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아이를 가지려면 노오력을 해야한다! - 19세기 중국의 불임 치료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Recipes Project 합동 블로그에서 Storytelling and Practical Skills in Medical Recipes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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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문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실용적 기술

장 잉(Ying Zhang)

후기 제국시대 중국에서 의약 처방에 해당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유의(儒醫)들은 종종 약방문의 효험을 선전하면서 그 처방이 제왕와 신하의 전통적 질서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 개인이 앓는 병을 다스리는데 적합하다는 약재의 혼합을 내세울 때도 있었다. (본 블로그에서 중국 의약학 지식을 논한 또다른 글 참조.) 학계의 관심을 받은 문헌은 대개 유의(儒醫)가 쓴 글인 탓에,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가장 널리 퍼진 약방문은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후기 제국시대 중국에 살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해 다양한 민간 유통 문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시기를 보면, 민간 문학이나 인맥을 통해 행동 중심의 처방이 많이 유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상에 쓰이는 백과사전인 일용유서(日用類書)부터 달력, 선서(善書), 소설까지, 여기에 나오는 처방은 가정에서 유용한 실용적 지침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문학 서사를 통해 실용적인 보건 지식을 소개하는 문헌 형태의 자료였다. 약방문을 비전문가도 집에서 따라할 수 있다는 부분의 핵심으로 약 제조의 기술적 측면을 강조했다.

오늘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흥미진진한 사례는 19세기의 아무개가 고양씨(高陽氏)라는 필명으로 쓴 의방편람(醫方便覽)에 수집 및 기록된 "적각대선 어표종자 환방(赤脚大仙魚種子丸方, 맨발 신선의 물고기 부레로 만든 아이 갖는 알약)"[1]이라는 이름의 처방이다. 이 처방전은 우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운남 지방에 살면서 정실 1명과 첩 9명을 두었음에도 자식을 보지 못한 61세 주(周)씨 아무개가 어느 명산(名山)에 올랐다가 신선과 마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래 수련하여 득도한 진인을 만나서) 집안의 일을 이야기하였다. 후사가 없음을 말하고, 또한 좋은 처방을 구하였다. 신선(仙眞)은 그 지극정성을 가엾게 여기어 하나의 약방을 주었다. 약의 성질은 맑되 차갑지는 않고 따뜻하되 뜨겁지는 않으며 남자가 복용하면 근골이 건장해지고, 정력(精)이 더해지고, 골수(髓)를 보충하고 음기(陰)가 붙고, 근본(本)이 단단하진다. 여자가 복용하면 월경 주기가 바로 잡히고 혈액을 보충하고 태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기운이 순화되고 음기가 더해지고 아이를 쉽게 갖는다. 주 씨는 절하고 그 처방을 받아서(拜而受之), 처방에 따라서 약을 정제하고 섞었다.(依方修合)

▲적각대선어표종자구방의 첫 페이지. 이미지 출처: 베를린 국립 도서관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처방에 필요한 개별 약재를 나열하고, 어떻게 가공해야하는지 지침을 제공한다. 예컨대 천부자(川附子, 사천 지방의 오두, Aconitum carmichalii Debx)[2]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각각 무게가 4냥 5전 나가는 천부자 두 뿌리를 준비한다.
줄기를 잘라내고 4등분한다. 
안 익힌 감초(Glycyrrhiza uralensis)즙에 7일 간 담군다.
감초즙은 매일 아침 바꾼다.
젖은 밀가루 반 근으로 덮는다.
느린 숯불로 익힌다. 
잘게 잘라서 마를 때까지 가열한다.

약재를 모두 나열하고 나서, 약방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나열한 재료를 약방대로 가공하고 준비할 것.(以上諸藥如法炮製)" 여기서 "포제(炮製)"라는 것은 각 약재 밑에 적혀있는 지시사항 대로 약재를 가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처방전에서는 어떻게 약재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고 환약으로 섞는지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처방전 앞부분에서는 "의방수합(依方修合)"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표현을 써서 개별 약재를 가공하는 것부터 환약으로 섞기까지 모두 일컫는다는 것이다. 
환약을 만든 것은 의원도 약방(藥房)도 아니었고 주 씨엿다. 서사적인 줄거리는 약방문의 신비로운 출처를 언급함으로써 약효의 진실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주 씨가 약을 먹은 뒤 아들을 여럿 낳았고 본인은 97살까지 살았다고 전함으로써 그 효능을 증명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약을 제작하는 과정을 누구나 따를 수 있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제시하였다.[3] 약방문은 약물질과 도구를 다루는데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의 세계를 담고있지만, 이야기에서는 약을 가공하는 특화된 기술을 일상적인 가정 지식으로 선전하고있다. 또한 문학적으로 꾸밈으로써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는데, 약방문이 의학적인 맥락을 벗어나 문인의 사교계, 수집욕구, 도덕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의 수집품이 되었을 때에는 더욱 문학적인 가치가 중시되었다. 문학 창작과 도덕적 가르침으로 장식된 약방문을 수집한 사람들은 덕을 쌓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하게 되었다. 그러니, 의학적 맥락 밖에서의 약방문 활용과 유통을 살펴볼 때, 가정용으로 만들어진 약방문에는 스토리텔링이 핵심 요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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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레가 주재료로 들어간다는 점은 흥미롭다. 물고기의 부레가 원시적인 콘돔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생식/임신 관련 처방은 동서고금 모두 공감요법(다른 동물의 생식기를 섭취하는 것)이 다른 의학 이론보다도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을 보면 오히려 의아하다.

"그러나 14,15세기 수고본에서 볼 수 있는 약방문은 많은 경우 열과 무관한 것이 명백하다. 대신 다수의 처방전은 남자나여자가 (혹은 둘다) 동물의 특정 부위, 특히 성기를 먹으라고 한다. 이와 같은 처방전은 고대 세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또다른 이론적 틀에서 작용한다. 특정 물질이 생식 기관과 감응하는 성질을 가져서 생식기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중세처방전으로 보는 열과 여성 생식의 관계 中)

[2] "오두의 원뿌리는 부자(附子)라고 불리는 곁뿌리에 비해 더 독성이 있다고 여겨졌고, 야생 오두가 밭에서 기르는 오두보다 더 강력했다."

[3] 신선이 오랫동안 도를 닦은 수련 행위(久修)와 약을 가공하는 행위(修合)이 마찬가지로 수(修)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정신수양과 의약품을 만드는 과학적 수행이 일치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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