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흥화의 흡혈귀, 마까롱 인도차이나 ~Indochine~

Liam Kelley 교수님의 The Vampires of Hưng Hó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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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화의 흡혈귀, 마까롱

18세기에 여귀돈(黎貴惇)이 쓴 견문소록(見聞小錄)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접했다. 흥화(興化) 지방에 사는 "마까롱(ma cà rồng)"이라는 요괴에 대한 구절이다. 오늘날 베트남에서는 드라큘라와 같은 서양 "흡혈귀"를 부르는데 마까롱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이 구절을 보면 마까롱이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까롱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볼 수 있는 요괴 종류와 몹시 닮았다. 이 요괴는 낮에는 사람이었다가 밤에 무언가로 변신을 해 하늘을 날아서 임신한 여성을 먹잇감으로 노린다.

캄보디아에서 이 요괴는 아압(aap)이라고 불리고, 태국에서는 피 크라수에(phi krasue)라고 불리는데, 보통 여자의 머리가 몸통으로부터 떨어져나가서 내장이 머리 밑에 달린 채 하늘을 난다고 한다. 이 여자 요괴는 혀를 아주 멀리까지 뻗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 잠 자고 있는 임산부의 피를 빨아먹거나 그 뱃속의 태아를 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요괴의 여러 변형은 도서부 동남아시아 전역에도 걸쳐있다. 그러나 필자는 베트남에도 이런 요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베트남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베트남에서 찾아서 기뻤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나온 지역은 당시 베트남 민족이 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을 일컫는 행정단위인 동洞이 들어가는 "상동祥洞"과 같은) 지명을 봐도 알 수 있고, 요괴의 이름도 이를 가리킨다. "마까롱"은 베트남어 이름으로 들리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여귀돈이 기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흥화(興化)의 상동(祥洞)에서 하로책(下路冊)까지 마귀 백성(魔民)이 있다. 이름은 마까롱(魔茄蜂)이다. 그 백성은 낮 동안에는 경작하는 일에 복역하고 평소 같이 드나든다. 처마 밖에 나무 통을 놓고, 소목(蘇木) 물에 잠긴다. 밤이 되면 양 발의 엄지 발가락을 코에 찔러넣고 날아가서 마귀가 되는 것이다. 산부(産婦)의 집에 들어가 피를 빠는 것을 즐긴다. 사람들은 등의 불빛이 이상한 걸 보고, 즉시 이 괴물이 들어온 것을 안다. 매번 그물을 펼쳐 그 [임산부? 이 부분은 애매하다] 주위에 두르고 막는다. 못 들어오면 가버린다. 또 몽둥이로 그 속을 난타하고 쓰러졌다가 또 날아오르는 것을 보듯이 한다. 그 나는 것이 꼭 쇠똥구리(蜣螂) 소리가 난다.

5경(五更)에 날아돌아와 소목 통에 다시 잠기고, 발을 원래대로 해서 사람이 된다. 밤 동안의 일을 물으면, 모른다. 

집에 이것의 피해를 받은 자가 있으면 무당을 청해 비는데, 병든 이의 아픈 곳을 보면 사람 이빨에 물린 모양이 있다. 입는 옷을 가져다가 밥솥(飯甑) 위에 놓는다. 그런 다음 무당이 말한다. "너는 물어뜯었으니, 이 사람을 내버려두어라." 옷을 다시 입히면 바로 병이 낫는다. 

[견문소록, A. 32, 6/15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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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다른 것도 다 이상하지만, 콧구멍에 엄지발가락을 찔러 넣는다는 이야기가 가장 이상하다. 

역자가 보기에 이 "마까롱"은 "머리만 날아다니는 요괴"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선 마까롱은 머리만 날아다니지 않는다. 발가락을 코에 끼우고 변신하는 것이다. 머리가 날아다니는 요괴 유형은 켈리 교수님께서 설명하셨듯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도서부 동남아시아에 걸쳐 여러 종류가 있고, 중국 남부와 일본에도 있다. (조훈 블로그의 비두만로쿠로쿠비 참조)

한편 14세기에 쓰인 안남지략(安南志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데, 아래 켈리 교수님의 주석에 따르면 "교지(베트남 북부)" 사람들도 이 "머리만 날아다니는 오랑캐"를 알았다는 것이다.

"노자(獠子)는 만자(蠻子)의 다른 이름이다. 많은 노자가 호광(湖廣)과 운남(雲南)에 노예로 있다. 교지(交阯)에 복역하는 노자도 있다.* 또한 이마에 (문신을) 새기고 이빨에 구멍을 뚫는 자들도 있다. 종류가 아주 많다. 옛 기록에 실려있기를, 두형노자(頭形獠子), 적곤노자(赤裩獠子) 비음노자(鼻飲獠子)가 있다.** 모두 바위 동굴과 다락집(橧巢)에 살고 갈대로 술을 마신다(蘆酒)." (이하 생략)

*"호광(湖廣)"은 오늘날 후난성과 광시성에 해당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교지(交阯)"는 홍하 삼각주 지대의 옛 이름이다. "복역(服役)"은 노역을 말할 수도 있고 군역일 수도 있기 때문에, 노자가 어떻게 교지에 "복역"했는지는 불확실하다. 

** "두형노자(頭形獠子)"라는 호칭은 아마도 "비두노자(飛頭獠子)"의 오기일 것이다. "비두노자"는 중국 사료에 나오는 노자의 한 종류고, 나머지 노자의 이름도 중국 사료에서 언급한다. 

(켈리 교수님의 이전 포스팅, 베트남의 노자 中) 


더욱이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오랑캐 중 일부는 교지에 "복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위 견문소록의 "마까롱"에 대한 언급과 겹친다.

"그 백성은 낮 동안에는 경작하는 일에 복역하고 평소 같이 드나든다."

음... 그렇다면 마까롱과 (비두) 노자는 모두 베트남인들에게 정복당해 복역하던 이민족으로 보인다. 
우리(사람)와 매우 다른 "사람"을 본 베트남인들은 사람과 요괴의 경계선에 이들을 놓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밤이 되면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들은 사람과 짐승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있기도 하였다.

마까롱(魔茄蜂)이라는 표기를 보면 마+까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한자는 그저 요괴, 마귀임을 알리는 것이고, "까롱"이라는 요괴라는 뜻의 이름인 것이다. 실제로 이 요괴의 다른 표기를 찾아보면 가룡귀(茄鬼, 마까롱), 기증귀(奇䗀鬼, 마까랑), 건숭귀(乾崇鬼, 마깐숭) 따위인데, 모두 "도시" 및 "국가"를 뜻하는 타이어 "끄룽(กรุง, krung)"을 표기하고자 한 시도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그러니까 타이 계열 "나라"에 살던 사람들이 베트남에게 복속당한 뒤로 "끄룽 요괴"(마까롱)라 불린 것이다. 
역자가 생각하기에 이 "끄룽" 사람들을 표기하고자 한 시도는 하나 더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이어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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