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암스테르담의 현무도 용은 환골하고 뱀은 탈태한다




The Watercolour World라는 사이트가 출범했습니다. 영국에 본적을 둔 비영리 단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사진으로 세상을 기록하기 이전의 시대, 그러니까 1900년 이전의 수채화 그림들을 지도 좌표와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검색도 가능합니다.)

저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한번 둘러보려고 들어갔더니 이런 그림이 눈을 사로잡더군요.




우와... 1700년대 초 암스테르담에서 화실을 운영한 3모녀의 합작 앨범에 실린 그림입니다. 이들 모녀는 어머니 마리아 시빌라 메리안(Maria Sybilla Merian, 1647-1717), 첫째 딸 요한나 헬레나 헤롤트(Johanna Helena Herolt, 1668-1723), 둘째 딸 도로테아 마리아 그라프(1678-1743)인데, 당시 네덜란드 령 아메리카 식민지 수리남을 오고 간 이력이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뱀과 씨름하는 카이만 악어도 수리남에서 보았겠죠?


그런데 제가 이 그림을 보자마자 딱 떠오른 것은 고구려 강서대묘의 벽화였습니다.



바로 요녀석이요.

구불구불함의 미학이 아주 그냥 @@

처음에 든 생각은, 1700년대 초에 수리남에서 저런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면 천년 전 지구 반대편 사람들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던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암스테르담 3모녀가 그린 동식물 그림을 보니까... 다른 애들도 저렇게 구불구불해요^^


그러니까, 앵무새를 그려도 구불구불...

황새를 그려도 구불구불...


과연... 원숭이를 그려도... 



구불구불 월드...



(...)




그러니까, 아 이분들 미감이 그냥 이랬구나^^ 싶더라구요. 
아무래도 상업적으로도 잘 팔리는 동식물 그림을 그린 것인데, 저렇게 배배 꼬아놓으면 뭔가 눈이 더 가겠죠? 


예전에 강서대묘의 청룡도와 나이키 상표가 같은 곡선을 그리는 건 인류 공통의 미감각에 호소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기도 아마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17세기 말 수리남의 카이만 악어 그림이나, 고구려 현무도의 도상이나, 그게 얼마나 자연적인 사실에 기반했는지는 별로 따지지 않아도 될듯 싶습니다.

마치 이 초충도에는 엉뚱한건지 의뭉스러운건지 알 수 없는 고슴도치가 오이서리를 해가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 고슴도치 바늘은 저렇게 오이를 찍어서 옮길 정도로 단단하지 못하다는 사실 처럼 말이죠.^^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밀린 악어 이야기는... 다시 연재하겠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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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애국노 2019/02/07 20:50 # 답글

    각 지역마다 스와스티카나 태극같은 회문구조가 보이는 것도 사람의 발상이나 미적 감각이 비슷해서 일어난 수렴진화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남중생 2019/02/07 22:18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ㅎㅎㅎ
    스와스티카 문양에 대해서는 이 글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https://blog.naver.com/kanginuk/2207918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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