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베트남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남베트남. [호치민과 베트남 전쟁]

넷플릭스에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10부작"이 올라왔더군요.
여기에 대한 베트남 역사학자 Liam Kelley 교수님의 감상평, The Absence of South Vietnam in "The Vietnam War" and in the American Consciousness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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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과 미국인의 의식 속에 보이지 않는 남베트남의 존재



필자는 켄 번스와 린 노빅이 제작한 "베트남 전쟁" 10부작 다큐멘터리 시청을 마쳤다. 1화는 (지나치게 축약 및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만듬새가 훨씬 좋아졌다.  

궁극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베트남"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영화다. 번스와 노빅이 보이고자 한 것은 오늘날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깊은 간극의 유래를 베트남 전쟁 시기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시에 어떻게 분열되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번스와 노빅은 미국 내/출신의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호의적으로 비추지 않으려고 한다. 각 개인 및 단체의 복합성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달성하는데, 그리 함으로써 제작진은 매체에서 흔히 비춰지는 방식과 다르게 이 시기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번스와 노빅이 반전운동 역사 상의 유명 사건을 거론할 때마다, 거의 매번 잇달아 미국인들이 반전 시위대 보다 경찰 및 기존질서의 행동을 선호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이를 보수 세력의 "팩트" 왜곡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겠으나, 다큐멘터리의 목표가 왜 미국이 이토록 분열되어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라면 반전 운동을 이런 방식으로 맥락화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이를 보수 세력의 "팩트" 왜곡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겠으나..."


그러나, 미국인들이 보인 다양한 시각의 복합성을 보려는 노력에도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다.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이다. 18시간 길이의 다큐멘터리 중 인터뷰에 응하는 미국인들과 나레이터는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게 미국인들과 미국인의 생각에 대한 다큐멘터리일지언정, 베트남 전쟁은 남베트남을 보호하는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치뤄졌다. 남베트남은 미국의 동맹국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남베트남과 남베트남인들에 대해 뭐라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이 다큐멘터리에서 남베트남에 대한 유일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남베트남 정부는 부패했고 남베트남 군대는 무능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국인들은 남베트남과 남베트남인들에 대해 뭐라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


필자는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이중잣대가 이 다큐멘터리에 18시간 장장 묻어난다고 느끼며, 이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미국인이 집합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과 시각을 반영한다고 본다.

다큐멘터리 내내 우리는 남베트남 군대가 무능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베트남 군대는 전쟁 내내 계속 무시되다가 구정 공세 때가 되자 갑자기 똑같은 남베트남 군대가 매우 효율적으로 싸워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미국이 북베트남과 여러번 협상을 하는 동안, 남베트남 정부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았다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말하고 있다. 게다가 1965년 미 해병대의 상륙도 남베트남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다.

남베트남 정부가 피닉스 계획을 저평가한데에는 남베트남이 군대 차원에서 보복성 살인을 했기 때문이라고 비춰진다. (그리고 연장선 상에서 미국 군대는 뻔히 훈련이 부족한 인원에게 이 계획 운용을 맡긴 것에 대해 비난받는다.) 그러나 미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격했을 대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

우리는 또한 적군은 지형을 알고 있었고 미군은 몰랐기 때문에 미군이 불리한 조건에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남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전쟁을 치뤘으며, 분명 그 지역 출신의 남베트남 장교와 병사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형을 알았을텐데, 아무도 이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인가?

영화 결말부에 가면 우리는 미국인 참전자들이 과거의 적과 화해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참전자들이 과거의 동맹과 그 어떤 형태의 대화와 교류를 하는 장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같은 맥락에서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무시는 반전운동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했으리라는 것이 분명하다. 반전 운동의 소속원들은 베트남 전체의 무고한 민간인 살인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국 남베트남을 수호하는데는 관심이 적었고,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와 무능한 남베트남 군대라는 묘사는 반전운동 세력의 전쟁 비판 논조와 딱 맞아떨어졌다.   

"아무도 이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인가?"


18시간 장장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중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사안을 지적하는 장면이 더러 있기는 하다. (아마도 8화 중) 한 장면에서 참전군인 토마스 발렐리는 미국인들이 남베트남의 무능함을 과장해서 자기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한다.

최종화(10화)에서, 전직 CIA 직원 프랑크 스넵과 전직 첩보 요원 스튜어트 헤링턴은 입을 모아 미국이 어떻게 동맹국을 팔아넘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인물 모두 1975년 사이공 함락 당시의 마지막 미국인 구출에 동참하였으며 수 년 간 미국인과 협력해온 남베트남인들이 뒤에 남겨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몇 마디를 제외하면 남베트남은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언급되더라도 부패하고 무능했다는 캐리커쳐를 그저 반복하기 위함이다.


"남베트남의 무능함을 과장해서 자기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한다."


"베트남 전쟁" 속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의 부재는 켄 번스나 린 노빅의 편견 혹은 왜곡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제작진이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인이 베트남 전쟁을 보는 주류 시각을 포착해냈다고 필자는 주장하겠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전쟁이었다.

왜 중요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분명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남베트남을 폄하하는 것이 미국인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 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때, 남베트남 정부가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편리했다. 

남베트남 측과 상의하지 않은 채 미군이 단독으로 싸운 전투가 성공적이지 못했을 때, 남베트남 군인이 무능하고 자기 전쟁을 자기가 싸우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란 편리했다. 

자신이 징병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베트남을 부패하고 무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묘사함으로써 전쟁 전체를 비난하기란 편리했다. 

남베트남 사람들이 동양인이라는 점이 이 모든 폄하를 하는 것을 한결 더 수월하게 만들었을까? 미국 내에 이 주장을 받아칠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필자는 베트남 전쟁을 이해하는데 이 점은 중요한 요소라고 확신한다. 


"확실한 것은 남베트남을 폄하하는 것이 미국인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했다는 것이다."


물론 남베트남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 미국인도 여럿 있었으며, 필자가 위에서 그린 넓은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소수였으며, 제작진이 충실히 재현한 것은 다수의 시각이다.   

최근까지, 남베트남은 학술계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15년간 역사학자들은 남베트남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미국인들이 여태껏 무시해온 세계를 조명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위의 책이 한 가지 예고, 여기 또다른 예가 있다.) 그렇듯, 오늘날 미국인들은 수십년간 그들이 보인 전쟁관의 기반이 되어온 남베트남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설 수 있으나,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이 "미국의 경험"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평을 내림으로써 전쟁의 정당성이나, 전쟁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재활성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며, 필자는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에 제시된 관점과 생각을 비판할 의도가 전혀 없다.

필자는 제작진이 베트남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여러 미국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제작진이 이 작업을 워낙 잘 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베트남 전쟁 이야기를 할 때 "안" 생각하는 부분이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부패"하고 "무능"한 남베트남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결국 미국 국민이 되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미국 사회 내의 분열이 처음 어떻게 등장했는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분열을 치유하고자 한다면,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을 계속해서 무시하는 것이 여기에 보탬이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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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인테일 2018/07/16 23:36 # 답글

    그러고보면 남베트남군에 대한 이미지는 어째 베트콩이 총 한방 쏘면 모조리 총이고 군장이고 내버리고 줄행랑치는 그런 느낌이었군요.
  • 남중생 2018/07/16 23:43 #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의 베트남전 기억에서도 비슷한 서사가 반복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 kuks 2018/07/17 00:04 # 답글

    EBS에는 수출판 축약본이 공개되었는데 드디어 PBS 원본판이 자막과 함께 공개되었군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8/07/17 00:22 #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애국왕 2018/07/17 10:16 # 답글

    남베트남 국가 자체가 서방세력이 냉전때문에 급조한 세트장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월남전을 베트남 인민의 반제국주의 해방투쟁, 미국 사회의 양심을 시험한 전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남베트남에게 눈길을 주는 경우는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 남중생 2018/07/17 10:35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베트남이 “민주주의 극장 국가”로 운영되었다는 이야기도 Kelley 교수님께서 하시더군요. 미국의 영웅 심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전시에도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국가로 작동하도록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2018/07/17 17: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17 17: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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