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아기 만들기, 치즈 만들기 [특집] 유제품 시리즈

Recipes Project의 Eating Curds and Whey: Rennet in Ancient Medicine을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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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만들기, 치즈 만들기

로렌스 토텔린


지난 달, 필자는 그리스 로마 시대 의약학에서 '치즈처럼 뭉쳐버린 젖'이라는 문제를 살펴보았다. 필자가 인용한 문헌은 모두 '치즈같다'(투로데스turōdēs) 또는 '치즈같이 변하게 하다'(투로turoō)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들 문헌에서는 치즈를 만들 때 쓰는 응결제 응유효소(푸티아putia)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필자는 고대 의약학에서 응유효소의 역할을 살펴보겠다. 특히 고대의 태아발생학과 산부인과에서 응유효소가 맡은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응유효소는 어린 포유동물의 위 안에 들어있는 액체로, 어미의 젖을 소화하는 것을 돕는다. 응유효소는 치즈를 만드는데도 쓰이는데, 응유효소를 넣으면 젖이 고형질 응유(凝乳, curd)와 유형질 유장(乳漿, whey)으로 분리된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4세기)는 태아 발생에서 정액이 하는 작용을 치즈를 만드는데 응유효소가 하는 작용과 비교한 바 있다.

자궁 속에서 여성의 분비물을 '준비시키는' 남자 정액의 작용은 우유에 들어간 응유효소의 작용과 유사하다. 응유효소는 정액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열기를 보유한 젖이다. 균질한 물질을 결합시켜 '준비시킨다.' 젖과 생리혈의 본성은 하나로 같기 때문에, 생리혈을 만난 정액의 작용은 젖을 만난 응유효소의 역할과 작용과 같다. 
(동물의 발생에 관하여 739b21-21. 역자: A.L. Peck).

태아 형성과 치즈 형성 사이에 유사한 비유를 발견하였다. 정액은 응유효소와 같고, 여자의 피는 젖과 같으며, 아기는 치즈와 같다.[1] 이 맥락에서 고대 의약을 보면 회임을 돕거나 저지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용도로 실제로 응유효소가 쓰였다는 것에 주목해볼만 하다. 약학 서적을 저술한 디오스코리데스(1세기)는 다음과 같이 썼다.

토끼 응유효소를 3 오볼로이 무게만큼 와인과 함께 섭취하면 야생동물에게 물렸을 때, 설사병에 걸렸을 때, 하혈하는 여인에게, 혈액이 응고할 때, 가슴에서 피가래가 나올 때 좋다. 생리 후 버터와 함께 이것을 자궁 경부에 바르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생리 후에 마시면 불임이 된다... 
(디오스코리데스, 약물지 2.75. 역자: L. Beck)

여기 나와있는 증상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즉시 읽어내지 못하더라도 독자에게는 잘못이 없다. 몇 단락 뒤에 디오스코리데스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디오스코리데스에 따르면 응유효소는 '녹아있는 물질을 엉기게 하고 엉겨있는 물질을 녹인다.' 응유효소는 혈액 응고를 녹일 수 있었다. 각혈과 하혈의 경우에는 피를 액체로 만들어서 제거할 수 있게 했거나, '엉기게' 하였을 것이다. 좌약으로 들어간 응유효소는 생리혈을 '엉기게' 하는 정액의 역할을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생리 후에 마시면 아마도 자궁 속에 '엉긴' 피를 '녹였을' 것이다. 즉, 조기 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설사병이 걸렸을 때는 장 속에서 분변을 '엉기게' 하였을 것이다. 짐승에게 물렸을 때는 왜 응유효소를 찾는 걸까? 당시에는 짐승에게 물리면 혈액이 응고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응유효소를 쓰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토끼의 응유효소를 논한 뒤, 디오스코리데스는 물범의 응유효소로 넘어가면서 간질병과 자궁 질식에 특히 좋다고 설명한다. 자궁 질식이란 자궁의 움직임과 함께 질식이 느껴지는 것이다. 두 질병 모두 '질식'(pigmos)의 형태로 여겨졌다. 응유효소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었을 수도 있다. 질식은 무언가에 '막혀서' 발생한다. 응유효소는 엉긴 것을 녹일 수 있다. 자궁성 질식과 간질성 질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응유효소가 녹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물범의 응유효소는 히포크라테스 문헌군(기원전 5~4세기에 쓰인 문헌군)에서 언급하는 유일한 응유효소이다. 히포크라테스 문헌군에는 다음과 같은 약처방이 자궁 질식을 치료하는데 소개된다.

자궁이 기울어 사타구니에 닿을 때: 물범의 응유효소 껍데기, 스폰지와 브리온(bryon, 아마도 물풀의 일종). 잘게 썰어라. 물범 기름과 함께 섞어라. 그리고 훈증하라. 
(히포크라테스 문헌군, 부인병 2.203).

테오프라스투스가 쓴 식물지(기원전 4세기 말)에 따르면, 헤라클레스의 만병통치약을 물범 응유효소와 섞으면 간질병에 좋다고 한다. (9.11.3).

왜 하필 물범의 응유효소였였을까? 분명 토끼나 송아지로부터 구하는 것이 훨씬 간편했을 것이다. 고대 세계에서 물범은 경계선상의 동물로 여겨졌다. 새끼는 젖을 먹이면서 물고기처럼 생긴 것이다. 또한 물과 육지 양쪽에서 살았다. 그러므로 물범의 응유효소는 '경계선상'의 상태에 놓인 질병을 치료하는데 가치있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간질병 발작이나 기타 질식을 동반한 '죽음에 가까운' 상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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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tt, Sandra. "바스크 민족과 아리스토텔레스: 아기가 생기는 '느끼한 이야기'." Man(1979): 699-711. 참조. 



P.S.
여기서 말하는 자궁 질식과 근대적 병명인 히스테리아를 구분하는 mori님의 번역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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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14 23:26 # 답글

    자궁 속에서 여성의 분비물을 '준비시키는' 남자 정액의 작용은 우유에 들어간 응유효소의 역할과 유사하다.
    -> 우유 마시다 또 뿜음 (의심스런 눈빛으로 서울우유곽을 바라봄)
  • 남중생 2019/01/14 23:28 #

    앞으로 우유 시리즈가 조금 더 남아있는데...
    한번에 너무 많이 뿜지 마시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 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
  • 로그온티어 2019/01/14 23:47 #

    아 이런 사악한 사학자같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 나인테일 2019/01/15 14:24 # 답글

    충분히 원시적인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군요
  • 남중생 2019/01/15 15:32 #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 1권의 작가 후기를 읽어보았는데, 우리가 “마법/주술”이라고 부르는 것에 나름대로의 과학적인 논리가 담겨있어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글이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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