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가짜 인어 (253-255) 아란타 풍설서


제가 저번에 성호사설의 "염매"에 대한 추측이라는 글에서, 성호가 말하고 있는 "염매"는 일본에서 수입된 박제 미이라 전시품이고 19세기 미국에서 (위대한 쇼맨) P. T. 바넘이 보여준 "피지 머메이드"와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요. 여기에 보충 자료 겸 예전에 읽었던 책의 일부분을 초역합니다. 


▲바넘의 "피지 인어"

Martha Chaiklin, "Simian Amphibians: The Mermaid Trade in Early Modern Japan" in Large and Broad: The Dutch Impact in Early Modern Asia: Essays in Honor of Leonard Blusse, ed. Nagazumi Yoko (Tokyo: The Toyo Bunko, 2010), 25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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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인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19세기 사람들은 대체로 인어가 실존한다고 믿었다. 일본인들의 믿음 속의 인어는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었고, 서양인의 인어도 일본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사기꾼이 개입할 여지는 충분했다. 인어 미이라가 처음 제작되었거나 유래한 곳이 중국이라는 주장도 종종 있으나, 이와 같은 오해는 바넘이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바넘 본인이 보유한 인어 표본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바넘은 그리핀 박사를 창조해냈다. (사실은 바넘의 사업 조력자 레비 리먼이었다.) 그리핀 박사는 바넘의 표본이 진짜 인어라고 주장하면서, 본인이 직접 중국에서 구매하였다고 하였다.53) 필자는 바넘의 피지 머메이드 이전에 중국에서 인어가 제작된 기록을 찾지 못하였다. (루드야드 키플링이 "중국의 마담 투소"54)라고 부른) 칸톤의 명물, "공포의 사원"에서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형상들을 보여주었는데, 이곳에 전시된 인어는 중국 상인이 일본에서 가져왔으리라. 55) 아마도 인어의 정체가 단번에 반증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했던 바넘은 일부러 그 출처를 비밀스럽게 만들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가짜 인어는 실제 물고기 꼬리에 인간형 구조물을 부착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필립 프란츠 폰 시볼트는 자신이 본 인어에 대해 "유인원의 상체"를 "물고기의 하체"와 결합하였다고 적었다. 그는 이것을 두고 어떤 어부가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물이라고 했다.56) 시볼트가 쓴 글의 결과인지,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믿었는지, 당대의 인어 묘사에는 대개로 인어가 원숭이이거나 원숭이 신체부위를 조합해서 만든다고 언급되어있다. 현전하는 인어 박제는 훨씬 더 복합적인 구조로 된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레이던의 민속문화 박물관(Museum voor Volkenkunden)에서 소장하는 인어 표본을 스캔한 결과, 일부 원숭이 뼈도 들어있었지만 주로 각종 동물의 뼈와 종이 풀 반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원숭이 뼈와 털과 함께 개 뼈나 상어 이빨도 섞여있었다. 전통적인 동양 인어나 서양 인어의 모습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실감나는 공포의 모습인 것이다. 

일본에서 인어 제작에 종사한 사람들은 18세기 후반 이전에는 이러한 모조품을 만들 수 없었다. 박제술이라는 중요한 지식 분야 하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제술이란 자연과학을 연구하는데 자연스러우면서도 필수적인 귀결이었는데, 자연물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관찰과 연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류는 동물 중에서 박제를 통해 보존하기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 오늘날에도 박제술 교육 과정에서 어류 박제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57) 방부처리를 하지 않은 생선은 비늘이 떨어져 나가고 악취가 진동했다. 에드워드 도노번의 1794년 저서에 따르면 어류의 방부처리는: 

... 증류한 포도주에 보관하는 것이 최상이고, 병에 집어넣기 전에 미끌거리는 액체는 모두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파충류와 어류의 몇몇 종은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꺼낸 뒤 방부제를 치고 아마천 부스러기로 채워넣은 뒤, 코펄 니스를 두 세 겹 발라야 한다.58) 

인어를 묘사한 글 중에는 꼬리가 번들거린다고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다.59)

어부가 인어 모조품을 제작했다는 시볼트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 이토 케이스케도 박제술을 배웠다고 알려져있으나, 살생과 시체훼손을 금기시하는 불교 교리를 감안할 때, 일본의 본초학자들은 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축에 속하는 사람에게 대신 박제술을 배우게 시켰을 것이다. 아마도 소외계층인 부라쿠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부라쿠민 박제술사의 창의력으로 인해 모조 인어가 서양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서양에도 예로부터 가짜 인어는 있었다. 호기심의 방에 보관된 인어의 손부터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까지. 그러나 반원반어(半猿半魚) 형태를 고안한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것은 인어 만이 아니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레이던 민속문화 박물관 소장품 중에는 인어가 2구, 사람 머리가 달린 박쥐가 1구, 악마의 머리 2두를 포함해 유사한 괴생명체들이 있다. 19세기 초반에 네덜란드 상관의 직원이었던 J. K. 오버미어 피셔와 얀 콕 블론호프가 수집한 물건들이다.60) 일본에서는 이 전시물들이 인어만큼이나 자주 출품되었겠으나, 외국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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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David Starr Jordan, Fishes (New York: Henry Holt & Co, 1907), 149 등에 나와있는 주장.

54) Rudyard Kipling, From Sea to Sea: Letters of Travel (New York: Doubleday, Page & Co., 1907), 287.

55) Deward Dorr Griffin Prime, Travel through Many Lands and Over Many Seas (New York: Harper, 1872), 153.

56) Philip Franz von Siebold, Manners and Customs of the Japanese (London: John Murray, 1852), 61.

57) Jane Desmond, "Displaying Death, Animating Life: Changing Fictions of 'LIveness' from Taxidermy to Animatronics," in Representing Animals, ed. Nigel Rothfels (Bloomington: University of Indiana Press, 2002), 163.

58) E. donovan, Instructions for Collecting and Preserving Various Subjects of Natural History; as Animals, Birds, Reptiles, Shells, Corals, Plants, & c. (London: privately printed, 1794).

59) 예를 들자면 John Timbs, Popular Errors Explained and Illustrated (London: Tilt and Bogue, 1841), 338. 그리고 동일 저자가 쓴 후속편을 참조.

60) Matti Forrer and Ken Vos, Griezelen in Japan: De verbeelding verbeeld (Leiden: Rijksmuseum voor Volkenkunde, n.d.),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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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인어, 253-255</a>)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가짜 인어는 서양인을 속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내수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후 1천년기나 17세기 이전부터 인어를 보관했다고 이야기하는 불교 사원들이 있지만, 인어가 이들 사원에 봉헌된 연대가 확실한 문서가 밝혀진 사례는 없다. 그럴싸한 가짜 인어를 만드는데 드는 기술력을 감안하면, 사원들이 먼저 이런 위조품에 속아넘어갔거나 가짜인걸 알면서도 돈벌이 목적으로 사들였을 것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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