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4세기 중국의 외과 수술과 마취제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Recipes Project 블로그의 Pain, Poison, and Surgery in Fourteenth Century China를 번역합니다. 
원문에는 본초강목의 삽화 밖에 실려있지 않지만, 세의득효방의 원문이미지를 함께 싣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본문 내 그림들의 위치를 조금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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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하이(蝦夷)의 사람들은 짐승의 털로 옷을 짜입고 생선 기름을 먹는데 수염은 새우 수염처럼 길고, 다니는 데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으며 높은 산을 올라가고 험한 길을 다니는 데는 금수(禽獸)보다 빠르고 물밑으로도 다닐 수 있어 그 용맹스럽고 사납기가 비할 데 없다. 그리고 화살을 상투에 감추고 칼은 옷 속에 차며 초오두(草烏頭 독약) 약을 화살촉에 발라 그 화살에 맞으면 살이 썩어 문드러지므로 빨리 상처를 긁어내고 생마늘[生蒜]을 찧어 붙여야 죽지 않는다.
(적륜 님의 에조의 땅. 저 너머에... 포스팅 中 청정관 이덕무가 아이누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

적륜 님의 4년 전 글을 업어옵니다.^^ 
과연 이 무시무시한 "초오두"라는 독약은 무엇일까요? 초(草)라는 이름이 붙는 것으로 보아 식물성 독약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초오두 시리-즈"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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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중국의 외과 수술

우 이리(Yi-Li Wu)

복합골절 환자가 고통이 너무 심해 손을 댈 수도 없다면 고칠 방법이 없다. 위역림(危亦林, 1277-1347)은 이럴 때 환자에게 "마약(麻藥, 마비시키는 약)"을 먹일 것을 권했다. 그렇게 하면 환자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不識痛處)" 의사는 마땅히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칼로 째거나, 가위로 뼈의 날카로운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다.(或用刀割開, 或用剪去骨鋒者)" 마약은 뼈에 박힌 화살촉을 뺄 때도 유용했는데, 위역림에 따르면 "쇠 집게로 뽑아내거나 [뼈를] 뚫고 화살촉을 뽑을 수 있다.(或用鉄鉗拽出, 或用鑿鑿開取出)" 이런 세부 사례 외에도 일반적으로, 위역림은 모든 골절과 탈골에 마약을 쓸 것을 권했는데 의사가 환자의 몸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위역림이 선호한 마약 "초오산(草烏散)"의 제조법은 그의 저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상술되어 있는데, 이 책은 1337년에 완성되었고 원나라(1271-1368)의 국립의료기관 태의원(太醫院)에서 출간된 이래 중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의득효방의 서문에서 위역림은 의약 제조법이 약물의 근간이며, 이러한 도구를 능히 사용하는 것이 의사의 치유능력을 결정한다고 단언했다. 위씨 가문은 5대를 이어 의술을 행하였고, 위역림은 가문에 전해지는 지식과 다른 의사들의 지식을 집성하여 내과, 부인과, 소아과, 눈병, 입과 이빨과 목구멍의 병, 궤양과 염증, "바람(風)"이 침투해서 생기는 질병(급작스럽게 닥치는 질병으로 열이 나는 전염병부터 중풍까지 아우르는 용어)을 모두 아우르는 책을 집대성하였다. 마약에 대한 내용은 뼈를 맞추고 무기에 입은 상처를 다루는 마당(正骨兼金鏃科)에 등장하였다. 

▲세의득효방 서(世醫得效方 序)
工欲善, 其事必先利其器, 器利而後工乃精. 
일을 잘하려면, 일을 하기 전에 먼저 그 도구를 잘 다뤄야하고, 도구를 잘 다룬 뒤에야 일하는 것이 정교해진다.
醫者, 舍方書何以爲療病之本? 
의사가 처방서를 버리고 어찌 병을 치료하는 근본을 행하겠는가?

위역림의 초오산 제조법은 필자가 한문 문헌에서 찾은 연대추정이 가능한 수술 마취제 제조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대체로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의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 역대왕조의 정사에는 전설적인 명의 화타(華佗, 110-207)가 마비산(麻沸散)이라는 약을 이용해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들이 아무것도 못 느끼게 해서 심지어 환자의 배를 갈라 썩은 살과 유독물질을 제거했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일부 학자들은 마비산(직역하면 "대마초를 끓인 가루")이 모르핀이나 대마초 성분을 함유했다는 가설을 세웠으나, 그 제조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12세기 의사 두재(竇材, 1146년 경)가 썼다고 알려진 문헌에서는 쑥뜸을 놓기 전에 환자들을 잠을 재우기 위해 대마초 가루와 다투라 꽃(중국어로는 산가지山茄子, 만다라화曼陀羅花라고도 한다. 역주: 우리말로는 흰독말풀, 가지과의 식물이다.)을 섞어서 쓸 것을 권유하였다. 쑥뜸이라 하면 (두재의 책에 따르면, 경우에 따라 100개도 넘는) 말린 쑥 덩어리를 환자 피부 위에서 바로 태우는 것이다. 위역림의 초오산 제조법은 독풀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마취제 제조 전통에 대한 문헌 근거를 더해주는데, 이 제조법은 기록으로 남기 전부터 오랫동안 유통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시진(1518-1593)의 "본초강목"(1590년 경)에 실린 삽화. 1603년 목판본. 위쪽 가운데 그림이 초오두. 재배종 오두(원뿌리와 곁뿌리)는 아래 오른쪽 그림. 출처: 중국 국립도서관. 세계 디지털 도서관에 온라인으로 게재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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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3세기) 때부터 의서를 저술한 이들은 오두(烏頭, aconite)가 맹독성을 띈다고 설명하였다. (로마시대에 오두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몰리-존스-루이스의 게시물을 참조.) 그러나 잘 사용하기만 하면, 오두는 효능이 강력했고, 독을 약으로 쓰는 중의학 체계의 일환이었다. (옌 리우의 게시물 참조.) 뜨겁고 쏘는 성질을 가진 오두는 질병을 일으키는 풍(風)과 냉기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몸 속 침전물을 분쇄하고, 몸의 기운을 다시 일으켰다. 음양 우주론의 언어로는 활동적이고, 열을 가하고, 외적이고, 상승하는 기운인 "양기(陽氣)"를 보충했다. 오두의 원뿌리는 부자(附子)라고 불리는 곁뿌리에 비해 더 독성이 있다고 여겨졌고, 야생 오두가 밭에서 기르는 오두보다 더 강력했다.



위역림의 마약 제조법은 13종 식물 재료가 들어갔으며, 야생과 재배종 (사천 지방) 오두의 원뿌리를 상처 치유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와 함께 넣었다.

조각자 나무의 발육하지 않은 열매 (저아조각, 猪牙皂角)
목별자 씨앗 (목별자, 木鼈子)
미역줄나무 (자금피, 紫金皮)
구릿대 (백지, 白芷)
끼무릇 (반하, 半夏)
오약 (오약, 烏藥)
사천 지방 궁궁이 (천궁, 川芎)
승검초 (두당귀, 杜當歸)
사천 지방 오두 (천오, 川烏)
각 5냥

스타 아니스 (박상회향, 舶上茴香)
좌나초(坐拏草) - "앉아서 붙잡는 풀", 술에 넣어 뜨겁게 끓일 것.
야생 오두(초오, 草烏)
각 2냥

목향 (목향, 木香), 3전(錢)

위 재료들을 섞는다. 불에 익히지 않은 채, 가루로 만든다. 모든 골쇄(骨碎), 골절(骨折), 탈골(出臼)에는, 한 번에 2전(錢)을 복용하라, 좋은 홍주(紅酒)와 섞는다.

위역림은 아마도 이 제조법을 골절과 외상(正骨金鏃) 전문가인 큰할아버지 위자미(危子美)으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좌나초"를 보면 이 제조법이 어느 지역으로부터 유래했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좌나초가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독풀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18세기 강서통지(江西通志)에 따르면 좌나초는 위씨 가문의 본고장 강서성에서 자생하는 풀이고, 원주민이 타박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전통 본초학서는 오두의 치료 효과에 집중했다면, 위역림의 마취제는 오두의 마비 효과를 활용하는 동시에 살상력은 억제한 것이다. 초오산을 한 차례 복용한 환자가 마취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초오두, 좌나초와, 만다라화를 추가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위역림은 말한다. 

▲본초강목, 가운데 위는 좌나초, 가운데 아래는 만다라화. 출처는 위와 동일.

위역림 이후에는 의학 문헌의 수량이 증가함에 따라, 오두, 만다라화, 기타 독풀을 사용하는 마취제의 도움으로 부러진 뼈를 맞추고 종기를 째거나, 귀, 코, 입술, 회음부의 열상과 자상을 치료하기 전에 환부를 마비시키는 기록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침서와 수술을 통한 치료는 중의학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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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우 이리(Yi-Li Wu)는 미국 미시건 대학교 리베르탈-로겔 중국학 센터의 연구원이며,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EASTmedicine 연구소의 합동 연구원이다. 예일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알비온 대학교에서 13년간 역사학 교수로 있었다. 그녀는 "여성을 재생산하다: 후기 제국시대 중국의 의학, 은유, 출산"(캘리포니아 대학 출판사, 2010)을 저술했고, 의학 도해, 법의학, 중국 사람이 본 서양 해부학 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녀는 현재 중국의 상처 치료 의학의 역사에 대한 책을 완성중이다. 

감사의 말씀
이 연구는 웰컴 재단의 "동아시아 의학에서 지식의 수단과 의술의 방법, 1000년부터 현재까지"(097918/Z/11/Z) 의료 인문학 상금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한 제게 두재의 글을 소개해준 로레인 윌콕스 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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