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2. 도돌이표: 타이 언어와 비엣 언어 [도돌이표]

Liam Kelley 교수님의 2. Going Backwards: Tai and Vietics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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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돌이표: 타이 언어와 비엣 언어

라오스 캄무안 주에는 사에크어라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20세기에 서양의 학자들은 사에크어가 어느 어족에 속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씨름했다. 처음에 학자들은 몬-크메르어족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프랑스의 언어학자 앙드레-조르주 오드리쿠르는 사에크어가 타이 언어라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타이 제어 중에서도 특히 북부 타이 언어라는 것이었다.

언어학자들은 타이 제어가 오늘날 중국 광시성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믿는다. 약 2,000년 전에 생긴 타이 조어로부터 중부 타이어, 북부 타이어, 서남부 타이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셋 중에서 서남부 타이어 가장 늦게 생긴 것이다. 오늘날 언어학자들은 서남부 타이어가 기원후 8-9세기에 나타났으며, 서남부 타이어 구사자들이 같은 시기에 "타이 언어의 고향"을 떠나 이주했다고 말한다.

아래 지도에 보이듯이, 타이 제어의 3대 지파는 지역 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에크어가 쓰이는 곳은 북부 타이어가 아니라 서남부 타이어가 쓰여야 할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에크어의 존재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여겨져왔다.


1998년에 제임스 R. 체임벌린이라는 언어학자가 "사에크어의 기원이 타이어와 베트남어의 역사에 시사하는 바"라는 제목의 논문을 시암 학회지에 실었다. 이 논문에서 체임벌린은 라오스 캄무안 주의 북부 타이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광시성에서 캄무안 주까지의 전역에 원래 타이어 구사자들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하였다.

인용하자면, 체임벌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홍하 삼각주 이남의 사에크어와 기타 북부 타이 계열 언어의 분포를 볼 때, 타이어 구사자들이 원래 삼각주를 포함해 남북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거주했다는 가설을 반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이 논문에서 체임벌린은 기타 북부 타이 계열의 언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체임벌린은 이 가설에 대해 확신을 내비쳤지만, 타이 구사자들이 홍하 삼각주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체임벌린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무턱대고 단정한 뒤, 키스 테일러의의 1983년 저작 "베트남의 탄생"에서 베트남어 구사자들이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근거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체임벌린이 인용한 정보는 필자가 앞의 글에서 문제시한 1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테일러가 정확하게 기록했지만, 사료가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체임벌린이 해석한 것이었다. 테일러도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테일러의 책에서 체임벌린이 찾은 근거 한 가지는 722년, 중국이 다스리던 지역의 남쪽 변방에서 매숙란(梅叔鸞)이라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매숙란은 매흑제(梅黑帝)라고도 불리는데, (테일러는 포함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이 반란은 비엣 민족이 아닌 참 족 같은 사람들이 일으켰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체임벌린은 이를 두고 "현대 베트남 민족의 진정한 선조"(42)들이 타이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영역으로 북진하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체임벌린은 결론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베트남 민족이 정확히 언제 홍하 삼각주의 타이 민족을 대체하였는지는 불확실하나, 7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일어났을 것이다." (44)


다시 말해, 체임벌린은 홍하 삼각주 지역이 원래 타이어 구사자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는데 7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어느 시점에 베트남어 구사자들이 타이어 구사자들을 "대체"했다는 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이 이론은 단 하나의 근거에 기반해 있었으니, 오늘날 라오스 캄무안 주에 북부 타이어를 구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근거만을 보더라도 체임벌린이 내놓은 것처럼 대담한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하나의 근거조차 반박당한 것이다. 

2012년에 언어학자 핏타야왓 핏타야폰은 학회 발표에서 "사에크어는 크게 예외적이지 않은 타이 언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핏타야왓 핏타야폰의 주장은 그동안 언어학자들을 당혹케 했던 사에크어의 여러 특징이 베트남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구사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일어난 변화의 결과라고 손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에크어를 서남부 타이어로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더라도 사에크어라는 단 하나의 사례만으로 "타이어 구사자들이 [홍하] 삼각주를 포함해 남북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거주했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신간 "베트남 통사"에서 벤 키어넌이 체임벌린을 인용하면서 주장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책의 제1장 중에 "선사시대 베트남의 타이 언어와 비엣 언어"라는 항목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한다.)

우선 키어넌은 예일 대학교가 2008년에 개최한 쯔놈 연구 워크샵에서 (타이 언어학을 다루지는 않는) 베트남의 저명한 언어학자 응우옌 꽝 홍이 한 기록상에 없는 "발언"을 인용한다. "비엣 언어가 북부에 도착한 시점은 논란이 분분하다. 기원전 2천년기에 홍하 삼각주의 타이 언어 구사자를 비엣 언어 구사자가 대체했다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그런 다음 체임벌린의 논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원후 1천년기에 일어났다고 추측하는 이도 있다."

그리고 나서 키어넌은 "진실은 둘 사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나 타이 언어학을 전공으로 하는 (그러면서도 체임벌린처럼 근거 없이 역사적 주장을 하지 않는) 언어학자들 의 저술을 따라가보면, 위 발언 중 정확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타이 언어에 집중하는 언어학자들은 타이 언어가 응우옌 꽝 홍이 (한 말이 맞다면) 주장하는 것만큼 일찍 등장했다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일찍 잡더라도 2천 년전(Wei, Hartmann, Wang, et. al., "GIS in Comparative-Historical Linguistics Research: Tai Languages") 또는 1,500년 전(Anthony Diller, "The Tai Language Family and the Comparative Method")에 있던 타이 조어에 대해 말할 뿐이다. 반면에 위에서 말했듯, 타이 언어학자들은 서남부 타이어가 베트남 북부의 산간지대를 거쳐 라오스와 태국으로 퍼진 것은 기원후 8, 9세기에야 비로소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타이 언어에 집중하는 언어학자들의 저술에 따르면 타이 언어 구사자들이 홍하 삼각주의 변두리에 다다른 시점은 체임벌린이 베트남어 구사자들에 의해 타이 언어 구사자들이 "대체"되었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얼추 같다는 것이다...

제한된 한도 내에서 필자가 진행한 연구 또한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여기여기 참조.)

이는 물론 더 이른 시기의 타이 언어 구사자가 남방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서남부 타이 제어의 확산 및 타이어 구사자와 베트남어 구사자의 문화교류로 이어진 대규모 이동은 기원후 1천년기 말이 되어서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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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1/30 00:20 # 답글

    이렇게 논거를 가지고 주장을 전개해야 되는데, 유사역사학을 퇴치하겠다는 어떤 사람은, 유사역사학의 뿌리는 친일파라느니 전라도의 전교조 교사가 유사역사학을 퍼뜨렸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이것은 대인논증의 오류죠.
  • 남중생 2019/01/30 01:15 #

    켈리 교수가 들고 있는 근거가 잘못되었다고 바로 다음 글에서 지적하고있는데, 이건 뭐... 대인논증의 오류네요.

    그리고 초록불 님이 제 누추한 블로그에 와서 한가하게 댓글이나 읽고 계실리가 없지 않습니까. 한풀이는 다른데서 해주세요. 볼썽 사나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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