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네덜란드 풍설서] 똑바로 서라, 카피탄! (98-100) 아란타 풍설서

"재미있는 테스트 하나를 소개드리자면 Page 99 Tes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읽어보려는 책을 집어들고 99페이지를 펴서 읽기 시작하면, 그 책이 얼마나 잘 쓰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동기에 글자가 써있으면 더 비쌀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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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암 풍설의 시대

1685년 이후 동아시아 해역은 안정과 평화의 시대를 누렸으며, 막부에게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게나 더 이상 가톨릭 세력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1673년부터 1715년까지 네덜란드 풍설서 속에 시암 풍설(風說)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시암에서 출범한 배가 가져온 정보만을 취급한 풍설서는, 1673년부터 존재하였다. 그리고 1680년대에 들어서면, 빈번히 보이게 된다. 1683년에는, 시암으로부터의 소식을 듣기 위해 통사(通詞)가 상관을 방문했다. 상관장 일기를 보도록 하자.

8월 24일 
통사 요코야마 요소우에몬(横山与三右衛門)과 모토키 타로우에몬(本木太郎右衛門)이 찾아와서, 시암으로부터의 소식을 적어주길 바란다고 요구하였다.

적어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타르타르인[청나라]에 의해 아모이(廈門)에서 추방된 중국인[삼번 정남왕靖南王[1]의 지배 하에 있던 자들]이 해적이 되어,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세웠다. 적지않은 중국인이 이주하여 자기 집 앞마당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캄보디아 왕조차도 도망갔다. 왕의 소식은 현재로써 불확실하다.[2]

25일 
대통사 요코야마 요소우에몬이 나타나, 시암으로부터의 소식을 에도에 풍설서를 보낼 때에 맞출 수 있도록 더욱 일찍 알려주지 않은 것을 나가사키 부교[奉行]는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네덜란드 선박은 수일 전에 나가사키에 도착하였기 때문이다, 라고 내게 알렸다.

사실, 이미 부교는 이 해의 당선 풍설서[역주: 唐船 風說書, 중국 상인 집단으로부터의 정보]에 의해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다. 부교는 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네덜란드인 측에 통사를 보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면 왜 더 일찍 부교에게 전하지 않았냐는 불만을 보인 것이다. 복수의 해외 정보원을 확보하여 서로 참조하고, 어느 한 쪽이라도 정보 제공 의무를 게을리 한다면 질책하여, 더욱 신속하게 상세한 정보제공을 하도록 재촉한다는 것이 막부의 방침이었다. 1683년에 부교의 불만을 들은 상관장은, 이듬해부터 시암의 정보를 배가 도착한 직후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출처: 松方冬子, オランダ風説書, (中公新書, 2010), pp. 9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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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번 중 지금 복건 지역에 해당하는 번을 다스렸던 정남왕 경정충(, ?~1682). 
삼번의 난에 동참했다가 76년에 항복하고, 82년에 처형당한다.
같은 시기, 조선에는 경정충의 어머니가 조선인이라는 "풍설"이 돌았다. 

[2] 또 도망가니...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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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참조하고, 어느 한 쪽이라도 정보 제공 의무를 게을리 한다면 질책하여, 더욱 신속하게 상세한 정보제공을 하도록 재촉한다는 것이 막부의 방침이었다. "(똑바로 서라, 카피탄! 포스팅 참조.) ... more

덧글

  • 동두철액 2019/01/18 16:30 # 답글

    막부가 단순히 네덜란드가 준 풍설서를 받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었군요. 이 점은 처음 알았습니다.
  • 남중생 2019/01/20 01:42 #

    후후, 사실 양면이 모두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 네덜란드는 번국이고 정보를 입수하는 대로 싸게싸게 보고해 바쳐야하는 것이 마땅했고,
    네덜란드도 이런 일본측의 대외관계론을 알고 있었죠.
    그러면서도 그걸 곧이곧대로 수긍했느냐하면 당연히 그럴리는 없고, 자신들의 실리를 위해 행동했다는 것이 마츠카타 후유코 선생님의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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