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니칸드로스의 독사 퇴치제 1부: 신화와 마법 [특집] 뱀, 여자, 위험한 것들

Recipes Project 블로그에서 Nikander's Snake Repellant Recipe. Part 1: Practical Myth and Magic을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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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칸드로스의 독사 퇴치법 1부: 신화와 마법

몰리 존스-루이스


로포니오스의 니칸드로스가 독이 있는 짐승들을 어떻게 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쓴 시, 테리아카(theriaca)에서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징그러움과 숭고함이 대치되는 상황이다.

▼10세기 사본에 묘사된 콜로포니오스의 니칸드로스. 
출처: 위키피디아 

세 갈래 길에서 뱀 두 마리 교접하니,
암수 한 쌍 막 흘레붙은 참에, 
냄비 안에 산채로 넣고 재료를 더해,
절체절명 위기 시에 퇴치약을 얻으리.
갓 잡은 사슴 골수 서른 드라크마,
장미 기름 삼분지일 분량은 약사들이,
"상급", "중급", "곱게 갈음"이라 하는 것을 넣으라.
그런 다음 빛나는 기름도 동일한 분량,
밀랍 사분지일 분량을 전부 둥근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살코기 부드럽고 척추는 조각조각 떨어지도록 익히라.
그런 다음, 모양 좋게 잘 만든 막자를 들고 각종 재료를 갈아라
익힌 뱀과 섞되, 척추뼈는 멀리 던져버려라
척추에는 유해한 독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다리에 고루 발라라,
여행을 떠나든 잠자리에 들든
튜닉에 허리띠를 조이고 갈퀴로 곡식을 분리할 때에도.

[니칸드로스, 테리아카 99-115]

이 시를 읽노라면 드는 생각이 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뱀을 애당초에 괴롭히지만 않았더라면 뱀 퇴치제도 필요없는거 아닐까?[1] 우리가 지금 읽은 굉장히 끔찍한 심상은 니칸드로스가 의도한 원래의 청중에게는 문화적 하위텍스트를 통해 더욱 강하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혔을 뿐 아니라, 퇴치법의 신빙성도 높아졌다. 고대의 청중에게는 그럴싸하게 들리는 레시피였던 것이다.

교접하는 뱀이라는 심상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테베의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그에게 일어난 일시적인 성전환 사건이다. 어느날 티레시아스는 길을 가다가 교접하는 뱀 한 쌍을 보았다. 티레시아스는 뱀을 지팡이로 내리쳤고, 이에 분노한 헤라는 그를 여자로 바꾸어놓았다. 몇 년 뒤, 티레시아스는 교접하는 뱀 한 쌍을 또 마주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랬더니 남성의 몸으로 돌아왔다. 이 경험으로 인해 티레시아스는 헤라와 제우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을 중재하는 민망한 영예를 안게 되었다. 논쟁의 주제는 섹스를 할 때 여자와 남자 중에서 누가 더 즐거운가 하는 것이었다. 티레시아스의 판결은? 여자라고 한다. 그것도 남자 보다 10배나 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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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편 뱀으로부터 안전히 도망가는 방법도 있다. 리암 켈리 교수님의 뱀을 잡을 때 왜 여자 옷을 써야할까? 참조.
[2] 여기에 대한 중세인의 생각은 mori 님의 남자랑 여자 중에 누가 더 좋을까요 - 성녀 힐데가르트를 참조.
▲ 자신이 여자로 변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티레시아스가 발정난 뱀 한 쌍을 두들겨패고 있다. 1690년경 목판화. 
출처: https://commons.wikipedia.org/wiki/File:Tiresias_striking_the_snakes.png 

니칸드로스의 청중은 이 이야기를 아주 잘 알았을 터인데, 티레시아스의 모험은 당대 문학에서 애용하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뱀 퇴치약을 제조하는데 알 사람은 다 아는 농담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교접하는 뱀을 괴롭힌다는 것은 아주 인상깊은 신화 속의 처벌을 연상시키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니칸드로스는 그리스 남자라면 누구라도 오금이 저릴 법한 신의 분노를 살 일을 저지르라고 청중을 부추기는 것일까? 아니면 뱀 퇴치제를 만드는 사람이 신적인 지혜와 영성을 지닌 티레시아스의 대역을 맡는다는 걸까? 아니면 보다 단순한 교훈으로, 이토록 강력한 퇴치제를 만들기 위해선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영웅적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까?

▼ 헤카테(트리비아) 여신. 세 갈래로 갈리는 길목에 상징물이 세워졌다. [3]
교접하는 뱀을 찾을 수 있다는 세 갈래 길(트리오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와 같은 갈래길은 고대 마법 기담에서 힘이 깃든 장소였다. 그랬기 때문에 로마인은 헤카테 여신을 두고 "트리비아", 즉 "세 갈래 길"이라고 불렀다.[4]

새 생명을 만드는 중에 있는 뱀을 초자연적 힘이 잔뜩 깃든 장소에서 잡아 죽인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제조법이 '작용'하는 방식은 상징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선 뱀 한 쌍은 온갖 독사를 상징한다. 성경에서 노아가 짐승을 암수를 맞춰 방주에 들였듯이, 암수로 된 뱀 한 쌍도 '모든 뱀'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다음, 인간은 뱀을 죽일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데, 이 행위는 인간의 이동을 위해 인간이 만든 상징적, 형이상학적 힘의 장소에서 일어남으로써, 위험한 자연의 힘에 대해 인간 행위자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조법의 후반부에서 인간은 말그대로 뱀을 산산조각 내어 가루로 만들어 버린 다음, 몸에 바를 수 있는 고약으로 만든다. 지나치게 독이 강한 척추는 빼고 말이다. 

제조법을 따르는 과정이 제조법의 결과물 만큼이나 치유 작용을 할 수 있다. 니칸드로스의 뱀 퇴치제를 만들다보면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폭력을 가함으로써 뱀에 대한 두려움을 가라앉히게 되지만, 또한 청중에게 뱀은 예방 가능한 위험이라는 인식을 설득시킴으로써 불안감을 잠재운다.

2부에서는 목가시(牧歌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공포라는 각 장르 속에서 이 제조법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다룰 것이다.


몰리 애인 존스-루이스는 매리랜드 주립 대학교 고대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연구 주제는 고대 지중해 지역의 의학과 의약담에 집중되어있다. 가장 최근 연구에서는 독극물 이야기, 민족 구분, 환관을 다뤘고, 현재는 로마 시대 법과 사회 속의 의사들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과거의 간접경험 속에서 살고 있거나 현재의 소파에 앉아서 고양이 집사답게 뜨게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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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국과 일본에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길모퉁이에 세워놓는 석감당(石敢當)과 유사하다.
서유기의 8. 석감당 기사 참조.

[4] 현재 영어에서도 샛길로 빠지는 이야기를 "트리비아"라고 부르며, 한국어에서도 삼천포...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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