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 도돌이표: 물의 문화 [도돌이표]

Liam Kelley 교수님의 1. Going Backwards: The Aquatic Culture Myth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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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돌이표: 물의 문화

1983년, "베트남의 탄생"에서 키스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베트남의 "신화 전승은... 바다 중심의 문화가 대륙성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로부터 온 문화 영웅이 문명을 가져다주었다." (1)

여기서 테일러가 언급한 "문화 영웅"은 락룡군이었다. 락룡군은 15세기 영남척괴열전(嶺南摭怪列傳)과 15세기에 집성된 역사서 대월사기전서(大越史記全書)에 처음으로 등장한 "신화적" 인물이다.


사실 영남척괴열전에는 락룡군이 "바다로부터" 왔다고 말하지 않고, "물 속 궁전"이라는 뜻의 "수부(水府)"에 산다고 되어있다. 중국의 문학전통에서 "수부"란 물의 정령이 사는 곳을 일컫는 굉장히 흔한 표현이다.

대월사기전서 역시 락룡군이 바다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실, 락룡군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문헌 모두 락룡군의 어머니가 동정군(洞庭君)의 딸이었다고 이야기하고, 락룡군의 아들이 세웠다고 하는 나라가 북쪽으로는 동정호와 접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도 상의 영역은 양쯔강 이남의 중국 남부 지역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락룡군을 바다와 엮는 유일한 언급은 대월사기전서에 추가된 주석인데, 해당 주석이 달린 시점은 14세기 이후, 대월사기전서가 출간된 17세기 말 이전이다. 본문에서는 락룡군이 아내를 떠나 "남쪽에서 살았다"고 되어있다. 여기에 붙은 주석에 "'남쪽에서 살았다'는 것은 '남해로 돌아갔다'는 것이다."(居南作歸南海)라고 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바다 중심의 문화"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매우 빈약한 근거다. 그렇기 때문에 테일러가 새로 쓴 베트남사 개론서, "베트남인의 역사"에서는 더 이상 이 주장을 하지 않는다. 또한 15세기 이야기를 통해 기원전 1천년기를 다루고자 하지도 않는다.


테일러가 새로 쓴 책과 달리, 벤 키어넌의 신간 "베트남 통사"는 테일러가 먼저 쓴 책과 유사한 주제를 내세우고 같은 "근거"를 이용해 베트남이 "오랫동안 물의 문화를 보유하였다"(7)고 주장한다. 이 주제에 대해 키어넌이 한 주장은 여기에 요약되어있다.

키어넌은 테일러의 "베트남의 탄생"에서 1~10 쪽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베트남 민족을 최초로 기록한 이름은 락(Lạc)이다.' 이 단어는 물에 사는 수달 같은 생물을 뜻하는데, 락룡군(수달 용의 군주)의 이름에도 나타난다. 락룡군은 바다에서 나와 베트남인에게 농사를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필자의 눈이 나쁜 것인지, 따옴표 속의 인용구는 10페이지에 보이는 한편, "수달 같은 생물"에 대한 언급은 그 책의 1에서 10쪽을 통틀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테일러가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있긴 하다.

키어넌은 락룡군이라는 이름 속의 "락(貉)"이란 글자를 홍하 삼각주의 무논을 락전(雒田)이라고 부른 옛 중국 문헌과 연결짓는다. 그리고 나서 고(故) 후잉 사잉 통(Huỳnh Sanh Thông)이 글로 남기지 않은 "락(lạc)은 낙(nác)의 변형으로, 느억(nước)의 고어 또는 방언 형태이다."(41)라는 주장을 인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락(lạc)"이라는 표현이 베트남인의 "물 문화"를 상징한다고 보이기 위함이다.



한 단어가 "고어"라고 하는 것과 "방언"이라고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잉 사잉 통은 낙(nác)이 고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그 어떤 언어학적 근거도 제공하지 않았다. 여기 사전을 보면 낙(nác)은 빙(Vinh) 지방 방언이라고 나와있다.

또한 후잉 사잉 통은 락(lạc)이 낙(nác)의 변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그 어떤 언어학적 근거도 제공하지 않았다.

후잉 사잉 통이 분명 다재다능한 학자인 것은 맞지만, 역사적 언어학자는 아니었다.


락룡군의 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15세기에 락룡군이라는 이름이 문헌상 최초로 등장하였을 때, "락룡군"의 락(貉) 자는 "락전"의 락(雒) 자와 달랐다. 

2010년에 필자가 지적하였듯, 영남척괴열전과 대월사기전서에서 쓰인 글자는 貉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하오(hao)", "허(he)", "모(mo)"라고 발음하고, 베트남어에서는 "학(hạc)", "마익(mạch)", "마(mạ)"라고 발음한다. 중세 학자들이 발명한 락룡군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학"룡군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락"룡군이라고 발음하는 이유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필자가 보기엔, 아직 사람들이 이 질문을 자주 던지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한자가 "물에 사는 수달 같은 생물"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희자전에 따르면 이 동물은 "여우 같고, 머리가 날카롭고, 코가 뾰족하며 얼룩무늬가 있다. 털이 깊고 두터워 따뜻하기 때문에, 갖옷을 만들 수 있다." 이 동물이 물과 관련이 있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과거 홍하강 삼각주에 살던 사람들이 갖옷을 필요로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멀리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필요했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 글자를 "북방 이민족"을 의미하는데 사용하였다. 북방 이민족을 일컬을 때는 이 글자의 "맥"이는 발음을 써서 맥적(貉狄)이나 북맥(北貉)이라고 불렸다.

키스 테일러도 어느 시점엔가 이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인의 역사"에는 물에 사는 수달 같은 생물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본고장인 몽골 초원으로 돌아갔으리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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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음... 글쎄. 역자가 보기에는 켈리 교수님께서도 여기서 섣부른 단정을 여러가지 하고 계시다.
하지만, 여기 나와있는 생각들만 잡탕으로 종합해보자면...

락(雒)은 맥(貉)이다. 즉, 락룡군은 "맥룡군"인 것이다! 
그리고 "맥(貊)"은 우리도 잘 아는 북방 이민족인데... 이 맥족의 용군은 "물의 문화"를 상징하는 수달형 크리쳐다. 청나라의 신화에 따르면 누르하치의 아버지는 수달이었는데... 
북방 민족... 수달... 베트남... 음;;;

한편 남월왕의 태자는 락()의 땅을 다스리던 안양왕의 공주를 유혹해 마법 석궁을 부수도록 한 뒤, 그 땅을 손쉽게 정복한다.
그리고 고구려의 왕자는 낙랑(樂浪)왕의 공주를 유혹해 마법 북을 부수도록 한 뒤, 그 땅을 손쉽게 정복한다. 
그리고 낌 딩에 따르면 락(樂)은 락()인데, 왜냐하면...

@@?!!

게다가 락(雒)은 웅(雄)이기까지도 한데, 환인이, 환웅이... 그러니까...@@ (남중생 흑화하는 소리)


(海東舊是洛龍)


호라 모 젠젠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우선 최병욱 교수님의 신간, 사마천의 동아시아 - 초, 한, 남월, 조선을 주문해놓고 기다려보자.


사마천의 동아시아 - 10점
최병욱 지음/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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