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동아시아 천문학의 "월패성"은 유대교 신화의 릴리트? HELLO! VENUS?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내 몸에 흐르는 피보다 더 붉은 자여" 
- 자기성월패성의 정체!

(제목은 mori님 오마주...)



적륜 님께서는 몇 달 전 제왕의 자격 - 칠정산 포스팅에서
세종 24년(1442년)의 천문학 서적, 칠정산 내편을 소개하셨습니다.

6장은 수금화목토성의 5행성의 움직임을 다룹니다. 태양의 운동에 대해 각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는 법입니다.
7장은 조금 다릅니다. 전근대 천문학에는 사여성(四餘星)이라는 가상의 별이 있었습니다. 자기, 월패, 라후, 계도라고 불리는 이 네개의 별은 진짜로 존재하거나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설정입니다. 하지만 이 별들은 특히 인간의 운명에 관련되어있다고 믿어져서 명리학같은 쪽에서 중요시 여기던 것입니다. 이 가상의 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장입니다. 저도 이 사여성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 사여성 말입니다...
라후와 계도의 경우에는 인도 천문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寬永二十年癸未 (將軍家綱公) 朝鮮容螺山者來, 玄貞相見 討問七政四餘 (并七政四餘爲十一曜)之運行 而歸國 依玄貞起志勵氣 自勤學是術有年
간에이20년 계미년 (1643년 도쿠가와 이에쓰나 쇼군 시절) 조선에서 용나산(容螺山)이라는 사람이 왔다. 오카노이 겐테이(岡野井玄貞)가 만나서 칠정사여(칠정은 해달 오행성, 사여는 紫氣、月孛、羅睺、計都 라고 하는 동아시아 고대 천문 점성에 중요한 4개의 허성, 이중 라후와 게도는 인도 고대천문학에서 전래된 것)의 운행을 물었다. 그가 귀국한 후 겐테이는 의지가 일어나 스스로 이 기술을 수년간 부지런히 공부를 하였다.


▲적륜 님의 우물에서 바라보는 우주라는게... 中 조선 천문학자가 일본인에게 사여성 계산법을 가르쳐주는 장면.


하지만 나머지 둘, 자기와 월패는 유래가 아리송합니다.

혹시 조선인들은 사여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을까요?

역서가(曆書家)의 말에, “오성(五星) 밖에 또 사여성이 있으니 이름은 자기(紫氣)ㆍ월패(月孛)ㆍ나후(羅㬋)ㆍ계도(計都)이다. 목성(木星)ㆍ수성(水星)ㆍ화성(火星)ㆍ토성(土星)은 여정(餘精)이 있되 오직 금성(金星)만은 여정이 없으니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오성의 하늘은 높고 낮은 것이 같지를 않아서 사여성의 하늘이 금성과 같이 있을 수 없고 각각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칠위(七緯)와 같이 있다.”고 하였고, 사씨(謝氏 이름은 조제(肇制))의 《오잡조(五雜組)》에, “천문지(天文志)에는 사여성의 말이 없는데, 술가(術家)에서는 ‘사여성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하니, 그것은 사여성은 하늘에서 찾아볼 수 없으므로 억지로 말을 만든 것이다. 만약 보이는 것이 없으면 아무리 술수(術數)를 하는 사람이라도 무엇을 가지고 알겠는가?” 하였다.


(...)
"예끼 이놈! 괴력난신을 말하지 말랬거늘!"이라고 혼났어요...


아아, 이렇게 학문의 계보가 끊어지는 건가요?
그렇담 17세기 이래로 동서양 학문의 다리를 이어주었던 라이덴 대학교의 논문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전에 소개드린 적 있는 Jefferey Kotyk의 2017년 박사학위 논문, 당나라 시기 불교 점성술과 점성 마법(Buddhist Astrology and Astral Magic in the Tang Dynast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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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렴(宋濂, 1310-1381)은 이필건(李弼乾)이 라후와 계도, 일월과 눈에 보이는 다섯 행성으로 이뤄진 '아홉 기본 행성'(구요성, navagraha)을 소개했다고 언급했는데, 자기(紫氣, 炁 보라색 기운 또는 안개)와 월패(月孛, 달의 원지점)라는 외부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암성(暗星) 혹은 음성(陰星)이 두 개 더 있었다. 이들의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나, 중국에서 창작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형운로(邢雲路, 1580년경 활동)의 저술에서 이 두 행성을 (라후성과 계도성과 함께) 서역성경(西域星經 MMH If)이라는 책과 연관 짓는다. [214] 자기와 월패는 현시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점성학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도로테오스(Dorotheus)의 저술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자기와 월패는 천문표에서 식별 가능한 지점으로서 작용하는데, 이는 라후, 계도와 같은 방식이다. (즉, 황도 상의 지점을 일반 행성과 마찬가지로 궤도를 그린 것이다).

자기
는 황도 상에서 이동하는 점으로 그려지는데, 윤달을 삽입하는 시점을 계산하는데 쓰인다. 필자는 당나라 때의 저술 중 자기의 범위를 정의하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명나라 때 류정지(柳定之, 1409-1469)가 저술한 천문학 서적에 나와 있다:


자기성은 윤달에서 나온다. 28년에 윤달은 10번 있다. 그동안 자기성은 황도를 한 번 돈다.
[215]

중국에서 계산하는 값인 365.25도가 아닌 360도를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자연수로 계산을 할 수 있다.
[216] 중국의 기준 값을 사용한다면 자연수가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성이라는 개념이 근동 지역의 천문학을 염두에 두고 고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시 말해 중국인이 아닌 점성학 전문가가 고안했다는 뜻이 된다.

"보라색 기운"이라고 읽을 수 있는 "자기"의 어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자기성이라는 표현은 선대 중국 문헌에서 널리 나타남에도, 식별 가능한 천문학적 의미나 기능이 없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유력한 해석은 점성술의 맥락에서 "자기"라는 용어는 근동 지역의 언어에서 의역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예컨대 유대교 달력에서 12번째 달은 아다르(Adar)이라고 부르고, 윤달은 베 아다르(Ve Adar, 그리고 아다르
)라고 한다. 아다르는 아카드어 단어 앗다루(Addaru) 혹은 아담(Adam)에서 빌려온 말인데, 한 해석에 따르면 이는 "어두운, 구름에 싸인 달"이라는 뜻이며, 아카드어의 아다루(adaru, 어둡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17]

월패
는, 연관 도상을 볼 때 중국 밖에서 유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6.2 참조). 점성학에서 월패는 달의 원지점을 의미한다. [218] 류정지는 월패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孛生于月, 月
遲速有常度, 最遲之處卽孛也. 故謂之月孛. 孛六十二年而七周天
월패성은 달에서 나온다. 달의 움직임에 더디고 빠른데는 상도(常度)가 있다. 가장 더딘 곳이 바로 패(孛)다. 그러므로 월패라고 부른다. 월패는 62년에 7번 하늘을 돈다. [219]

일요(十一曜, 11개의 행성) 체계를 도입한 것은 영태경(靈台經)에서 볼 수 있듯이 도교 계열 점성술 뿐만 아니라, Pelliot chinois
4071 문서로 대표되는 중국 점성술 전반에서도 도입하였으나, 불교 점성술에서는 중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널리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중국과 일본의 불승들은 불교경전 상의 구요성(九曜星, navagraha) 개념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십일요 체계는 중국 황실 천문학자들이 활용한 천문학 체계에 편입되었다. [220] 십일요 체계는 또한 중국 점성술에도 편입되었다. [221] 그러나 월패의 범위는 불교 점성술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는데, 이는 다음 장에서 다루겠다.

(14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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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서역 지방의 천문학 경전 등으로 외국 천문학 문헌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SKQS 787: 327b7의 형운로邢雲路 고금율력고古今律歷考. 다른 기록에 따르면 이순풍(李淳風, 602-670)이 처음으로 월패를 계산했다고 되어있다 (vol. 787, 68lbl3). 그러나 형운로는 달 원지점을 혜성과 혼동한다. (vol. 787, 682al0-13).

[215] 잡지(雜志)를 참조. Fasc. 56 in Ming wen heng BflXlIj collection, 38-39. Ren Jiyu, 편집, 중화 chuanshi 문헌 Ming wen heng, 557.
[216] 28년 x 360일 = 10,080일. 10,080일 % 360 (도) = 28일. 28일 = 1도이기 때문에 28일 마다 "자기성"이 1도 씩 움직인다. 10,080 % 10 (윤달 횟수) = 1008일. 1008일 % 28일 (= 1도 씩) = 36도. 36도 (2.8년) 마다 윤달이 들어간다. 360도 % 36도 = 윤달을 넣을 10차례. 
[217] Ernest Klein, A Comprehensive Etymological Dictionary of the Hebrew Language for Readers of English (Jerusalem: The University of Haifa, 1987), 8. 
[218] 달의 원지점이란 달의 타원궤도 상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이다. 반면 근지점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219] 62 % 7 = 8.85년, 다시말해, 달의 근지점 세차운동을 말한다. Ren Jiyu, Zhonghua chuanshi wenxuan Ming wen heng. 557. 
[220] 청나라 전기에 중국의 서양인들이 사여성의 진위를 의심했다. 이에 대한 논의는 Huang Yinong의 淸前期對"四餘" 定義及存廢的爭執) 자연과학사연구 12, no. 3 (1993): 240-248. 를 참조할 것. 이 논문은 같은 학술지의 no. 4에서 계속(344-354). 
[221] 자기(SKQS 809: 660b-673a)와 월패(SKQS 809: 674a-689b)의 점성술 신화는 성학대성(星學大成)에 서술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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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북송대 불교가 십일요(기존의 구요에 월패와 자기; 4.8장 참조) 전체를 치성광여래(Tejaprabha, 熾星光如來) 도상에 편입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16] 이 정령들은 11세기 경 중국 불교 만신전에 흡수된다. 일본의 구요등도상(九曜等圖象) 속 월패[17]와 서하 왕국 카라코토의 월패 도상 유물[18]은 월패를 검을 들고 잘린 머리를 갖고 있기도 한 남자나 여자로 그려냈다 (구요등도상의 월패 도상에서는, 머리가 쟁반에 담겨있다). 도법회원(道法會元 DZ 1220; fasc. 215)[19] 전집의 일부인 원황월패비법(元皇月孛祕法)에 나오는 월패의 묘사와 대체로 일치한다:

성은 주(朱), 휘는 광(光)이다. 천인(天人)의 모습을 하고 있고, 머리를 풀고 벌거벗었다. 검은 구름이 배를 가린다. 홍색 복혜를 신었다. 왼손은 가뭄 귀신(旱魃)의 머리를 들고 있다. 오른손은 칼자루를 쥐고 있다. 옥룡(玉龍)을 탄다. 변상(變相)일 때는 푸른 얼굴에 엄니를 드러내고, 붉은(緋) 옷과 장검을 지녔고, 곰을 탄다.
[20]

위와 같이 벌거벗은 형상은 중국에서 나온 심상 보다는 인도나 근동의 전통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행성"이 외국인에 의해 중국에 소개되었다고 언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월패를 묘사한 다른 모습들은 중국에서 모시는 별의 신 태일(太一)과 월패를 연관지을 뿐만 아니라 월패의 도상을 완전히 중국식으로 다시 그린다.
[21]
이는 월패의 형상이 중국화(漢化)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시말해 월패를 벌거벗은 칼잡이로 묘사하는 도상이 더 이른 형태라는 것을 가리킨다. 웅대목 (熊大木, c. 1506-1578)이 쓴 명대 소설 양가장연의(楊家將演義)에서는 월패가 흥미롭게도 서하국(西夏, 탕구트 왕국)과 연관지어 소개되는데, "벌거벗은 붉은 몸(赤身裸體)"에 "손에는 해골을 들고 있는(手執髏骨)" 것으로 묘사된다.[22] 중국인들은 월패의 도상을 서하국과 연관지었을 수도 있다. 서하국의 주요 도시인 카라-코토(Khara-Khoto)에서 발견된 한 유물은 월패를 위 묘사와 유사하게 그리고 있다.[23]
▲월패... 그녀의 정체는?


이로써 월패가 페르시아의 알(Al) 또는 유대교의 릴리트(Lilith) 형상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알 또는 릴리트는 근동 문화권에 걸쳐 공통적으로 보이는 악마인데, 질병 또는 산모와 유아의 사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이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붉은"이라는 뜻의 "알"에서 유래한다. 이와 관련된 유대교 전통의 악마는 어린아이를 죽이는 악마 "릴리트"다. [25] 파나이노(Panaino)는 "이란 전승에서 '붉은 장신구'는 그 누구보다 '붉은 자'라고 불리는 여악마 알(알바스티)에 대항하는 액막이 부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26] 몽고메리(James A. Montgomery)가 설명하듯, "이 정령은 바빌론의 기도문에도 등장하며, 남성형일 때는 릴루(lilu), 여성형일 때는 릴릿(lilit)이며, 아르닷 릴리(ardat lili)라고도 불리운다." 릴리트 묘사에 관해서 몽고메리는 "나체와 풀어헤친 머리가 릴리트, 마녀 등의 특징적인 묘사다[27] 라고 말한다. 월패의 나체는 성애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왜냐하면 앞서 말한 형운로 (1580년경 활동)에 따르면 중국 점성술사들이 "이곳을 [천체 중에서] 성 에너지의 자리라고 부르기(星家謂之淫氣孛之所在)" 때문이다.[28] 중세 유대 신비주의에서 릴리트의 탈것은 "눈먼 뱀" 타닌이베르(Tanin'iver)다.[29] 중세 카발라 경전인 조하르(1:19b)에는, 릴리트는 "달이 기울고, 달빛이 줄어들 때" [30] 아기를 찾아 죽인다고 써있다. 원황월패비법은 어린아이를 언급하지 않지만, 이 비법에 묘사된 한 마법 의식에서는 병든 이가 글씨를 쓴 위에 기침을 하도록 지시한다. [31] 그러므로 월패는 달과 질병 모두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항을 통해 우리는 월패의 도상을 페르시아의 "알"이나 유대교의 "릴리트"와 매우 밀접한 존재로 추정할 수 있다. 월패가 진정으로 릴리트이거나 이와 연관된 정령이라면, 한문으로 번역된 달의 원지점에 관한 점성술 신화 또한 외래 전승일 가능성이 높다.[32]

자기성은 중국 관복을 입은 남성으로 그려진다.
필자는 이 도상에서 외래 영향을 읽어낼 만한 언급을 찾아내지 못했다. 원대 혹은 명초에 펴낸 것으로 추정되는 상청십일대요등의(上淸十一大曜燈儀
DZ 198)[33]는 자기를 밋밋하게 중국 관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으로 그린다.[34]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도상의 상당수가 페르시아에서 유래했고 역사 기록에서 자기가 외래 개념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볼 때, 자기 또한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도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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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ri 2018/07/07 02:12 # 답글

    오오 이렇게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니!! 재밌네요!!
  • 남중생 2018/07/07 09:58 #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중국 천문학에 유입된 중근동의 영향을 생각해보면 흥미롭죠.
    월패=릴리트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선 제가 추가 포스팅도 이을 생각이에요!
  • 존다리안 2018/07/09 13:02 # 답글

    왠지 공작왕의 이런저런 신화 크로스오버하기 생각도 나고...
  • 남중생 2018/07/09 13:08 #

    그쵸, 창작물에서는 이런 일이 오히려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이런 우연한(?) 크로스 오버를 발견하면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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