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민족의 탄생 - 인도네시아의 근대, 베트남의 중세 인도차이나 ~Indochine~

스카이캐슬 보시나요? 저는 이번 주부터 넷플릭스로 보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Liam Kelley 교수님의 Modern Indonesians and Medieval Việt을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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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탄생 - 인도네시아의 근대, 베트남의 중세

필자는 최근 압둘 무이스가 쓴 인도네시아의 국민 소설, "둘이 만나는 일은 없으리(Salah Asuhan)"를 읽기 시작했다. 1928년에 쓰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나피라는 이름의 젊은 미낭카바우 족 남자다. 하나피는 워낙 서구적으로 변한 나머지, 자신이 나고 자란 미낭카바우 족의 세계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하나피는 솔록이라는 도회지의 서양식 주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산다. 집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그 집의 모든 점이 서구적이었다. 베란다부터 부엌과 욕실까지. 하나피의 어머니는 그런 집에서 지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대개 시골 여인이 그렇듯, 어머니도 바닥에 앉는 것을 선호했다. 어머니에게는 집안 물건 중에 빈랑 상자, 가래 뱉는 그릇, 부엌 조리기구만이 익숙했다. 그 물건들이 어머니의 세계였다.

그러나 하나피는 어머니의 세계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어머니가 베란다에 자리를 펴놓고 시골 친구들을 기다릴 때마다 하나피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코토 아나우에 있는 오두막에서나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지요... 원하시는 대로요. 하지만 여기는 솔록이에요. 제 친구는 모두 네덜란드인이고요."

"하지만 의자에 앉으면 내 허리가 너무 아프구나. 다리도 쑤시고."라고 하나피의 어머니는 대답하신다.

그리고 하나피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게 문제라는 거에요. 우리 민족은 그게 문제에요. 미개하고,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물소 마냥 땅바닥에 앉아만 있죠. 거기다 빈랑 씹는 것도 그렇고. 너무 과해요."


하나피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20세기 초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던 보다 큰 변화를 표상하는 것이었다. 하나피 처럼 네덜란드인과 접촉을 통해 변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보다도 더욱이 자신이 나고 자란 세계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외래"의 것을 수용하고 동시에 "향토"의 것을 거절하는 것은 거대한 변화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옷을 입고, 자리에 앉고, 밥을 먹고, 생각을 하고, 언어를 구사하는 등의 방식이 바뀌었다.

이만큼이나 바뀐 사람은 더이상 조상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민족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20세기 초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러 민족 집단에서 "인도네시아인"이 생겨나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민족 집단은 규모와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고 사회에서 소외될 것이다.


홍하 삼각주로 눈을 돌린다면, 대략 1,000년 전에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현지 사람 일부가 바깥에서 온 사람과 교류했고 외래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조상들의 세계를 거부했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동 선 청동북 이야기를 하면서 청동북에 그려진 케네(khene)라는 악기가 비엣(Viểt) 민족에게 중요했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욱이, 비엣 민족은 청동북을 사용한 사람들을 "오랑캐(蠻)"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비엣 민족이 하나피와 같았기 때문이다. "비엣"이라는 구분은 사람들이 외래 문화 관습을 수용하고 향토 문화 관습을 거부했을 때 등장했다. 또한 하나피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이렇게 한 사람은 소수였지만 집권층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사상과 문화 관습이 퍼지면서 천천히 "새로운 민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하나피는 미낭카바우 족 사람들과 같은 혈통이었으나, 외래 생활방식을 수용하고 향토적 생활방식을 거부함으로써 또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바로 인도네시아인이다.

정부령(丁部領, Đinh Bộ Lĩnh)과 오권(吳權, Ngô Quyền)과 같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동 선 문화 사람들과 같은 혈통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래 생활방식을 수용하고 (청동북과 케네를 포함한) 향토적 삶의 방식을 거부함으로써 또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바로 비엣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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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9/01/08 17: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1/08 17: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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