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흥화의 흡혈귀, 마까롱 2부 인도차이나 ~Indochine~

흥화의 흡혈귀, 마까롱에 이어서 씁니다. 으레 그렇듯, 남중생 뇌피셜이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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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화의 흡혈귀, 마까롱 2부

자, 그렇다면 타이 계열 끄룽(나라) 출신 포로 "마까롱"을 표기한 또다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그 전에 잠깐 베트남인이 이민족을 묘사한 다른 기록도 살펴보자.


야차왕

옛날 상고시대 때 남월(南越)의 구락국(甌雒國) 영토 밖에 묘엄국(妙嚴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임금은 야차왕(夜叉王)이라 불렸다.[1] 그 나라는 북쪽으로 호손정국(狐猻精國)과 접해 있었다. 호손정국의 임금은 '십차왕(十車王)'이고 태자는 '미자(微姿)'였다. 미자의 처는 '백정후랑(白淨后娘)'인데 세상에 다시없는 미인이었다. 야차왕이 소문을 듣고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마침내 무리를 이끌고 와 호손정국을 포위하여 공격했으며, 백정후랑을 잡아갔다. 이에 분노한 미자는 원숭이 무리를 이끌어 산을 뽑고 바다를 메워 모두 평지를 만든 다음 묘엄국을 공격해 야차왕을 죽였으며 도로 백정후랑을 데리고 돌아갔다. 대개 호손정국은 원숭이 정령의 나라로서 지금의 점성국(占城國)이 그것이다.

[1] 원주: 장명왕(長明王)이라고도 하고, 십두왕(十頭王)이라고도 한다. 

(박희병 역,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pp. 117)


맙소사 점성국(참파)이 원숭이의 나라라고?

여기서 말하는 두 가지 원숭이, "호손"과 "미후"에 대해 본초강목은 자세히 다루고 있다.


본초강목에서 미후는 서식지가 남쪽에 자리잡은 "이상한" 동물에 속했으며, 이 우류(寓類) 항목의 동물들은 많은 경우 중국 남부의 산과 숲에서 산다고 여겨졌다. 이시진은 스스로 설문에 나와있는 내용에 첨언하기를, 미후의 눈빛이 걱정하는 오랑캐[1]와 같다고 적었다.
이시진은 미후와 인간의 유사성 여러 개를 상세히 적었다: 미후의 생김새, 손발, 걸음걸이, 임신기간, 울음소리가 모두 사람을 닮았다. 미후는 세수를 했으며 길들일 수 있었다. 마경(馬經)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후를 마구간에 두어서 말이 병에 걸리는 것을 막았다: 미후의 생리혈을 매달 말이 먹는 여물에 위에 뿌려서 질병을 예방한 것이다. 이는 이시진의 약물 설명에서 성별이 갖는 역할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미후를 제외하고는 본초강목에서 동물의 생리혈을 약으로 처방한 사례가 없다시피 한데, 이는 동물과 사람의 경계라는 미후의 지위를 한결 더 강조한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과 월(粤), 파요(巴徼) 지방 사람들은 미후의 머리통과 고기를 별미로 먹었다고 한다.

[1] 수호(愁胡)라는 표현인데, 수심에 잠긴 오랑캐라는 뜻이 맞으면서 매의 눈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러니까 호손은 미후의 또다른 이름이고, 15세기 베트남 사람이 보기에 참파의 옛 유래는 원숭이 나라였다.

그런데 이게 "마까롱"과 무슨 상관이냐고? 

본초강목의 우류 항목에서는 미후(호손)와는 또다른 짐승을 소개하고 있는데, 중국의 서남 지역 그리고 특히 교주(交州)에 산다는 "과연(果然)"이란 녀석이다.

현대 중국어로 "과연"의 발음은 "궈란(guo ran)"이다. 호손(狐猻)을 북방 오랑캐를 닮았다는 뜻을 취해 호손(胡孫)이라고도 쓰듯이, 발음이 비슷한 말을 가져다 붙였을 수도 있겠다.

과연(果然)은 꼬리를 코에 끼워넣은 채로 나무에 매달리기를 좋아했다. 이러한 행동은 과연을 구분짓는 습성이 되었고, 삽화가는 과연을 전형적으로 콧구멍에 꼬리를 밀어넣은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림 2.3 참조). 이시진이 인용한 문헌군(시문, 경서, 이야기 모음)은 과연이 (늙은이는 앞장서고, 젊은이는 뒤따라) 무리지어 이동하며, 인(仁), 효(孝), 예(禮), 지(智)의 면모를 드러낸다는데 대개 의견을 모았다. 과연은 먹이를 두고 관대했으며, 평화로이 생활하고, 동족이 공격당하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도와주러 왔다. 옛 글에 따르면 과연은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 본초강목 상의 논의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과연은 수상한 성격을 띤 짐승이기 때문에 과연이라는 말은 수상한 사람을 일컫는데 흔히 쓰이는 별칭이었다. 종육(鍾毓)이 지은 과연부(果然賦)와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옛 백과사전은 남방의 산에 사는 과연과 그 새끼의 고기가 맛깔난다고 증언했다. 

(칼라 내피의 "예티와 인의예지" 中  본초강목에서 소개한 여러가지 원숭이)


마까롱과 과연은 모두 자신의 신체일부를 코에 끼워넣는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예컨대 본초강목의 우류 항목이 다룬 또다른 원숭이 융(戎, 역시 오랑캐 이름)에 대해서는 "그 꼬리가 매우 아름답고, 사람들이 독화살을 쏘아 맞히는데, 중독되면 즉시 스스로 꼬리를 깨문다"는 글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요괴" 마까롱과 "짐승" 과연의 습성이 모두 타이 족 오랑캐에 대한 묘사에서 유래한 와전이라면... 코에 무언가를 끼운다는 언급은 무엇을 의미할까? 
코를 뚫어서 긴 장식을 다는 풍습이었을지도 모르고, 긴 빨대로 무언가를 마시는 모습에서 착안했을 수도 있겠다. 앞 글에서 인용한 안남지략에 따르면 노자는 갈대로 술을 마신다.

마지막으로, 본초강목에서 미후와 과연을 반복해서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신경 쓰인다. 칼라 내피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곧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결정적인 구분선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다소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 본초강목은 약재 사전이고, 모든 항목은 어떻게든 복용이 가능해야했다. 동물 재료에서 나오는 거라면 뭐가 되었든지 섭취해서 몸에 좋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물 이야기를 하는거겠니 하고,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만... 과연? 


나무의 정령

상고시대 봉주(峯州) 땅에 큰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전단(旃檀)이라고 했다. 높이는 천 인(仞)이 넘고 가지와 잎은 무성하여 대체 몇 천 장(丈)이나 뻗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학이 이 나무에 날아와 깃들였으므로 땅 이름을 백학(白鶴)이라고 했다. 

천 년이 지나자 나무는 늙어 말라죽었으며 화하여 정령이 되었는데, 그 조화가 변화무쌍하여 능히 사람과 동물의 목숨을 빼앗았다. 경양왕(涇陽王)이 신술(神術)로 그를 눌러 횡포는 조금 줄었으나 그럼에도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조화를 부려 늘 사람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사당을 세워 빌었으며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에 산 사람을 바쳤다. 그러자 나무의 정령이 횡포를 부리지 않아 백성의 삶이 편안해졌다. 사람들은 나무의 정령을 창광신(猖狂神)이라 불렀다. 서남쪽의 땅이 미후국(獼猴國)에 가까웠으므로 웅왕(雄王)은 파로(婆路)의 만인(蠻人)에게 분부해 산야(山野)에서 요자(獠子)를 잡아오게 했으며 이를 창광신에게 바쳤다. 이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었다. (이하 생략)

(박희병 역,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pp. 29)




음... 역시 신경 쓰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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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2/01 01:32 # 답글

    콧구멍속에 크고 길고 끔찍한 바늘을 뇌를 향해 찔러서 뇌를 빨아먹...
  • 남중생 2019/02/01 02:23 #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흡혈귀, 미이라, 좀비... 전부 뒤섞여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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