지식"이 된거죠. 그와 함께 당뇨도 상당히 흔한 증상이자 지식이 되어있었습니다. 유행가에서 당뇨 증상과 치료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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