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9세기 베트남의 결혼 정보 인도차이나 ~Indochine~

Liam Kelley 교수님의 Marrying the Ugly in Nineteenth-Century Vietnam을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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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베트남의 결혼 정보

19세기 베트남에서 널리 간행된 선서(善書)라는 문헌 유형이 있다.

선서란 문창제군(文昌帝君)이나 관성제군(關聖帝君) 등의 혼령들이 계시한 내용을 담은 문헌이다. 선서는 유교적 윤리 기준에 맞게 살 것을 권했으나, 업보의 논리를 써서 권했다.


다시 말해, 선서의 가르침은 효(孝)를 행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불효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선서 문헌군 내에는 하위 유형이 있는데, 한 가지 하위 유형으로는 공과격(功過格)이 있다. 20여년 전, 신시아 브로커우(Cynthia Brokaw)는 중국 공과격 문헌군의 역사에 대해 탁월한 연구서를 냈다. "공과격: 후기 제국시대 중국의 사회 변천과 윤리 질서" (프린스턴 대학 출판, 1991)라는 책이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그 누구도 베트남의 공과격 문헌의 역사 및 존재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베트남에도 공과격은 분명 존재했다. 필자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베트남에서 출간한 공과격을 여러 편 보았다. 예컨대, 1836년 각세집요(覺世輯要)라는 제목의 책에 집성된 공과격은 문창제군이 계시했다고 주장한다.


공과격에는 공(功)이라고 불리는 착한 일을 해서 점수를 얻거나 과(過)라고 불리는 나쁜 일을 해서 점수를 잃는 행동들의 목록이 실려있었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을 수량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옛 사람의 선행을 이야기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면 매일 1공(功)을 쌓을 수 있었다. (每日談論古人善行以悅親一功). 그러나 부모님이 가난한데 부양하지 않는다면 매일 10과(過)가 쌓일 것이다. (親貧不顧養每日十過)


그런 다음, 공과격의 맨 뒤를 보면 한 달 동안 공과 과를 얼마나 쌓았는지 기재할 수 있는 표가 실려있었고, 월말에 전부 계산해서 성적을 확인했다.

과보다 공이 많다면, 다행인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라면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성이 많은 공을 한 번에 쌓고 싶다면 장가를 가면 됐다. 각세집요의 공과격에 따르면 남성이 결혼을 할 때 1만 공(功)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1만 공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결혼 상대를 찾아야 했다. 


오늘날 남자들이 결혼 생각을 한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결혼 상대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각세집요의 공과격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는 공을 쌓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로 해야한다.

"못생겼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말을 못 하거나, 황달 걸린 아내를 맞아 미워하거나 내치지 않는다면, 1만 공을 얻을 것이다." (娶醜貌盲聾疸亞之妻不厭棄萬功).

1만 공을 쌓을 수 있다고!!! 와우!! 이걸로 많은 잘못을 씻어낼 수 있겠다...

여기서 더 좋은 점은 이렇게 장가 든 남자가 여전히 못생긴 아내에게 화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내가 미워져서 구박을 하더라도 1과(過) 밖에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娶而厭罵, 每次一過).

반면에 못생긴 남편을 미워하는 아내에게는 1천 과(過)가 쌓일 것이다... (厭夫醜千過). 하지만 박색한 아내를 맞은 남편과 달리, 이 문헌에는 못생긴 남편과 결혼함으로써 얻는 공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결국에는 이와 같은 문헌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해서 보여주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의 심리는 엿볼 수 있다. 가장 소극적으로 보더라도, 자기 의사에 따라 결혼하지 않았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지 않았던 세계를 사람들이 인정하도록 하는데 쓰였을 사상을 이러한 문헌군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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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켈리 교수님의 블로그 원문에는 맨밑에 사료가 첨부되어있습니다. 



"1만 공을 쌓을 수 있다고!!! 와우!!"



핑백

덧글

  • jgml 2019/01/04 17:17 # 삭제 답글

    오...저는 중국의 선서문화나 공과격을 보면서도 비슷한 문화권인 베트남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남중생님의 번역 덕분에 잘 배우고 갑니다. 학교에서 동아시아사를 공부하면서 베트남은 항상 변두리의 역사로 다뤄졌는데, 이렇게 보니 참 익숙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너무 중국, 일본 위주로 공부하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매번 올려주시는 베트남의 자료를 보면서 중국의 문화나 지식, 또는 이런 텍스트들이 어떤 통로나 과정을 통해서 전달되고 영향을 받은건지 궁금했어요. 중국도 18-19세기에 이런 선서나 공과격이 유행하잖아요. 베트남의 역사나 중국- 베트남 관계사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한 수 가르침을 청합니다..
  • 남중생 2019/01/04 19:47 #

    오, jgml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번 세심한 댓글 달아주셔서 읽는 제가 더 기쁩니다!
    저도 선서와 공과격을 통해 19세기 한중월을 묶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jgml님 께서 말씀하신 중월 문화교류의 통로/과정에 대한 글을 찾아서 소개해보아야겠습니다.ㅎㅎ
  • jgml 2019/01/04 21:02 # 삭제 답글

    남중생님도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지식의 폭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 새해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덧: 저..바로 덧글을 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건가요? 로그인을 해야 가능한건가요?
  • 남중생 2019/01/05 00:57 #

    jgml님이 쓰신 덧글 옆에 "답글" 버튼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jgml 2019/01/04 21:02 # 삭제 "답글" <-- 이거요.
  • 바람불어 2019/01/05 15:49 # 답글

    공 플러스 포인트, 과 마이너스 포인트, 격 도덕성 판단 기준. 이거 알피지에서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평판이 달라지는 거와 비슷하군요.

    울나라에도 수입되었나 검색해보니 구한말때 들어온듯하고 그리 유행하진 않았나봅니다. 도교적이라서 그랬는가 몰겠네요.
  • 남중생 2019/01/05 15:54 #

    제가 배우기로는 민간에서는 공과격이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도 나와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어머니 세대에는 한 권 씩 갖고 계시면서 자가 검진하셨다”고 설명하셨거든요.
    지난 번에 태상감응편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아본 바로는, 조선 말이 되면서 도교적인 성격의 선서를 번역/출간하는데 왕실의 후원도 뒤따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조선시대 전반을 두고 보았을 때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 바람불어 2019/01/05 20:45 #

    아 울나라도 유행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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