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여자 가슴, 견공의 구토, 고등학교 역사 수업의 덧없음 [호치민과 베트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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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가슴, 견공의 구토, 고등학교 역사 수업의 덧없음

최근 베트남에서는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 대한 대대적인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 교육부에서는 고등학교 수준의 역사 과목을 "국민과 조국"이라는 과목 아래에 편입시키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이들은 역사 과목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르치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별도의 역사 과목이 없어진다면 이와 같은 역사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 논의 상의 의견들을 읽다보니 필자 스스로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고등학교에서 한 역사 공부가 필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들은 역사 수업에서 또렷히 기억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여자 가슴을 본 기억과 개가 토하는 것을 본 기억이다.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렸다. 그러나 필자가 기억하는 두 가지는 필자를 양심적이고 생산적인 국민이 되도록 (적어도 노력은 하도록) 육성하는데 한 몫을 했다. 

11학년이었는지 12학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필자가 들은 역사 과목에서 특별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필자의 역사 선생님은 역사학 박사학위가 있었지만,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반전운동 시기와 겹쳐있었고, 이와 연관된 온갖 60년대 말 70년대 초의 이상주의적이고 반체제적인 사상도 겹쳐있었다. 그 결과, 선생님은 상아탑에 입성해 대학 교수가 되는 것 보다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여긴 진로를 택하셨다. 사람들의 인생에 실제로 영향을 주기 위해 고등학교 교사가 된 것이다.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자 했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베트남과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정보 기반의 이해를 하도록 하였다. 반전운동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였듯이, 우리 선생님도 베트남은 항상 통일된 국가였다고 강하게 믿으셨고, 지난 2,000년 간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에 대항해 싸우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베트남에 개입한 것은 어리석었는데 베트남인들은 외부 세력이 자기 일이 개입하는 것을 막는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으셨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호치민에게는 민족주의가 우선이었고, 공산주의는 그 다음이었다고 강하게 믿으셨고, 응오딩지엠은 지도 명분이 없는 미국의 괴뢰였다고 강하게 믿으셨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자주 틀렸고,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믿으셨다.

이런 지식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스탠리 카노우의 "베트남 역사"를 읽게 하셨다. 그 책은 위에서 말한 주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을 하는 책이다. 이 책과 함께 나온 PBS 방송국의 TV 시리즈가 있었는데, 이 시리즈가 마침 비디오(VHS)로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책으로 진도를 나가면서 이 시리즈를 한 편 씩 시청하였다. 물론 우리는 수업시간에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써놓은 내용을 보면 필자가 수업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필자는 수 년 뒤 대학원에서 카노우의 책을 다시 읽었고 TV 시리즈를 다시 시청했기 때문에 이것을 아는 것이다. 그제서야 필자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나왔던 내용과 주장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카노우를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기억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없다시피 했을 것이다. 여자 가슴과 강아지가 토하는 장면 말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PBS 시리즈에 더해서, 선생님께서는 반전영화 "마음과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마음과 정신"은 매우 강력한 영화다. 여러 층위에서 위선을 폭로하기 위해 화면과 음향을 훌륭하게 대비시킨다. 

예를 들자면 영화 중에 미국 어딘가의 고등학교 군악대를 보여준다. 건강한 미국 국민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한 사람은 카메라에 대고 "우리가 최고다(We are number one)"라고 소리지른다.


그리고나서 화면은 남베트남의 유곽을 찍은 장면으로 바뀐다. 미군 병사들이 베트남 매춘여성들과 침대에서 노닥거리고 있고 한 병사는 여자 가슴을 주무른다.

필자가 학교에서 이걸 본 것은 16살이나 17살일 때였다. 당시 10대 소년에겐 여자 가슴을 텔레비전이나 영화 화면으로 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장면이 지나가는 내내 남자 급우들과 필자가 자리에 앉은 채로 "얼어붙어"있던 것을 기억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굉장히 흥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생님과 그 자리에 같이 있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러나 필자가 그 순간을 기억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 선생님을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틀을 깨고" 당시 대다수의 교육자들이 하지 않을 일을 하신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학부모 귀에 들어갔더라면 아이들에게 "음란물"을 시청하게 한 것에 대해 화를 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우리를 존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집중을 흐트러뜨릴" 장면이 있더라도 우리가 그 영화를 진지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고 여기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우리도 선생님을 존경했다.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이 영화를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던가 미국 정부의 위선이라는 보다 크고 중요한 메세지를 우리에게 이해시키고자 함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는 군인들이 사창가를 방문하는 장면 옆에 정치인들의 "고결한" 발언을 하는 장면을 대치시킴으로써 그 메세지를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고등학교 역사 수업 중에 여자 가슴을 본 것을 기억한다. 또 한 가지 기억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강아지가 구토를 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의 강아지였고, 이름은 모건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모건을 매일 수업에 데려오셨다. 교실은 카페트가 깔리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실이었는데, 그래서 교실에 들어가면 항상 모건 냄새가 났고, 모건 냄새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모건이 종종 방귀를 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은 모건이 구토를 했다.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모건은 선생님 뒤 교실 구석, 우리가 보는 앞에 있었다. 모건이 일어나더니, 교실 중앙을 향해 몇 발짝 나와서, 거친 숨을 쉬고는, 마침내... 웩!


우리는 모두 앉은 자리에 굳어버렸다. 선생님께서 어떤 행동을 취하실까? 그리고 놀랍게도, 그리고 존경스럽게도,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계속 진행하셨다. 

선생님께서는 가르치던 내용을 계속 말씀하시면서, 단 1초도 말을 쉬지 않고, 탁자 위에 놓인 휴지곽을 가져다가, 휴지 몇 장을 뽑아서, 토사물 앞으로 걸어가셔서, 닦아내고, 휴지를 버리셨다. 그러는 동안 내내 수업을 하셨고 학생들과 눈맞춤을 하셨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필자는 프로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프로 중의 프로셨다. 자신의 일과 자기 학생들에게 완전히 몰두하신 것이다. 주말에 선생님께서는 인근 대학교까지 몇 시간이나 차를 몰고 가셔서 그곳 도서관에서 수업 관련 조사를 하셨다는 것도 기억한다. 선생님께서는 일에 진지하게 임하셨고, 직업을 어떻게 수행해야하는지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던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었다.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필자가 기억하는 것은 이상이다. 우리가 실제로 배운 지식은, 필자가 기억했더라도 결국 나중에 "재학습"해야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그 수업에서 "학습"한 것의 대부분이 최근 학계에서는 반박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 당시에 배웠던 것은 지금으로써는 베트남 전쟁의 "정통 학파"라고 불리고, 신세대 학자들이 정통 학파의 이론을 뒤집는 방대한 작업을 해왔다. 

이것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고등학교 역사 수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다. 좋게 봐도 나중에 "재학습"해야하는 내용이다. 그럴 경우에는 뒤에 배우는 내용이 정말로 중요하다. 

대학교수와 학자로 이뤄진 활발한 공동체에서 과거에 대한 저술을 하고 현존하는 지식을 개량하는 사회라면 궁극적으로 학계의 이론이 사회 전반에 전파될 것이다. 

"시민을 양성"하는 것에 대해서 필자가 생각하는 바는, 가르치는 내용보다도 선생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이 수업 내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신경 써야 한다.

우리 선생님은 수업 내용에 열정을 쏟으셨고, 애완견이 토했을 때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쓰셨다. 필자는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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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백

덧글

  • 진냥 2018/11/19 19:06 # 답글

    오오... 국가나 사상, 주의주장을 떠나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학부모의 민원이 들어올 것만을 염려하고, 교사가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에만 골몰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에 비추어보건대 어떨는지... 마음이 갑갑해집니다.
  • 남중생 2018/11/19 20:03 #

    네, 켈리 교수님은 버몬트 주의 농촌 지역에서 자랐다고 하시는데, 글에도 나와있듯이 인근 대학까지 차 타고 몇 시간 걸리는 곳에서 저렇게 투철한 교육인이 계셨다는게 놀랍습니다.
    한편 오늘날 미국 공교육의 실패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씁쓸해지고요. 말씀하신 대로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습니다.
  • 효도하자 2018/11/19 21:24 # 답글

    펌프킨 시저스라는 만화에 나온말이 생각나네요. 정치가도 국민도 진지해져야한다. 대등할 필요는 없고 다만 진지하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걱을 정치가는 주장하고 국민은 그것을 진지하게 취사 선택해야 한다는.
    후에 많이 반박되고 프로파간다가 들어간 내용을 보여줬더라도 저 선생의 진지함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었군요
  • 남중생 2018/11/19 23:12 #

    "진지함"!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학생들에게도 분명 와닿았겠지요. 그리고 그것이 대등하지 않은 사제지간에도 "존중"과 "존경"을 불러일으켰을겁니다.
    켈리 교수님 본인은 훗날 그 역사 선생님이 가르치신 "내용"을 반박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그대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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