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일본 난학 서적인 "육물신지(六物新誌)" 속 인어를 이야기하면서, "우니코루, 미이라, 인어, 사프란, 너트멕, 에부리코(버섯 종류)의 6가지를 네덜란드 박물학 책을 바탕으로 해설한 책"이라고 했지요? (원출처: 적륜재)
마침 미이라 이야기를 하는 김에, 이 육물신지의 미이라 그림도 살펴봅시다.

엥? 분명 미이라를 뜻하는 한자어 "목내이(木乃伊)"라고 써있긴 하다만... 생김새가 이상한데요?
네, 사실은 육물신지의 편저자 오오츠키 겐타쿠(大槻玄澤) 선생님도 이 삽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독자의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오츠키 선생님... 다소 무책임하시군요.
아무튼 우린 이제 이게 무슨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호이야게 픽토레스퀘 데라게레세 (그렇게 읽는게 아닐텐데...)
和伊牙傑 必多列私格 垤蠟厄勒齊 라는 책이죠!
Voyage pittoresque de la Grèce
그리스 여행책에 미이라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뭔가 수상쩍은데 말이죠...-_-

▲아앗... 그건 미이라가 아니라...
재미있는 오해지만, 지난번 인어 삽화와 연결해서 우린 나름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바로 육물신지(1787)는 나름대로 유럽(네덜란드)에서 출판되는 최신 지식을 모으려던 노력이었다는 거죠.
그랬기 때문에,
1782년 브뤼셀에서 출간된 Voyage pittoresque de la Grèce
1754년 암스테르담에서 출간된 Poissons, Ecrevisses et Crabes.
등을 참고자료로 삼았고...

그러다보니 다소 성급하게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정보를 잘못 기입하기도 했습니다.^^
부식된 고대 대리석상이 미이라로 변신해버리는 경우처럼 말이죠.

P.S.
한편 17~18세기 유럽에서도 과연 "미이라"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이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오래되고 수준 높은 문명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그리스 조각상이 그 논의의 범주에 포함된 적은 없지만, 일본에서 이런 (오해를 통한) 의미의 확장이 벌어졌다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잉카 미이라 만들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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