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은수저의 사치에서 대중의 기호식품으로: 미국 초기 아이스크림 문화사 [특집] 유제품 시리즈

18세기 사우스 캐롤라이나 식민지 이야기를 한 김에 조금 샛길로 빠져보겠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농촌에서는 거대한 플랜테이션을 경영하는 농장주들이 노예 노동으로 쌀을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생활은 어땠을까요?

Recipes Project에서 Slow-churn Democracy: Ice Cream in 18th and 19th C. Americ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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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의 사치품에서 대중의 취미로: 미국 초기 아이스크림 문화사

켈리 K. 샤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의 남북전쟁 이전 음식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과거의 요리를 재현해서 집으로 가져오는 일이 종종 있다. 남편과 동료들은 (심하게 퍽퍽한) 콘브레드, (의외로 술기운이 돌았던) 고구마 푸딩, (기분 좋게 부드러운 식감의) 캐롤라이나 골드 라이스로 만든 봄 완두콩 쌀죽을 기꺼이 먹어주었다. 한편, 제아무리 흥청망청하게 사치하면서 과시적 소비를 일삼는 상류층 플렌테이션 농장주더라도 아이스크림에 있어서는 오늘날 필자가 소비하는 양을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현대의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연간 20쿼트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하는 반면, (귀한 재료인) 설탕 기반의 액체를 (한시적으로만 구할 수 있는 사치품) 얼음을 이용해 얼린다는 것은 미대륙 식민지에서 18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상류층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제과점에서는 17세기 후반부터 아이스크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빙수(water ices)와 크렘 글라세(cresme glacée) 만드는 방법을 담은 책을 출판했지만, 미 대륙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최초 기록은 18세기 중반이다. 아래는 1744년 메릴랜드 식민지 총독, 토마스 블레이던이 대접한 만찬을 윌리엄 블랙이라는 사람이 묘사한 글의 일부다.

"가장 화려한 상차림 다음으로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후식이 나왔다. 바로 훌륭한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딸기랑 우유랑 같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조지 워싱턴 부부의 집을 찾아온 이들도 1784년에 1파운드 13실링에 구입한 "아이스크림 기계(cream machine for ice)"로 만든 후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 후, 워싱턴 장군이 워싱턴 대통령이 되자, 워싱턴 부인은 접견실에 찾아오는 여자 손님들에게 아이스크림과 레모네이드를 대접했다. 신생 공화국이 성장함에 따라, 빙과류는 국가 만찬에서만 대접하는 특식에서 보다 대중화되었다.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래팔드가 낸 인기 요리책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만들려면 8단계의 레시피를 따르면 된다고 나와있다. 껍질 벗긴 살구를 막자사발에 넣고 빻는다. 설탕과 뜨거운 크림과 함께 섞는다. 체로 거른다. 잘게 부순 얼음으로 살구와 크림이 든 양동이를 둘러싼다. 내용물이 살짝 언 상태에서 젓는다. 더 얼도록 얼음으로 다시 둘러싼다. 얼음 포장을 치우고 모양을 빚는다. 마지막으로 다시 얼린다. 매리 랜돌프가 버지니아 하우스와이프 지에 기고한 "아이스크림 考"를 보면, "게으른 사람은 크림이 들어있는 냉동 용기를 얼음과 소금을 담은 통에 넣은 채 냉동실에 넣어두곤 한다"면서 그럴 것이 아니라 "냉동 용기는 내내 쉬지 않고 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뜰한 살림꾼인 랜돌프는 냉동 용기가 "양철보다 구멍이 뚫리지 않는 편인 백랍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벽면에 붙은 얼음을 긁어낼 때는 손잡이가 기다란 은제 숟가락을 쓸 것을 강조한다.

▲용기 아래 부분은 얼음으로 채워넣고 윗부분에만 아이스크림을 채워넣었다가, 식탁으로 가져오면 집주인이 개인 접시로 옮겨 담아주는 식이었다.
출처: 윈터투르 박물관, 글라시에르 한 쌍, 1790-1810, 중국 경덕진에서 제작한 경질 자기, 석회 유약, 앙리 프랑시스 뒤 퐁 기증, 1965.706.1,.2

오늘날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이스크림을 알아보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1800년에는 콩이 든 아이스크림이 "특색있고 맛있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였다. 19세기 전반까지 요리사들은 바닐라로 아이스크림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편이었던 반면, 딸기, 파인애플, 레몬, 복숭아, 블랙베리, 초콜렛, 아몬드, 피스타치오, 커피 등 수십 종의 맛을 만들어냈다. 아이스크림을 대접하는 방식도 가지가지였는데, 각자 유리잔이나 도자기 컵에 높이 쌓아올리거나, 글라시에르(glacier)라고 불리는 얼음통에 담거나, 틀에 넣고 찍어서 접시 위에 기하학적 모양으로 높이 쌓기도 하였다. 

▲찰스턴의 복스 홀 가든에서 열리는 저녁 행사를 홍보하는 신문 광고. 복스홀 가든은 찰스턴의 중심부에 위치한 퀸 가와 브로드 가를 끼고 자리잡았으며, 무용사, 곡예사, 배우, 외줄타기 달인, 연극 단장이기도 한 알렉산더 플라시드가 열었다. 
출처: 찰스턴 시티 가제트, 1808년 6월 13일자. 

그런데 찰스턴 시민이라면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몇 시간 씩 크림을 젓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1800년이 되자, 알렉산더 플라시드(Alexander Placide)라는 프랑스 사람이 찰스턴 시내의 퀸 가와 브로드 가 사이에 복스홀 가든이라는 놀이 공원(pleasure garden)을 연 것이다. 18세기 중반에 프랑스에서 유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찰스턴 시의 놀이 공원에서도 "벤치와 여타 편한 좌석"에 "몇 분만 기다리면 나오는 찬 저녁 식사"를 제공하였다. 게다가 복스홀 가든은 "저녁 10시까지 아이스크림과 다과류를 드시고 싶으신 신사 숙녀 분들을 위해" 불을 밝히고 영업하였다. "복스홀"이라는 이름은 이후에 찰스턴 시 뿐만 아니라,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다과 정원(tea garden)에 두루 붙여졌다. 19세기 초 미국의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놀이 공원과 아이스크림이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나머지, "아이스크림 가든(ice cream garden)"이 도시에 조성한 녹지를 가리키는 동의어가 되어버리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은 공간에 변화를 부르는 힘이 있다. 사무실 책상을 수입식료품을 취급하는 점포로 바꾸기도 하고, 자동차 앞좌석의 사물함을 이동식 자판기로 변형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18세기 중순부터 19세기 초까지 (미국의 정치적 독립과 발맞추어) 아이스크림은 차별화된 정치적 공간에서 상류층이 즐기던 후식에서 일반 대중이 놀이 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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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사실 이번 글을 번역하게 된 것은, 며칠 전 고궁 박물관에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전을 보고 그 동안 갖고 있던 착각이 풀려서입니다.

"용기 아래 부분은 얼음으로 채워넣고 윗부분에만 아이스크림을 채워넣었다가, 식탁으로 가져오면 집주인이 개인 접시로 옮겨 담아주는 식이었다." (본문 中 글라시에르에 대한 샤프의 설명)

저는 여태껏 이 설명이 도자기 본체에는 얼음으로만 채우고, 오목한 뚜껑 부분에 아이스크림을 담는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만찬의 디저트 코스에서 소르베나 아이스크림을 담는 용도로 사용한 원통형의 냉각용 도자기이다. 가장 아랫부분인 바깥 용기에 얼음을 담고 그 위에 디저트를 담은 그릇을 겹쳤으며, 가장 윗부분에 덮는 뚜껑 부분도 오목하게 만들어 얼음을 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위 아래에서 냉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낮은 온도를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내부 공간이 위아래로 격리되어 있어서 중간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담는다는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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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진냥 2019/02/14 17:47 # 답글

    오오!!! 생각해보면 윗부분에 아이스크림을 담으면 별로 많이 담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디저트 양이 대체 얼마나 적은가 생각했는데 말씀하신 그대로군요!
    제가 관람했을 때는 사람이 하도 많아 설명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었지요. 남중생 님 덕분으로 눈이 뜨인 것 같습니다!
  • 남중생 2019/02/14 17:58 #

    넵, 숨어있는 공간이 있었던 겁니다!!ㅠㅠ
    앞으로도 진냥 님께서 멋진 전시를 소개해주시면 저는 충실한 이고르답게...
    "으흐흐흐 박사님, 실험체가 준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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