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리 타나, 바다에서 본 관점 (2006) - 도입부 번역 [東西洋考]


바다에서 본 관점: 베트남 북부 및 중부 해안에 대하여

호주 국립 대학(ANU)
리 타나

베트남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 국토의 3분의 1 가량을 해안 지역이 차지함에도 역사학자들은 꾸준히 베트남을 두고 대륙부 동남아 국가 중에서 완전한 내륙 국가인 라오스 다음으로 가장 육지 활동에 기반한 정치체로 간주해왔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베트남을 바다가 아니라 내륙에서 북쪽에 위치한 중국 만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박한다. 아래 본문에서 시사하듯, 통킹만 지역은 교지양(交趾洋)이라고 불린 지역의 연장이자 핵심부였다. 교지양은 그보다도 오래된 바닷길, 서양항로(西洋航路)의 심장부에 위치하여 15세기까지 무역 지대로 번영을 누렸으며, 무슬림 상인들은 남아시아, 서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 이곳 교지양으로 항했다. 이 무역 지대는 통킹만을 바라보는 광서 지역 해안, 다이 비엣(大越) 바닷가, 참파 북부, 해남도를 포함했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이들 사이의 빈번하고 집중적인 교류는 이들이 서로 인접해있음에도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공통점이 적었다는 기존의 인식을 반박한다. 13세기 들어 이 지대에 일군의 정치, 종교, 교역 중심지가 등장했다는 것은 우연으로 볼 수 없다. 이들 중심지 덕분에 당시 다이 비엣의 주류 수출 품목인 도자기의 생산이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도자기 산업은 대체로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무슬림 상인들이 주도하고 중개한 것이었다. 도자기 산업은 해당 지역에서 발달한 다른 산업과 함께 번성하였기에, 이 산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전체 경제 활동 중에서 차지한 분량으로만 평가해서 중요치 않다고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역과 산업에 대한 조사는 당시 이 지역에서 활동한 여러 민족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오늘날 베트남의 민족 분포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지양과 베트남 중부 지역의 중추적 역할 

교지(베트남 북부)가 통킹만의 좁은 해역을 통해 중국과 이어져있다는 일반 관념과 달리, 당나라 때까지 교지와 중국 사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통킹만을 대체로 기피하였다. 이는 연안을 따라 숨어있는 커다란 암초 때문이었는데, 그리하여 파도를 잠재운다는 호칭이 붙은 한나라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조차 기원전 1세기에 교지 땅으로 원정을 나가면서 '산 사이 통로를 열어 바다를 피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9세기에 이르러서야 해결되었다. 당나라의 안남절도사 고변(高駢)이 암초를 치운 것이다.

통킹만의 험난한 여건으로 인해, 지역 항해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은 중부 베트남, 특히 응에 안(Nghệ An)과 하 띵(Hà Tĩnh) 지역이 맡았다. 이 항로는 하이난을 동쪽으로 돌아 복건과 광동으로 갔다. 한편 육로는 쯔엉 선 산맥을 가로질러 중국인이 육진랍(陸眞臘)이라고 부른 지역(아마도 라오스 남부 및 캄보디아 북부)을 연결하고 바다로 빠져나갔다. 이렇게 하여 잘 알려진 8세기 경로의 골자를 형성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경로를 지도 위에 그려보면 가장 오랫동안 인도양과 중국 사이의 수송을 담당한 원거리 경로, 서양항로와 이어진다.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이 사용한 동양항로는 더 나중에 개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항로와 달리, 예로부터 인도양을 거쳐온 상인들이 이용한 서양항로는 아마도 베트남 중부에서 만나는 해로와 육로의 혼합 형태였을 것이다. 베트남 중북부와 통킹만 그리고 배후의 산간 지역은 사실상 서양항로가 에워싼 형세인 것이다.  

Li Tana, A View from the Sea: Perspectives on the Northern and Central Vietnamese Coast. Journal of Southeast Asian Studies, Vol. 37, No. 1 (Feb., 2006), pp. 84-85



▲최근에 Map porn 사이트에 올라온 11-12세기 교역로 지도. 원래는 육진랍 교역로가 없지만 역자가 노란색으로 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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