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셰익스피어와 17세기 영국의 산후조리 - 치즈처럼 뭉쳐버린 젖 1부 [특집] 유제품 시리즈

Recipes Project의 CURDLED MILK IN THE BREAST를 번역합니다. 

이번 글은 햄릿에서 아버지 유령의 대사를 인용하는데, 번역하면서 좀 고민을 했습니다. 

Upon my secure hour thy uncle stole,
With juice of cursed hebenon in a vial, 
And in the porches of my ears did pour
The leperous distilment; whose effect
Holds such an enmity with blood of man
That swift as quicksilver it courses through
The natural gates and alleys of the body,
And with sudden vigour doth posset 
And curd, like eager droppings into milk,
The thin and wholesome blood: so did it mine. 

아래 본문에서 인용한 구절이 이건데,

And curd, like eager droppings into milk
에서 eager은 프랑스어 aigre과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말 장난이라고 합니다.
aigre은 우유를 응고시킬 때 쓰는 초산이고요. 
대개 한국어 번역은 이 언어유희를 살려서 eager droppings를 "식초 방울"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And curd, like eager droppings into milk
응고시키는 것이다, 우유에 떨어뜨린 식초 몇 방울처럼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 번역하자면, 쉼표 위치를 조금만 바꿔서
And curd like eager droppings, into milk
기다린듯이, 우유 속으로 가라앉는 덩어리처럼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맥락상 필자분은 후자의 해석을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음, 그거랑 milk를 맥락에 따라 우유, 모유, 젖으로 번역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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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영국 산모들의 고통 - 치즈처럼 뭉쳐버린 젖

제니퍼 박(Jennifer Park)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면 부왕의 유령이 나타나 클라우디우스가 쓴 독약에 의해 살해당한 장면을 묘사하는데, 이 구절은 신체에 독이 퍼져가는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으로 꼽힌다.

편히 쉬던 이 시간을 이용하여 네 숙부가 
저주받을 독액 병을 지니고 몰래 들어와
문둥병을 일으키는 약물을 내 귀에
쏟아부었다. 이것의 효력은 
사람의 피와는 절대 상극이라
수은처럼 순식간에
정맥과 동맥으로 흘러들어가
신속하게 활기를 띠고
기다렸다는 듯, 우유 속으로 가라앉는 덩어리처럼
맑고 건강한 피를 응고시키는 것이다. 내 피도 그랬다. 

(1.3.61-70)

이 묘사가 그토록 강력한 이유는, 독약이 혈액을 응고시키는 과정을 우유가 상해가는 과정이라는 일상적, 물질적 현실과 비교한 것에도 온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세인들도 익숙했을 우유가 부패하는 과정은, 우유에서 고형질과 액체가 분리되는 과정이다. 셰익스피어가 훌륭하게 묘사했듯, "기다렸다는 듯, 우유 속으로 가라앉는 덩어리처럼" 말이다. 여기서 필자가 궁금증을 가진 부분은, 피가 엉기는 것이 우유가 응고되는 것과 같은 언어로 묘사된다면 피의 일종이라고 여겨진 모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 현상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부왕 햄릿의 연설을 맥베스 부인이 "나의 피를 응고시켜... 이 여인네 가슴에 들어와 / 내 젖을 쓰디쓴 담즙으로 바꿔달라"는 변신의 주문을 외는 구절과 함께 놓고 살펴보면서였다. 맥베스 부인이 자신의 젖을 언급하는 구절은 셰익스피어가 수유를 이야기한 여러 사례 중 하나로 탐구된 바 있으며, 근세 시대 모유수유를 둘러싼 논의에서 핵심은 사람 젖의 성질을 자리매기는 일이었다. 로렌스 토텔린이 쓴 바와 같이, 고대 시대부터 모유는 특히 영양가 높은 물질로써 치료 효과도 있다고 여겨졌다. 당대 사람들의 생각에 젖이란 "흰 피" 또는 "
본래의 피에서 유선(乳腺)을 거쳐 다시 만들어진 두번 정제한 피"[1]로 여겨졌기 때문에 젖을 섭취하는 아이를 변화시키거나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물질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관심있는 부분은 상하기 쉬운 물질이라는  젖의 어두운 이면이기 때문에, 젖이 응고하는 과정과 이 과정이 어디까지 생리학적, 식품학적 현상이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근세 시대에 수유 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은 다양하게 있었다. "가슴 속에 젖이 상했을 때"부터 "산욕기에 젖몸살을 앓는 여인의 젖을 말라붙게 하는 약"과 "여인의 젖을 늘리기" 위한 치료법에 "여인의 젖이 줄었을 때" 쓰는 치료법까지 있다.[2] 필자는 이 중에서 예상한 대로 유방 안에서 모유가 응고하는 경우를 콕 집어 언급하는 치료법을 여럿 발견하였다. 해당 치료법에서는 이 문제와 연관된 신체의 고통과 뭉친 느낌에 대한 단서도 볼 수 있었다. 프란시스 캐치메이 부인은 방법서(receipt book) 사본을 집성하면서 "여인의 뭉친 가슴 l 젖뭉침(for a Womans brest that is curdeled ㅣ wth milke)" 치료법을 제공하였다.[3] 필립 스탠홉도 두 가지 약방문을 기록하였다. 하나는 "허. 부인 (L. Hu.)"의 "여인의 유방에 젖이 뭉쳐서 생기는 유방 통증에 대하여(Against the sorenesse of any breasts by reason of the Curdling of milke in womens Breasts)" 쓰는 치료법이고, 또 하나는 "엉긴 젖으로 인해 굳어진 유방을 위한 찜질약(A Cattaplasme for Breasts that are hardned with congealed milke)"에 대한 것이다.[4]

▲ 출처: 웰컴 도서관, 런던. 필립 스탠홉, MS 761, f. 197v, 1635년 경.

아이스코프 부인(Lady Ayscough)의 약방문 책은 "유방에 젖이 뭉쳤을 때 돕는 법(Brest curdled with Milk to help)" 치료법도 있었지만, (듣기만 해도 아픈!) "젖이 꼬이고 막혔을 때(For a Breast wherein ㅣ the Milk is wharled & knotted)" 치료법도 있었는데 여기에 따르면 마사지를 해서 "아침저녁으로 꼬인 것을 손가락을 써서 부드럽게 뭉갠다."[5]  

▲ 출처: 웰컴 도서관, 런던. 아이스코프 부인, MS 1026, f. 83r, 1692년.

유방에서 젖이 응고한다는 것은 흔한 문제였음이 분명하고, 고통스러웠다는 것도 분명하다. 한 약방문에는 "붉은 염증 ㅣ 아프게 붓고 고통스러움"을 일으킨다고 적어놓기도 했다.[6] 이렇듯 모유가 실제로 유방 속에서 엉길 수 있다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맥베스 부인이 "나의 피를 응고시켜... 내 젖을 쓰디쓴 담즙으로 바꾸어달라"(1.5.43, 48)고 갈망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적 절제를 동반한 생리학적 응고 작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맥베스 부인이 불러낸 혼령들이 과연 그러한 신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든지 아니면 순전히 은유적인 표현으로 말한 것인지와는 무관하게, 맥베스 부인이 바라는 고통스러운 상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유방 통증에서 벗어나는 평안을 구한 것과는 극렬한 대비에 놓여있다. 모유가 응고하는 현상이 문서 기록으로 널리 남아있는 근세 여성들의 고충인 것을 감안할 때, 맥베스 부인이 그것을 염원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어쩌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no pain, no gain)고 남편에게 조언한 내용을 스스로도 실천에 옮기려는 멕베스 부인의 의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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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켄 알발라, "우유: 영양가 높고 위험하다," 우유: 농장을 넘어: 음식과 요리에 대한 옥스포드 대학 학회 논집, 1999, (영국, 데번, 2000), 21. 
빅토리아 스패리의 혈액과 모유에 대한 논의도 참조. "르네상스 시대의 발달 담론과 셰익스피어의 코리올라누스에서 모유수유하는 어머니의 정체성 형성", 의약의 사회사 25.4 (2012), pp. 781-87.

[2] 앤 브룹위치 (및 기타), 웰컴 도서관 160번 사본, f. 89v, 1625-1700년 경; 콜리온 부인, 웰컴 도서관 213번 사본, f. 38v, 1606년; 엘리자베스 제이콥 (및 기타), 웰컴 도서관 3009번 사본, f. 78r, 1654-c. 1685년; 제인 잭슨, 웰컴 도서관 373번 사본, f. 111r, 1642년.

[3] 프란세스 캐치메이 부인, 웰컴 도서관 184A번 사본, f. 35v, 1625년 경. 

[4] 필립 스탠홉, 웰컴 도서관 761번 사본, ff. 182v, 197v, 1635년 경.

[5] 아이스코프 부인, 1026번 사본, ff. 112v, 83r, 1692년.

[6] 타운스헨드 가족, 웰컴 774번 사본, f. 21v, 1636-1647.


참고로 우유는 정제된 피 맞습니다. 고대 과학 찬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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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12/24 05:29 # 답글

    (마시던 우유를 뿜음)
  • 남중생 2018/12/24 08:26 #

    (마시던 “정제된 피”를 뿜음) @@
  • 효도하자 2018/12/24 09:03 # 답글

    젖을 모성의 은유로 생각하면 맥베스 여성으로서의 모성애를 모독(쓴 담즙)하는 식으로 버리고자 하는 독한 의지에 대한 묘사가 되네요
  • 남중생 2018/12/24 09:36 #

    네, 사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는 milk가 사람의 “성품”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더라구요.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맥베스 부인의 경우에는 실제로 여성이라서 모유의 심상도 빌려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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