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동물 공간과 짐승 공간 [특집]양자 악어 이야기

한동안 Liam Kelley 교수님의 Le Minh Khai 블로그에서 전재/번역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Jonathan Saha 교수님의 블로그를 소개해보렵니다. 식민지 버마와 동물을 주제로 흥미로운 글을 쓰시는 분이시죠.
원문은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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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지리학자 크리스 필로(Chris Philo)와 크리스 윌버트(Chris Wilbert)는 공동편저를 내면서 서문에서 "동물 공간(animal spaces)"과 "짐승 공간(beastly spaces)"을 구분한다. 동물 공간이란 인간이 비인간 종을 놓은 실제와 가상의 공간이었다. 예컨대 개는 개집에, 원숭이는 동물원이나 야생에, 금붕어는 어항에, 등등인 것이다. 반면, 짐승 공간이란 인간이 예상하거나 원하지 않은 공간을 동물이 침범함으로써 생겨났다. 예컨대 동물원을 탈출한 코뿔소, 사무실에 날아들어온 비둘기, 쓰레기통을 뒤지는 여우 등이 있겠다. 필로와 윌버트가 제시하는 예시의 대부분은 야생에서 생활해야 하는 생명체가 '길들여진' 공간에 침입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종종 동물이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1913년의 봄베이 자연사 학회지(Journal of the Bombay Natural History Society)에서 이런 일을 벌인 동물을 묘사한 기사를 읽었다. 이 동물은 버마 토종의 야생 들소라고 여겨지는 "차잉(tsaing)" 즉 보스 손다이쿠스(Bos Sondaicus) 종이었다. 매년 이 들소는 친 고지(Chin Hills)에 위치한 한 마을에 매년 똑같이 나타나서는 마을에서 기르는 소떼와 어울렸다고 한다. 들소가 다른 숫소를 괴롭히거나 암소와 짝짓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세웠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이 방벽은 그를 막지 못했다. 

▲ 다른 소 보다 덩치가 크고 밝은 색을 띤다.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에 있다. 출처: Journal of the Bombay Natural History Society, vol. 22 (1913), p.190.

기사는 이어서 이 들소가 매년 돌아오는 행동을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보고한다. '악령'을 부려 사람들을 치료한 불교 승려가 죽은 뒤에 처음으로 들소가 나타났기 때문에, 승려가 이 들소로 환생했다고 여겨졌다. 사도를 행한 업보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보고는 조금 회의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흔히 이런 류의 이야기를 통해 버마 사람들을 미신적이고 어리숙하게 그리곤 했다. 하지만 설명을 글자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효용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들소는, 승려와 마찬가지로, 침입자였다. 그의 행동은 동족의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역사 속에서 집짐승이 아닌 동물을 개별 개체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데, 이처럼 때때로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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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경을 외워 용왕 가족을 괴롭히던 요승을 쏘아죽이고 나니 변신한 여우였다는 거타지/작제건 설화가 연상되네요.^^

P.S. 2
캐나다에서 야크/버팔로/소 잡종을 만들어 사육하려던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 참조.



"역사 속에서 집짐승이 아닌 동물을 개별 개체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데, 
이처럼 때때로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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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중생 : 왜 "그때" 악어가 나타났나? 2019-07-05 22:08:20 #

    ... 주석을 달아놓았지요. 황제께서 비평하시길,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호기심으로 망령히 붙여놓았다." 식민지 버마의 동물史를 연구하시는 조나단 사하 교수님은 블로그 포스팅에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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