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연금술사가 투잡을 뛰면 생기는 일! Recipes Project~열띤 연재中~

Recipes Project의 "열띤 연재"에서 또 번역합니다. 이번에는 정규 기획의 일부는 아니고, 2013년 7월에 올라왔던 게시물인데 "열"과 관련 있다며 블로그 운영진이 다시 띄운 글입니다.
-----------------------------------------------------------------------------------------------

연금술사가 투잡을 뛰면 생기는 일

틸만 타페(Tillmann Taape)

근세 연금술 비법서를 살펴보면, 현대의 보건 및 안전 요원들이 진저리 칠 만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놀라곤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연금술사들은 유리나 금속이 녹아내릴 정도의 고온을 놀라우리 만큼 두려워하지 않았고, 밀봉한 유리 용기 안에 불안정한 가연성 액체를 가열할 때는 때는 각별히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깨질 위험이 있다고 그들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유리 용기를 자주 권했다. 이와 같은 실험은 분명 손가락에 화상을 입거나 펄펄 끓는 알코올을 뒤집어 쓰는 등의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동시대 풍자문학에서 그린 전형적인 연금술사를 보면, 사고는 일상 업무의 일부처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인문학자이자 풍자문학가 세바스챤 브란트의 바보배(1494)는 중세 시문학 전통의 연장선 상에서 연금술사를 묘사한다. 여기서 연금술사는 욕심 많고 무모한 바보인데, 위험하고 무모하게 실험을 하다가 상처 입고 파산한데다 눈까지 멀었다는 이야기다.[1] 물론 풍자문학을 사료로 쓸 때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명시할 만한 점은 오늘날의 보건 안전 기준이 도입되기 한참 전에도 근세인들은 연금술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았다는 것이다.

반면 연금술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상당히 드물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반대 근거를 제시해준다면 필자는 기쁘게 입장을 변경하겠으나, 지금까지 본 바로는 비록 연금술사들이 폭발로 이어질 것 같은 비법을 자주 적었음에도,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침내 연금술 실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직접적인 사례를 발견했을 때 필자는 뛸듯 기뻤다. 증류기는 폭발하고, 연금술사는 밀려 넘어지는 총체적 난국 말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의사 겸 약사 히에로니무스 브룬스윅(과거 포스팅 여기여기 참조)이 1512년에 초판한 증류대전(Liber de arte distillandi de compositis)이라는 700페이지 분량의 저서는 다음과 같은 교훈성 일화를 수록하고 있다. 

브룬스윅은 송지유에서 물을 빼내기 위해 증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수분이 거의 다 증류되었을 즈음해서 불청객이 찾아왔다. 

"환자를 보러 가느라, 기름이 물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돌아왔더니 물 위에 유막이 생겨있었다. 위에 뜬 기름만 서서히 따라부었으면 되었을 것을, 전부 다 새로운 플라스크에 부어넣고는 증류를 통해 수분을 추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또 환자에게 불려가야 했고, 그 동안에 물이 기름으로부터 증발하였고, 일부는 플라스크 한 쪽에 맺혀 기름 속으로 다시 떨어졌다. 플라스크 속의 기름은 요동쳤고, 연기가 뿜어져나와, 알렘빅이 날아갔다." [2]

▲브룬스윅의 증류대전에 나오는 증류기 그림
© Wellcome Images

브룬스윅이 밤 늦게 돌아와서 현장을 조사하러 왔을 때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시종에게 횃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불을 내오자, 기체가 불에 닿아 화염이 사방으로 폭발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꺼졌는데, 그래도 시종과 나는 머리카락, 옷가지, 눈썹이 불에 타버렸다. 우리는 땅바닥에 넘어져 겨를이 없었으나, 머지 않아 다시 일어나서는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닫힌 등롱을 가져왔고, 화로에 재를 던져넣어 불을 껐다."[2]

그러니 증류대전의 독자들이여, 이처럼 송지유를 증류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처음 접한 뒤 흥분이 가시고 나니, 단지 눈으로 읽었을 때도 위험천만해 보였던 실험 절차가 실제로도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을 기꺼이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이 일화에서 건질 수 있는 역사적 시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특이한 사건에서 브룬스윅은 그의 일상생활과 작업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내비친다. 근세 연금술사가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약사와 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틈틈히 연금술 실험을 해야 했던 브룬스윅은 한밤중에도 예고 없이 환자를 돌보러 불려가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한 명 이상의 하인을 두고 있었으며, 밀폐된 작업공간에서 증류를 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폭발성 기체가 축적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무엇보다도, 브룬스윅의 책에 담긴 실험절차들은 그저 필사하고 수집해서 출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실험해본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일화는 단지 재미를 주거나 철자법도 일관되지 않게 알자스 방언으로 쓰인 수백 페이지를 독해해낸 노고를 보상하는 것 이상이다. 특이 사안에 대한 묘사를 통해 우리는 연금술의 실제와 연금술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


[1] 근세 연금술사에 대한 선입견과 "성격"의 변화에 대해서는 타라 눔메달(Tara Nummedal)의 "신성로마제국의 연금술과 권력"(Alchemy and Authority in the Holy Roman Empir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 Ch. 2.)을 참조.

[2] 히에로니무스 브룬스윅, 증류대전. Strasbourg: Grüninger, 1512.


덧글

  • Fedaykin 2018/09/15 14:28 # 답글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만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
    브룬스윅은 크게 안다쳐서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
  • 남중생 2018/09/15 15:18 #

    헉! (깨달음)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