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목성의 달과 창세기 1장 너는 별... 은별

바티칸 천문대 블로그에 올라온 2월 16일자 기사 Navigating the Fourth Day of Creation by means of Jupiter's Moons를 번역합니다. 예전에 적륜 님 블로그의 "멀리바라보는 근세 - 遠鏡" 시리즈를 읽은 감상을 풀어내는 기분으로 번역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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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달과 창세기 1장

크리스토퍼 M. 그레이니
제퍼슨 기술공대 물리학/천문학 교수

한 번은 학기 초에, 필자가 맡은 천문학 개론 수업에서 한 여학생이 꺼낸 이야기가 있다. 이 학생이 누군가(아마도 할머니였다고 기억한다)에게 천문학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더니, 천문학 뿐만 아니라 과학 전반이 악마숭배 행위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제 막 개강한 참이었음에도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수업 내용, 교수, 학우들을 대하고 싶다고 했고, (할머니의 말씀을 전한 거지만, 아마 학생 본인도 갖고있었을)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해 주었다. 이 학생의 이야기에 담긴 정서는 과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이에서 드물지만도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과학에는 종교와 반대되는 어떤 요소가 있다는 두려움, 다시 말해 과학에는 악마의 소행이 담겨있다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관점은 켄터키 지방에 사는 학생의 할머니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맥동전파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공로로 2018년 브레이크스루 일반물리학 상을 받은 조슬린 벨 버넬은 지난 2013년, "퀘이커교도 천문학자의 회상: 과학자도 종교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과학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한 가지 태도를 이야기했다. "합리적인 주류 과학적 설명을, 신비주의로 대체하면서 여기에 의문을 품는 것은 악마와 손잡은 이들이나 할법하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말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학생만큼이나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은 드물고,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이 학생들과도 교류하고 싶고, 그들이 의견을 발표할 때 논의와 소통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은 종교와 과학 사이의 갈등을 생각할 때 무엇을 떠올리는가? 빅뱅 이론에 따른 140억년 짜리 우주와 4세기에 활동한 랍비 힐렐 2세가 성경을 기반으로 계산해 결론 지은 6천년 짜리 우주 사이의 대립인가? (유대교 달력에 따르면 현재는 5779년이다. 아담과 이브가 탄생한 이래 5779년이 흘렀다는 것이다.) 혹은 창세기 1장 27절에 나오듯 아담과 이브가 6번째 날에 만들어졌다는 묘사와 긴 시간을 두고 하위 생명체에서 인류가 진화해왔다는 입장 사이의 대립인가? 

필자가 가르친 학생의 할머니도 위와 같은 것들을 떠올렸으리라. 과학과 종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저런 것들이 화두가 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독자 여러분이 떠올리지 않은 것, 그리고 학생의 할머니 분도 떠올리지 않은 것은 바로 목성의 위성일 것이다. 

목성의 위성들이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냐고? 갈릴레오나 시몬 마리우스 둘 중 한 명이 1609년에 처음으로 발견한 목성의 여러 위성은 17세기 들어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목성의 위성을 연구하는 것은 실용적인 가치가 굉장했는데, 일종의 세계 보편 시계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까지는 시계를 다른 장소로 옮기더라도 계속 시간이 맞을 정도로 시계 제작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다. 배나 수레에 싣고 옮기는 동안에는 시계가 정밀하게 작동하지 않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두 장소 사이에 시간을 동기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별을 이용해 내가 지금 지구 상에 서있는 지점을 알고 싶다면 현재 시각을 알아야했는데,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별들은 계속해서 밤하늘을 따라 시시각각 움직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은 천문학, 지도 제작, 항해를 하는데 큰 문제였다. 항해 중에 시간을 정확히 아는 것은 생사와 돈이 걸린 문제였다. 자기 위치를 잘못 계산했다가 배가 좌초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성의 위성은 목성 주위를 규칙적으로 돌기 때문에, 만국 보편 시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구 상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

▲소형 망원경으로 보이는 목성과 위성들의 모습이다. (출처: 미 항공우주국)


베르나르 르 부예르 드 퐁테넬 (1657-1757)은 1740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천문학을 해서 얻는 것이 오로지 목성의 위성에서 나오는 효용 뿐이더라도, 이토록 방대한 계산, 근면성실한 관찰,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계의 조합, 과학을 위해 건립한 이 위대한 건축물[파리 천문대]을 정당화하고도 남을 것이다."


경도 이야기 - 10점
데이바 소벨 지음, 김진준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데이바 소벨의 베스트셀러 "경도 이야기"는 항해 중 시간 측정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목성의 위성에 대한 첨예한 관심은 중대 발견으로 이어졌다. 프란시스 윌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671년, 젊은 덴마크 천문학자 올레 뢰메르는 자신의 스승인 에라스무스 바르톨린과 프랑스 천문학자 쟝 피카르와 함께 목성의 위성을 관찰하는 일을 맡았다. 지오반니 도메니코 카시니가 최근에 낸 저술[목요위성고]에 나와있는 방법을 따라, 목성의 위성을 관측하는 중대 사업이었다. 이들은 타이코 브라헤의 우라니보르그 관측소가 있던 흐벤 섬으로 갔다. 흐벤 섬의 좌표, 특히 경도를 최대한 정밀하게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타이코 브라헤가 흐벤 섬에서 오랜 기간동안 해온 관측 내용을 파리 자오선에 맞춰 쓸모있게 활용할 수 있었다. 목성의 위성을 관측하는 것은 경도를 찾는데 가장 편리한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흐벤 섬에서 한 관측 내용은 동시에 파리와 코펜하겐에서 한 관측과 비교하려는 것이었다. 관측이 기술적으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피카르가 뢰메르를 설득해 파리로 함께 돌아가 신축 파리 천문대의 직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위성의 움직임을 관찰해보니 지구와 목성 사이의 거리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뢰메르는 여기에 대한 설명을 제시해보였다. 윌모스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1676년 11월 22일, 뢰메르는 프랑스 국립 과학원에서 논문을 발표하였다. 목성의 제1위성이 보이는 변동은 빛이 한정된 속력을 갖고 있음으로 설명되고, 이를 기반으로 빛의 속력을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11월 9일에 수행한 관측에 따르면 [이오] 위성이 월식을 겪는 시간이 그의 이론에서 예측한 바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뢰메르는 주장했다. 빛의 속력을 감안하지 않는 것보다 10분이 차이 났다는 것이다. 뢰메르는 빛이 지구의 궤도를 완전히 가로지르는데 22분이 걸릴 것이라고 추론하였고, 그에 따라 태양에서 지구까지 닿는데는 11분이 걸린다고 하였다. 

▲(좌) 뢰메르가 그린 목성, 지구, 태양, 목성의 위성. 빛의 한정된 속력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출처: 파리 천문대의 로렌스 보비스와 제임스 레큐가 공동 저술한 2008년 논문). 
(우상단) 1676년 11월 9일에 목성의 이오 위성이 목성에 가려지는 월식 현상을 재현한 것이다. 이오가 목성 그림자 밖으로 나오는 참이다. (이오는 왼쪽으로 이동 중이다.)
(우하단) 빛이 순간이동을 했다면 해당 시점에 볼 수 있는 광경을 재현한 것이다. 이오는 목성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나왔고, 그래서 더 밝게 빛난다. 빛의 한정된 속력 때문에, 뢰메르는 이오의 당시 실제 모습을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볼 수 있었다. 천문학자들이 목성 위성을 시계로 쓰려고 아주 면밀히 관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빛의 순간이동을 가정한 계산법에 따랐을 때 이오가 월식에서 벗어나는 시점과 실제로 벗어나는 것이 관측된 시점의 차이가 드러났다. 빛이 속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퐁테넬은 다음과 같이 썼다.

프랑스 과학원이 1670년에서 1675년 사이에 목성의 위성을 관측함에 따라 위성의 움직임에 그전까지는 몰랐던 변동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과학원 소속이던 카시니 씨와 뢰메르 씨는 이 변칙성을 분석한 뒤, 목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두 천문학자가 이 변동성의 원인에 대한 아주 독창적인 추론을 내놓았다. 빛의 이동이란 기존의 모든 철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빛이 퍼지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상상한 것이었다....

뢰메르의 생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빛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다다르는데 8.3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니까 11분이라는 것은 틀렸다. 하지만 뢰메르의 계산은 첫 시도 치고는 근사한 편이다. 반면에 빛의 속력을 발견한 것, 즉 "기존의 모든 철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태양에서 나와 지구까지 도달하기까지 몇 분이 걸린다는 발견은 모든 것을 뒤바꿔놓았다. 

이를테면 창세기 1장 14절에서 19절에 나오는 넷째 날의 묘사를 생각해보자.

하느님이 이르시되 하늘의 궁창에 광명체들이 있어 낮과 밤을 나뉘게 하고 그것들로 징조와 계절과 날과 해를 이루게 하라. 또 광명체들이 하늘의 궁창에 있어 땅을 비추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느님이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 큰 광명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체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하느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두어 땅을 비추게 하시며 낮과 밤을 주관하게 하시고 빛과 어둠을 나뉘게 하시니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넷째 날이니라.

"기존의 모든 철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빛이 순간적으로 이동했다면, 이 구절을 있는 그대로 읽어도 문제가 없다. 넷째 날 하느님이 별들을 창조하셨고, 별빛은 지구에 순식간에 다다랐고, 그날 저녁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이 목성의 위성을 이용해 시간 측정, 지리 측량, 항해술을 개선하려 노력한 덕분에 빛에는 한정된 속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사실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하더라도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데에는 수 년이 걸린다. 그렇다는 것은 하느님이 넷째 날 별들을 창조하셨을 때 그날 저녁 밤하늘에는 별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볼 수 있었으리라. 그제서야 별이 하나 씩 나타나기 시작해서 별들이 다 보이기까지는 수 천 년이 걸릴 것이다. 시리우스는 9년 뒤에, 아르크투루스는 37년 뒤에, 리겔은 860년 뒤에, 데네브는 2,600년 뒤에! 안드로메다 은하도 밤하늘에 맨눈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은하는 워낙 멀리 떨어져있어서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2백만 년이 걸린다. 하지만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하늘의 궁창에 별을 놓고, 지구에 빛을 발산하게 했다고 되어있다. 이것은 넷째 날에 일어났고, 그분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넷째 날 저녁에 별을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넷째 날에 우주를 과학적인 기준으로 보면, 오래된 우주였다는 것이다. 데네브를 기준으로는 2,600년, 안드로메다 성운을 기준으로 보면 2백만년이 된 우주다. 그러니 목성의 위성을 보고, 창세기를 글자 그대로 읽는다면, 하느님은 우주를 성숙한 형태로 창조하셨다. 아담과 이브를 성숙한 형태로 창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순진한 천문학자를 현대 과학의 도구를 가지고 에덴 동산의 일곱째 날에 데려다놓으면, 밤하늘을 보건대 우주는 (최소) 수백만년 된 것이고 아담과 이브는 생김새를 보건대 태어난지 오래된 사람들일 것이다. 합리적으로 볼 때, 우리의 순진한 천문학자는 하느님께서 방금 전에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다고 하신 하늘을, 하느님께서 방금 전에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다고 하신 남자와 여자를 유심히 관찰했을 뿐이지, 여기서 악마숭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천문학자의 계산 결과는 창세기의 내용과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창세기에 따르면, 별이든 남자든 여자든 생겨난지 1주일도 안 되었으니까.) 올레 뢰메르는 우리가 창세기를 읽는 방법에 영향을 주려는 악마의 생각으로 목성을 유심히 관찰한 것이 아니다. 올레 뢰메르는 그저 관찰했을 뿐이다.

솔직하게 두려움을 토로한 그 여학생은 그 뒤로 천문학 개론 수업에서 유쾌하고, 긍정적이고,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성적도 잘 받았다. 이 학생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이 왜 우주가 140억년이 되었다고 말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 개인의 믿음은 랍비 힐렐의 믿음과 더 일치하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학생은 할머니 분께 천문학은 악마숭배 행위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으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할머니는 손녀의 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과학과 종교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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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거리:

카시니가 관측한 데이터는 중국과 조선의 천문학자들도 본받아 쓰고 있었으니,
조선은 1743년에 적용하고, 1770년대에는 여러 서양 천문학자의 이론과 함께 갈서니(噶西尼) 신법을 이야기한다.
일본은 1797년에 관정력(寬政曆)을 적용.

한편, 프랑스에서는 단지 흐벤 섬 관측과 비교만 한 것이 아니라, 베이징, 태국에서도 관측을 했으니,
조선의 목성 위성 관측에 대해서는 데우스, 천신(天神)의 시계, 목성 포스팅 참조.


덧글

  • ㅇㅇ 2019/03/26 22:31 # 삭제 답글

    천문학이 어째서 악마숭배하는짓이죠
  • 남중생 2019/03/26 22:50 #

    갈릴레오와 교화의 갈등, 지동설... 뭐 그런 맥락 아닐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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