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중세 처방전으로 보는 열과 여성 생식의 관계 Recipes Project: 사후약방문

제가 좋아하는 Recipes Project의 "열띤 연재" 그 두번째, 중세 처방전으로 보는 열과 여성 생식의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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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처방전으로 보는 열과 여성 생식의 관계

캐서린 라이더(Catherine Rider)

폭염 속에서 "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영국에 사는 사람들 중 열기를 높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중세와 근세 시대에 걸쳐 의약학 제조법을 뒷받침한 체액설에 따르면 남녀가 아이를 갖고 싶을 때 열은 굉장히 좋은 요소였다. 체액설에서 말하는 열은 성기능과 생식능력을 모두 높여준다고 여겨졌고, '뜨거운' 음식과 약물은 여러 고대, 중세, 근세 의학 문헌에서 최음제 및 생식 보조제로 추천했다. 제니퍼 에반스는 여기에 대한 근세 시대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에반스의 책과 그녀가 2013년 레시피 블로그에 기고한 글 참조.)  그러나 열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열은 생식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었고, 그런 상황에는 '차가운' 음식과 약물을 제안할 수 있었다.  

14,15세기 의학 제조법 책에 대해 조사하면서, 필자는 회임을 돕기 위해 체열을 높이거나 낮추는 여러 약방문을 볼 것으로 예상하였다. 약방문은 라틴어 의학 문헌 보다 덜 복잡한 언어로 쓰였고, 이론 보다 치료에 초점을 두었으나, 필자가 살펴본 문헌집에 실린 약방문들은 장문의 라틴어 의학 문헌에 출처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표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종종 체액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웰컴 도서관, 대영도서관, 케임브리지 도서관을 필자가 초탐한 바에 따르면, 이보다 더 다채로운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미출간 중세 수고본 약방문의 수량을 생각할 때, 아마 총체적인 조사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총체적인 조사는 아직 못 했고, 필자가 지금까지 찾은 회임 보조 약방문들은 다양한 원리로 작용한다.

체액 불균형이라고 진단되는 상태를 고치기 위해 열을 조절하고자 하는 처방도 있다. 예컨대, 출처를 알 수 없는 15세기 의학 잡서인 웰컴도서관 MS 541의 라틴어 약방문들은 이 점을 노골적으로 명시한다.

▲웰컴도서관 MS 541 中

'회임에 방해되는 요인'이라는 장에는 다음과 같은 약방문들이 실려있다.

차가운 체액 때문에 불임이라면... (Si sterilitas fuerit propter humores frigidos...)

지나친 습기가 회임을 방해한다면... (Quod si propter nimiam humiditatem conceptio impediatur...)

여자 몸의 열이나 건조함이 불균형해서 회임을 방해한다면... (Quod si calidatate aut siccitate fuerit distemperancia in muliere impediens conceptionem...)

매 사례에서 첫 단계는 과도한 체액을 배출하고, 특정한 목욕볍과 식물 요법, 좌약을 추천한다. (웰컴도서관 MS 541, ff. 137-r-v) 수고본 전체는 디지털로 웰컴도서관 웹사이트에 올라와있다. 

헨슬로우(Henslow)가 14세기 약방문 모음집에서 인용한 대영도서관 MS Harley 2378도 이와 유사하게 여성 불임의 원인으로 열 부족을 언급했고 열을 올리는 치료법을 제안했다. 

'피가 차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은: 사혈을 하고, 트리산달리(trisandali)와 다이아펜디온(diapendion)을 섭취하되, 꿀과 함께 섭취함에, 매일 그와 같이 하여, 피를 뜨겁게 잘 유지하라.' (G. Henslow, 14세기 의학 (런던, 1899). p. 104.)

그러나 14,15세기 수고본에서 볼 수 있는 약방문은 많은 경우 열과 무관한 것이 명백하다. 대신 다수의 처방전은 남자, 여자, 혹은 둘다 동물의 특정 부위, 특히 성기를 먹으라고 한다. 이와 같은 처방전은 고대 세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또다른 이론적 틀에서 작용한다. 특정 물질이 생식 기관과 감응하는 성질을 가져서 생식기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예컨대 영어 처방전 모음집 Liber de Diversis Medicinis에 속한 몇몇 14, 15세기 수고본을 보면 동물 성기를 이용한 처방전이 있다.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암토끼의 자궁과 성기, 수토끼의 고환, 돼지 눈알과 간과 같은 재료인 것이다 (캐서린 라이더가 The Palgrave Handbook of Infertility in History, Gayle Davis and Tracey Loughran 편저 (Basingstoke, 2017), p. 281에 기고한 '후기 중세 영국 남자들은 불임에 어떻게 대처했나'를 참조.)

이 약방문은 모두 모니카 그린이 편집한 라틴어로 된 12세기 여성 의학 집성, 트로툴라를 직간접 출처로 뒀는데, 전수 과정에서 변형된 것도 종종 있다. 트로툴라에서는 돼지 간과 눈알 대신 간과 고환을 추천한다.[1] (그린, p. 77 참조) 트로툴라에 나오는 이 약방문은 중세 영국의 약방문 모음집에 자주 등장한다. 돼지 고환은 웰컴도서관 MS 407 (f.61r), '불임 대책'에도 등장한다. 

그린이 제시했듯이, 트로툴라는 다양한 수고본으로 영국에 유통되었으며, 몇몇 수고본에서는 중세 영어로 번역되기도 했으니, 트로툴라의 처방이 종종 약방문 모음집에 나타나고 이상할 것은 없다. 동물의 특정 부위를 이용하는 처방전은 레시피 블로그에서도 종종 다뤘다. 일례를 들자면, 로렌스 토텔린은 2015년 기고문에서 최음제로 쓰이는 숫사슴 성기를 언급한 바 있다. 트로툴라에서도 지나치게 많거나 적은 열이 남녀를 불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논한 바 있다. (그린 번역, pp. 85-7 참조) 그럼에도 트로툴라가 보인 파급력과 트로툴라의 생식기-관련 처방이 유행했다는 것을 보면 열과 체액 이론에 기반한 치료법은 중세 영국 약방문 모음집을 읽는 독자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회임 보조 요법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에는 영국 의학 문헌에서 어느 회임 보조법이 특히 유행했는지, 이로써 이전 시기의 라틴어 의학 문헌에서 나온 전보의 전수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심도있게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는 열을 둘러싼 치료법의 양상이 다양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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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을 mori님께서 번역하셨다!!

만약 남자 아이를 갖고 싶다면 남편은 산토끼의 자궁과 질을 취해서 이것을 와인과 함께 갈고 마셔라. 그리고 동시에 아내는 산토끼의 고환을 먹는다. 그리고 그녀가 월경이 끝날 때에 남편과 함께 눕게 해라. 그러면 사내아이를 가질 것이다. 

또 다른 방법. 아내로 하여금 작은 돼지의 간과 고환을 먹게 해라. 그 돼지는 암퇘지 한 마리만 가졌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남자에게 먹이면 그가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은 여성도 임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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