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명망높은 사제들"은 왜 성병에 걸렸을까?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Recipes Project의 Recipes for Curing Syphilis from Colonial Mexico를 번역합니다. 원문의 주석은 따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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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멕시코의 매독 치료제

헤더 R. 피터슨

▲뒤러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매독 환자(1496), 위키미디어 커먼스

매독의 유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16세기 스페인 의사들은 대부분 니콜라스 데 모나르데스(Nicolas de Monardes)라는 의사의 신대륙 유래설을 따랐다. 질병이 워낙 급작스럽게 나타나 퍼졌기 때문에 알브레흐트 뒤러를 포함해 많은 사람은 별의 움직임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모나르데스는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돌아온 순간을 콕 집어 매독이 유럽에 상륙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콜럼버스가 데리고 온 인디언들과 나폴리에 모여있던 유럽 각국의 군대 사이에서 성적 교접이 있었을 것이라고 모나르데스는 추측하기도 했다. 이후 군인들이 유럽 전역으로 이 질병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생소한 질병을 치료하라는 임무를 맡은 스페인 의사들은 신대륙의 약초를 살펴보았다. 하느님께서 질병의 씨앗을 심어놓으신 곳에 치료제도 심어놓으셨으리라는 것이었다. 스페인 왕실은 신대륙의 약재를 이해하기 위해 서둘러 프란시스코 헤르난데즈(Francisco Hernandez)와 같은 의사들을 파견했고, 스페인 통치 하의 강역과 민족을 알아보고자 야심차게 시행한 "지리관계지(Relaciones geographicas, 1580)"에도 향토 요법과 약초를 묻는 문항들을 넣었다. 보고서에는 성기에 불이 나게 하는 추피리니(chupirini) 같은 향토 요법과 오아사카 치난테카(Oaxaca chinanteca) 및 마틀라캅틀(matlacaptl)의 여자 의사들이 처방한 약초가 있었으나, 강력한 발한제(發汗劑)인 메초아칸(mechoacan)만이 스페인 의학에서 자주 쓰이게 되었다.

▲ 세번 승화(昇華)한 수은을 뜻하는 머리 셋 달린 독수리가 연금술 플라스크에 그려져있다. 
살로몬 트리스모신이 저자로 알려진 "스플렌도르 솔리스"(1532)의 삽화. 출처: 런던, 웰컴도서관

신대륙으로 건너가는 젊은 의사들이 많았는데, 향토 요법을 직접 시험해보고 상품화하려는 속셈이었다. 페드로 아리아스 데 베나비데스(Pedro Arias de Benavides)는 1567년 저술에서 자신의 매독 치료제가 신세계에서 유래했다고 자랑하면서, 누오바 에스파냐에서 8년간 머물면서 처방하고 "완벽"을 기했다고 주장했다. 아리아스 치료제의 비법은 연금술사의 제1물질(prima materia), 수은이었는데, 아리아스의 주장에 따르면 수은은 신체의 통로를 개방해서 약초와 향유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아리아스가 수은 처방을 처음으로 목격한 곳은 살라망카였는데, 그때 처방을 받은 사제는 "치유"되었으나 이빨 4개가 빠진 반면에, 아리아스 자신은 이 처방을 개량했다고 주장하였다. 아리아스는 자신의 처방을 신대륙의 약이라고 주장하였으나, 그 재료에는 (근동 지방에서 나는 아편을 함유한) 티리악, 돼지 지방, 3가지 연고가 있었고, 그중 2가지 연고는 이름에서 "아라곤"이나 "데알테아"라는 스페인 지역과 장소를 일컫는다. (데 알테아de Altea 연고에는 인도에서 나는 식물인 호로파fenugreek 뿌리가 들어갔는데, 이 약재는 무어 통치 시기에 스페인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의약품이 양방향으로 모두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리아스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페드로 아리아스 데 페나비데스 박사의 프랑스 질병(Morbo Galico) 치료제 (1567)

무게는 1마르크(mark) 정도되는 수은 세 쿼트(quart)를 티리악과 섞어라. 반죽이 "죽을" 때까지 치대라. 반죽에 기름 한 방울을 떨궈도 반죽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반죽이 죽은 것이다. 반죽은 그대로 두고, 소금이 들어있지 않은 돼지 지방 6온스를 작은 핏줄이나 혈관도 모두 제거해서 잘게 갈아 넣고 두들겨라. 잘게 갈렸으면, 티리악과 수은과 함께 섞고 15분을 기다려라.

수은의 해로움을 티리악이 없앤다는는 것을 필자는 분명히 알고있다. 왜냐면 이빨이 단단하고 전보다도 희게(!) 되며 [환자는] 치료를 마치고 이빨로 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빨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처방은 대소변으로 [체액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워낙 잦아서 하루에 서른에서 마흔 번이나 소변을 보기도 하고, 그 냄새가 워낙 지독해 소변 지린내로 고생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리고 이틀 뒤에 필자는 "마시에톤(macieton)" 연고 1온스를 주고 "아라곤(aragon)" 1온스와 "디알테아(dialtea)" 1온스를 준다. 이후 필자는 이 연고를 모두 더해 이틀 동안 재운다. 그 다음에는 담쟁이 순을 태운 재 4온스와 유향수액(乳香樹液) 1/2온스, 향 1/2온스, 클로브 1온스, 계피 1온스를 모두 체로 곱게 걸러서 산딸기 기름과 캐모마일 기름을 각각 1온스, 벽돌 기름 3온스를 집어넣는다. 튼튼한 환자에게 더 강한 연고를 처방하고 싶다면, "등대풀(euforbio)" 1/2드램을 넣어라. 그러나 날씨가 더울 때면 넣지 않는다. 이 연고는 시간이 지나면 상할  있는 성질인데, 들어간 재료가 모두 좋고 고귀한 것이 섞여있기 때문에, 치료에 좋을 것이니, 시험해보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리아스는 수은이 그 자체로 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신체의 통로를 열어 진짜 약인 각종 허브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아스는 몸에 우울질이 너무 많아서 가래톳이 생긴다고 보았고, 보통은 "부정한 여인"과 교접해서 옮지만, 몸 안의 체액이 부패해서 생길 수도 있으며, 최초로 매독에 걸린 경우도 그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종류의 가래톳은 "의심할 나위 없이 몹시 명망높은 사제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의 흔들리는 명예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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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ri 2018/11/27 15:40 # 답글

    마지막 문구가 참 인상깊네요. 병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은 것이 단순히 의학 지식의 부족에서만 온 것은 아니란 게 의미심장합니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가래톳은 무엇의 번역어인가요? 힐데가르트의 의학서에서 livor에 해당되는 단어를 번역하기 어려워서 자주 헤매이는데 연관이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해서요!
  • 남중생 2018/11/27 17:06 #

    영어 원문에서는 bubo(es)입니다. 림프선이 붓는것을 의미하는데, 다른 글에서도 매독 관련 증상으로 bubo를 많이 이야기하더라구요. 라틴어나 스페인어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 mori 2018/11/28 01:12 #

    오오 감사합니다. 한 번 찾아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남중생 2018/11/28 13:03 #

    아리아스 박사의 책 제목을 살펴보니 "수술의 비법, 특히 프랑스 질병과 람파론에 관하여..." (Secretos de chirurgia, especial de las enfermedades de morbo galico y lamparones) 같은 식의 긴 제목으로도 검색이 걸리네요.
    "람파론(lamparón)"은 목의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연주창", "나력"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 아리아스 박사의 저술을 소개하는 여러 글에서는 흔히 bubas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영어의 buboes와 일치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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