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7세기 동남아시아로 간 파리 외방전교회의 만병통치약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Recipes Project 합동 블로그의 Two 'Infalliable' Missionary Cures in Seventeenth Century  Southeast Asi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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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동남아시아로 간 파리 외방전교회의 만병통치약 

요크 대학교, 타라 알버츠 교수

17세기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선교사는 하루하루가 고생길이었다. 새로 도착한 선교사들은 지역의 기후, 음식, 식수, 해충으로부터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무엇보다도 낯선 질병을 두려워했는데, 여태껏 노력한 수확을 거두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편지를 보면 건강을 걱정하는 이야기로 수두룩하고, 어떤 치료법이 가능한지 묻는 요청도 빽빽하다. 파리 외방전교회 문서보관소에 보존된 것도 바로 그런 서한이다. 외방전교회가 시암에 세운 신학교의 선교사들이 1692년에 통킹(베트남)에서 일하는 형제들에게 보낸 편지다. (AMEP vol. 850, pp. 152-64) 이 편지는 선교사 편지가 으레 그렇듯 소식 전달, 정보 요청, 경건한 덕담, 조언을 담고 있다. 한편 이 편지에는 두 가지 치료물질 사용법에 대한 흥미로우면서도 의아한 구절도 담겨있다. (문서보관소의 설명 목록에는 소득recette이라고 설명되어있다) 다른 소식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편지 쓴 이는 어느 순간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하기로 한다.

"크로쿠스 메탈로룸(Crocus metallorum)은 가공한 안티몬으로 만드는 것이오. 만약 포도주에 섞으면 구토제가 되오. 그러니 이 크로쿠스는 위와 아래로 토해내고 설사하는데만 복용하는 것이오. 환자가 힘만 남아있으면 어떤 질병이든 대개 이것을 처방하오. 18알에서 30알을 복용하는데, 30알은 가장 강한 환자에게만 처방하오. 가열하지도 끓이지도 않고, 다른 것과 섞을 필요도 없소. 그저 포도주와 삼키거나, 물과, 설탕과, 무화과와 삼키면 되오. 사실 삼키기만 하면 무엇과 함께 삼키는지는 상관 없소. 킨초나는 신대륙에서 나는 나무의 껍질이오. 가슴이 갑갑하거나 타는 듯한 증상이 없는 온갖 발열 증상에 거의 매번 효험이 듣는 약방이오. 영국인 의사가 최근 이 나무껍질을 프랑스로 가져왔소. 작년에 우리가 이 방식을 쓰라고 보내준 것 같으나, 혹시 모르니 올해 또 보내는 것이오." (160쪽)

편지에 이 구절이 삽입됨으로써 선교사가 사용한 약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필자의 저서는 동남아시아에서의 가톨릭 전파를 논했는데, 선교사들이 종종 자신을 치유사로 소개함으로써 현지인들로 하여금 선교사의 영험함을 믿게 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이 '제조법'은 또다른 일련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선교사들이 유럽의 의학발전과 논쟁에 관여했다는 것과 선교지에서 비교적 '새로운' 기술과 약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추궁이 필요하다. 

첫번째 처방인 크로쿠스 메탈로룸은 본 블로그에서 과거에도 다룬 적이 있는 물질인 안티몬을 가공한 것이다. 안티몬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 편지에서 논하고 있는 바는 일종의 반(反)-처방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안티몬 처방의 효험은 너무 대단한 나머지 어떻게 복용할지는 중요치 않았다. 환자가 원래 앓는 질병이 무엇인지조차 중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진정한 만병통치약었던 것이다. 안티몬 처방의 사용은 17세기 내내 극심한 논란을 빚었다. 소르본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성명(데끄레, décret)을 내고, 1666년 파리 의회에서 백서(아레, arrêt)를 통해 안티몬 사용을 허용한 뒤에야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다. 

▲니꼴라 르 페브르(Nicholas Le Fevres)의 Traicte de la Chymie (파리, 1660), opp, 899쪽에 등장하는 태양을 이용한 안티몬 고열처리(La Calcination Solaire L'antimoine) 출처: 런던 웰컴 도서관

두번째 처방도 일종의 기적의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한 적이 없다시피 한' 킨초나 나무껍질은 키니네(quinine)의 원료로써, 말라리아성 열병에 효과가 있었다. 킨초나 나무껍질은 외방전교회의 경쟁 상대인 예수회가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는데 이 편지에는 언급되어있지 않다. 다른 편지를 보면 1680년대에 프랑스인 예수회원들이 시암의 외방전교회 사제들에게 킨초나 나무껍질을 나눠주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앞서 두 선교단체 사이의 갈등을 이야기한) 이 편지에서는 킨초나 나무껍질을 프랑스로 소개한 '영국 의사'만을 언급할 뿐이다. 여기서 '영국 의사'란 아마도 로버트 탈보어(Robert Talbor)일 것인데, 탈보어 만의 비법이었던 킨초나 기반 해열제는 탈보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은 1682년에 으로 출판되어 나왔다. 위 편지에서는 킨초나 나무뿌리를 가공하는 법에 대해 더 완전한 기록을 베트남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한다. 필자는 아직 이 기록을 찾지 못했으나, 탈보어의 비법과 예수회 비법과 함께 공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테오도르 츠빙글러(Theodor Zwingler)의 herbal(1696)에 나오는 킨초나 나무 그림.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스

안티몬과 킨초나는 모두 유망함을 내비쳤다. 지극히 효과적이었고 유명세를 탔으며, 17세기 말경 프랑스에서는 유행하기까지 했다. 왕족이 안티몬과 킨초나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 없이 매력을 더했을 것이고, 그 덕분인지 의학계에서 이 두가지 약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루이 14세는 안티몬 포도주 치료를 받고 병이 나은 적이 있고, 탈보어의 킨초나 치료법도 왕자를 구했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럼에도 안티몬과 킨초나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회의주의 세력은 계속해서 두 약물의 효험과 안전성, 그리고 그 약을 처방하는 이들의 정직함에 대한 의심을 표했다. 안티몬과 킨초나는 의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표상하였는데, 바로 보편 처방과 실패 없는 만병통치약을 따로 분리하고자 한 이들을 필두로 한 접근법이었다. 여기서 외방전교회원들은 이 접근법을 수용하였고, 이러한 이론을 선교지에 소개하는데 힘을 보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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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파리 외방전교회에 대해서는, 적륜 님의 18세기 후반 동아시아에 내려진 "불화의 칼"......과 

"이미 17세기부터 코친차이나를 중심으로 활약을 시작했던 프랑스의 해외선교 조직인 미숑 에트랑제레 드 파히(MEP: Missions étrangères de Paris) 즉 파리 외방전교회가 동북아시아로 진출을 하기 시작합니다."

채널 MEP, 1860년대 유럽문화의 파이프라인에서는 MEP와 예수회 그리고 신약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 

이밖에도 같은 시기 예수회의 약재 탐방에 대해서는 17-18세기 인삼을 둘러싼 모험 시리즈를 정독할 것을 권한다.


"음... 이렇게 태양 에너지를 농축해서 먹이면, 태양왕이 원기를 회복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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