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예의바른" 혼밥에 대해서 좀더... 용틀임하는 동아시아 근세

작년에 1784, 유만주의 한양 전시를 다녀와서 쓴 포스팅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 관련해서는 그 당시에 mori님과 진냥님께서 큼직큼직한 볼거리를 다뤄주신 덕분에, 
저는 유만주의 일기장, 흠영과 "낭독회"라는 소재로 짤막한 포스팅을 했었죠.



그런데 방금 전에 착선 님의 소고기로 이해하는 조선사회《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포스팅을 읽다가 문득 한 구절에 꽂혔습니다.

《동국세시기》(1849)에 따르면, "서울 풍속에 음력 10월 초하룻날, 화로 안에 숯을 시뻘겋게 피워 석쇠를 올려놓고 소고기를 기름장, 달걀, 파, 마늘, 산초가루로 양념한 후 구우면서 둘러앉아 먹는 것을 '난로회'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조선의 탐식가들》p.73



이 '난로회' 말입니다... 쟁식(鐺食), 벙거짓골 요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흠영에도 난로회가 나옵니다! 
여태껏 뭐가 그리도 "예악과 법도에 맞"지 않는 걸까... 싶었는데,
아마도 여럿이서 다투듯이 먹는 것이 그랬을 것 같습니다.

양반이라면 혼밥을 해야 하거든!
Liam Kelley 교수님의 혼밥왕 가륭제(嘉隆帝) 포스팅 참조.



그렇다면 이 날의 일기를 살펴봅시다.


혼밥도 혼밥이지만 새벽 2시까지 뭐하는거야!!
예악과 법도에 맞을리가 없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량 청년들의 동선은 위와 같습니다.^^


(이 포스팅의 자료는 모두 온라인 전시와 e-book에서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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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784, 유만주의 한양"은 저한테는 워낙 인상 깊은 전시였기 때문에, 이 전시의 패널은 포스팅에 자주 활용합니다. 
예컨대, 18세기 조선의 해양기담 취미 포스팅이 있었죠!


핑백

  • 남중생 : 원래는 이런 포스터입니다... 2018-05-19 02:14:44 #

    ... 우라고 합니다.서울 방언으로는 "너비아니"였다가 거의 사멸한 셈이죠. 그리고 불고기와 너비아니가 분화되기 전에는? 난로회, 쟁식, 벙거짓골 요리 등으로 불렸지요.(예의바른 혼밥 포스팅 참조!) 어... 그런데 이분들 말입니다. 네, 맨 앞에 계신 두 분이요. 남들은 자기 젓가락으로 잘만 먹는데 왜 이러는걸까요? 아마 젓가 ... more

  • 남중생 : 한의학 이론, 어리석은 아녀자, 그리고 "불고기" 2018-12-04 00:31:49 #

    ... 고기요리에는 단맛의 간장(왜간장)을 안 썼을까? 글 덕분입니다.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18세기 "난로회"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과거 포스팅 "예의바른" 혼밥에 대해서 좀더를 참조! 무슨 운명의 잔혹한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조가 경종에게 올렸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처방도 다름 아닌 "인삼차와 부자"였습니다 ... more

덧글

  • 진냥 2018/05/12 03:04 # 답글

    언젠가 연암 박지원도 고기 궈먹고 술마신 뒤 한밤중에 운중가를 몰려다녔다는 글을 본 듯한 기억이 있는데, 조선 후기 선비의 잇하고도 핫한 취미였군요...!!!
  • 남중생 2018/05/12 08:34 #

    그렇습니다. 양념 갈비는 200년 넘은 맛있는 전통인 것이지요!
  • 解明 2018/05/12 07:16 # 답글

    역시 뼈대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면, 혼밥을 해야. 응?!!
  • 남중생 2018/05/12 08:36 #

    어험 어험!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12 11:52 #

    중국에서 사드재인이 먹었던 혼밥을 두고 뼈대있는 집안이어서 그렇다고 옹호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식사도 외교의 한 부분인데...
    시진핑과 바닷가를 거니는 김정은과 대조적입니다.
    김여정의 악수 모습을 두고도 기분이 나쁩니다.
    사드재인을 괴뢰라 무시하는 건지...
  • 解明 2018/05/12 11:57 #

    바라건대, 제발 내 댓글에 쓸데없는 답글 좀 달지 마세요. 짜증 납니다. 애초에 너님 헛소리에 대꾸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 채널 2nd™ 2018/05/12 11:01 # 답글

    새벽 2 시가 '끝'이 아니고 ... 새벽종 소리를 들을 때까지 싸돌아 댕기다가 닭님이 울 적에 잠이 들었다고 하니 ... 적어도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는 더 깨어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그 예전에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존재했던 모양입니다 -- 역시 양반 정도나 되는 '재력'이 있으니까, 그런..?)
  • 남중생 2018/05/12 18:26 #

    조선의 뱀파이어! 흐흐흐
  • 나인테일 2018/05/12 11:24 # 답글

    그래봤자 성균관 들어가고 공무원 되면 평생 새벽 5시에 출근해서 14시간 노동하는 주상의 노예 (....)
  • 남중생 2018/05/12 18:28 #

    역시 노예제 사회답군요!ㅋㅋㅋㅋ
  • 착선 2018/05/12 13:08 # 답글

    청년들의 이동거리를 보니 그 열정이 짐작이 되네요
  • 남중생 2018/05/12 18:28 #

    네, 피가 끓는 청춘이었나봅니다.
  • 남중생 2018/05/13 19:35 #

    착선 님, 난로회에서 뿌려먹는 것이 산초가루가 아니라 고추가루라는 無碍子님의 의견이 아래에 달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덧글을 달아봅니다!
  • 역사관심 2018/05/13 00:31 # 답글

    오호 당시 밤거리의 생생한 동선이 그려지는 VR체험을....
  • 남중생 2018/05/13 01:04 #

    저도 온라인 전시를 통해 1784년 한양의 거리를 이따끔 돌아다녀봅니다.^^
  • 無碍子 2018/05/13 16:34 # 답글

    ~油醬鷄卵葱蒜番椒屑圍~에서 番椒屑는 고추가루인듯합니다.

    고추가 아니더라도 제피(혹은 초피)여야지 산초는 아니라고 봅니다. http://soakaeofh.egloos.com/m/4842315 산초와 초피는 다릅니다.

  • 남중생 2018/05/13 19:36 #

    오, 그렇군요. 저도 "산초"라고 되어있는 것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 찬별 2018/05/15 12:49 # 답글

    그 시대에도 새벽 두시까지 그렇게들 술을 먹고 다녔군요 ;;;;
  • 남중생 2018/05/15 15:30 #

    저 밤에만 정월 대보름이라서 통금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룻밤일지언정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니, 동질감이 무럭무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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