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명나라 스트링치즈 만들기 [특집] 유제품 시리즈

Recipes Project 블로그의 Making Mr. Song's Cheeses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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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스트링치즈 만들기

미란다 브라운

독자들에게는 이 글의 주제가 생소할 수 있으리라. "중국"과 "치즈"를 합쳤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딱히 없다. 익숙한 치즈의 촉감이나 고소한 맛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뿐이랴. 파마산이나 체다 같은 치즈 이름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치즈와 중국을 함께 연상할 만한 소재가 희박한 까닭은 알기 쉬운데, 중국인의 식습관에서 치즈의 존재감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화세계의 변경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운남이나 몽고 지역 등의 공간이 여기에 해당하고, 티벳인을 포함한 몇몇 소수민족 고유의 음식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러나 수 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황이 달랐다. 중국 미식가들은 한때 치즈의 풍미와 촉감에 대한 시를 읊으며, 여느 고급 요리보다도 치즈를 선호한다고 선언하곤 했다. 13세기를 살다간 주희(朱熹)는 치즈의 맛을 다음과 같이 칭송했다. "치즈가 있는데, 좋은 반찬이 다 무엇이랴!"[1] 14세기의 또다른 시인은 콩으로 빚은 두부에 비해 우유로 빚은 치즈가 낫다며 "이 늙은이는 두부로도 만족하겠으나, 치즈로 얻는 기쁨은 두 배일세."[2]라고 하였다. 옛 중국의 미식가들은 파니르처럼 신선하고 녹아내리지 않는 치즈나 모짜렐라처럼 늘어나는 치즈 반죽을 만드는 비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필자는 중국 치즈 제조법을 가지고 실험해왔다. 그 옛날의 풍미와 촉감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송씨양생부(宋氏養生部)라는 16세기 요리책에 실린 조리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우유를 뜨겁게 가열한다.
2. (묽은 식초 같은) 응유효소를 부어 넣는데, 천천히 한 방울 씩 넣는다.
3. 우유가 엉기면, 면포로 모아서 원반 모양으로 빚는다.
4. 반죽을 가져다 손을 델 정도로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에 담근다.
5.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이 담긴 또다른 그릇에 거친 비단 한 장처럼 얇게 되도록 납작하게 누른다.
6. 반죽을 막대기에 대고, 밀고 당긴다.
7. 반죽을 냄비 속 뜨거운 물에 넣고, 물 속에서 서너 번을 더 밀고 당긴다.
8. 완성된 타래를 말아올리고, 건조대에 올려 햇볕에 말린다. (촉감을 부드럽게 하려면 기름을 추가하면 된다.)  

이 조리법은 독자가 치즈 만드는 과정을 몸소 알고 있으리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밀한 계량을 생략한 것이다. 우유와 응유효고의 양, 또 우유와 물의 온도는 독자가 미리 알고있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치즈 만들기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에게는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의 첫 치즈 만들기는 무균질 우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수포로 돌아갔다. 첫 시도로 얻은 응유는 작고 알맹이 진 덩어리였는데, 뜨거운 물에 담궈도 늘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였는데, 인도인 주부들이 응유효소가 들어가지 않은 스트링 치즈의 일종인 깔라리를 만드는 동영상이었다. 송씨 치즈에 들어가는 것과 재료 구성(우유, 식초, 뜨거운 물)이 유사했다. 우유를 응고시킬 때, 영상 속의 주부들은 우유에 손가락을 넣어 온도를 잰다는 것을 확인했다. 리코타나 파니르를 만들 때처럼 우유가 가볍게 끓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유에 더 이상 손가락을 넣고 있을 수 없을 때 가열을 멈추는 것이었다. 이걸 보니 성공의 비결은 온도 조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씨의 지침에도 그런 암시가 느껴진다. 우유를 뜨겁게 가열하라고 했지, 끓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초반의 응유 과정에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필자는 번번히 치즈 만들기에 실패했다. 어쩌면 우유를 화씨 165도(섭씨 73.9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멸균 공정이 치즈 만들기에 지장을 주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이 난제에 대한 돌파구는 필자가 캘리포니아를 여행했을 때 멸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우유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생우유 1리터 들이를 서서히 화씨 110도(섭씨 43도)까지 가열한 뒤, 묽은 식초를 조금 붓고 열을 차단했다. 그러는 동안 내내 우유를 저었다. 몇 분 만에 우유가 커다란 응유 한 덩어리로 변했다.

사진 1: 묽은 식초를 넣어 엉긴 생우유. 필자가 찍은 사진.

반죽을 꺼내고 한 냄비 가득한 물을 김이 날 때까지 가열한 다음, 반죽을 물 속에 담군 채 잠시 두었다가, 꺼내서 치댔다. 이 과정을 3번 반복했다. 그랬더니 마법처럼, 잘 늘어나는 쫀득한 반죽이 되었다.

사진 2: 필자가 늘린 치즈 반죽. 우유 1리터로 만들었다. 필자가 찍은 사진.

필자의 중국 치즈 만들기 경험을 되돌아보니, 이 실험의 성공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문헌 지식, 다른 사람들에게서 관찰한 치즈 만드는 모습, 부엌에서 여러 차례 겪은 실패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란다 브라운은 미시건 주립 대학교 아시아 언어 문화 학부에서 중국 과학과 음식의 역사를 가르친다. 그녀는 온갖 레시피에 관심이 있으며, "중국 고대의 의약학"(2015)을 저술하였다. 또한 양 용과 공저로 "무위의 의학 필사본"(2017)을 냈다. 그녀는 현재 전근대 중국 유제품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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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희(朱熹), 주자문집(朱子文集) (臺北: 德富文敎基金會, 2000), 3/110.

[2] 양렴(楊䥥) 편저, 全元詩 (北京: 中華書局, 2013), 109.

[3] 전체 레시피 번역을 보고 싶다면 다음을 참조. 미란다 브라운, "남중국의 요리책 송씨양생부의 치즈, 1368-1644." Gastronomica: The Journal of Critical Food Studies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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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함부르거 2019/01/15 17:43 # 답글

    저자 분이 첫 시도에서 실패한 건 시판 우유를 썼기 때문입니다. 치즈나 버터 같은 유제품 제조에는 생우유가 기본인데 그걸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트에서 파는 흰 우유는 표준화, 균질화 같은 여러 공정을 거쳐서 나온 유제품이기 때문에 치즈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특히 균질화 공정은 우유의 입자를 작고 균일하게 쪼개 놓습니다. 안 그러면 보관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방층이 분리되서 위쪽에 둥둥 떠버리거든요. 일부러 안 뭉치고 물과 분리 안되라고 해 놓은 우유 가지고 물과 분리해서 뭉쳐야 하는 치즈를 만들려고 하니 잘 될 수가 없죠. ^^;;;;
  • 남중생 2019/01/15 17:54 #

    함부르거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게 바로 저자도 말하는 "비결"이었던거죠ㅎㅎㅎㅎ
    브라운 교수도 나름대로 그런걸 염두에 두고 무균질 우유로 시도를 해봤다는데, 그래도 역시 생우유를 써야하나봅니다. 저도 나중에 명나라 치즈를 직접 만들고 싶어지면 강원도 목장 같은데서 생우유를 구해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마시는 "우유"가 사실은 가공품이고 전근대 문헌의 "소젖(牛乳)"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 에르네스트 2019/01/16 11:04 # 답글

    뭐 본문을 보면 초고온살균(130도에서 몇초간 살균)한 우유(일반적으로 유통되는우유)를썼다가 망했던 케이스인듯....
  • 남중생 2019/01/16 13:34 #

    아마 그게 원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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