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450년 만에 다시 발견된 전국새, 이번엔 어디? - Post-Superfluous Thing (完) 雜同散異 Superfluous Things


"신이 생각컨대, 도장()의 쓰임은 문서를 식별하고 위조를 방지하는 것이지, 보물로 간직하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문명의 존립은 신성한 유물에 달렸다


"사람이 늙으면서 추해지는 이유는 결국 자기 것이 아닌 전통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르신이 조선의 백자나 수묵화를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옛사람이 조선의 유물을 모았을 때는 전혀 이상한 점이 없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뉴욕까지 가서 도장을 구매하게 된다. 도장은 죄가 없다. 그걸 산 사람들이 죄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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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품의 의의는 더 최근의 더 놀라운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외교관 조수명(曹樹銘)은 1951년, 맨해튼의 이스트 57번가에 있는 골동품 가게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전국새(傳國璽)의 여덟 글자[1]가 새겨져있는 묵직한 돌 도장을 구매한 것이다. 판매자는 미국인이었는데, 1294년에 전국새를 발견한 몽고인[2]과 마찬가지로 그 값어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조수명은 진나라의 옥새를 재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발견을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서 홍보했다. 1951년은 
(조수명이 공직에 몸담고 있던) 중화민국이 공산화된 중국본토를 떠나 대만으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이 역사적인 분기점에 전국새라는 유물이 등장한 것을 정치적 징표로 해석하기란 탐나는 일이다. 발견 장소 또한 이상하게도 적절하였는데, 일부 밖에 안 지어진 국제연합 본부로부터 겨우 몇 블럭 떨어진 곳이었던 것이다.[3] 중화민국이 UN 회원국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위기에 처한 국가 정당성의 최후의 보루였다. 450년 전에 발견한 옥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수명의 홍보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대만의 지도자들은 미끼를 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장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이후 중국 문학 교수로 재직한) 조수명은 그가 소유한 유물의 진위는 밝히지 못 했더라도, 진위를 둘러싼 조건을 밝히는 홍보 문건을 제작했다. 바로 전국새에 대한 상세한 연구서를 저술한 것인데, 역사 속에 등장한 다양한 위조 사례를 포함함으로써, 현재로서도 해당 주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저서로 남아있다. 뉴욕 전국새에 대한 부분만 제외하면, 전국새에 대한 연구를 하는 모든 학자가 조수명의 저서를 시작점으로 삼는 바이다. 

: 1951년 당시 UN 본부 건설 현장.                           : 오늘날 UN 본부의 모습.

이처럼 위조와 진지한 학술 연구의 공생관계는 이상할 것이 없다. 앤서니 그래프턴(Anthony Grafton)은 근대 서양의 문헌 비평의 기초를 르네상스 위조범들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추적해낸 바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위조품을 통해서 새로운 발견이 평가받거나 인정받을 수 있는 범주를 세우려고 했다. 적어도 이 영역에서만은 중국의 사례에도 유사한 연결고리가 작용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위조범이나 위조 저항세력이나 둘 다 진위를 향한 투쟁을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진위 검증의 기준과 관례는 이 경쟁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자 유물이다. 사물의 진위여부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궁금하다면, 가장 관심가져야 할 부분은 물건 그 자체도, 그 물건을 만들거나 전수한 사람도 아니다. 주장과 반대 주장(또 증거 유물과 반대 증거)을 내고, 수용하고, 거부하는 집적 과정 전체가 우리의 시야를 채워야 할 것이다. 명대 수집가들이 물건을 좇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면, 이것은 곧 그들이 여태껏 따라온 길잡이, 즉 확실성을 보장해야 하는 문헌 자료도 믿을 만한 것이 못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조된 근거자료는 위조 유물을 발생시키고 또 사주함으로써 후세에까지 유물의 문화적인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진위 여부를 연구하는 역사가라면, 알곡과 쭉정이를 분리해내기 보다도, 타작마당과 방앗간까지 샅샅히 살펴 그저 진위여부의 핵심 보다는 많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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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국새(傳國璽)의 여덟 글자
"서안부(西安府), 호현(戶縣), 도안리(道安里)의 군인 모지학(毛志学)이 스스로 말하길, 올해 6월 22일(1500년 7월 17일) 오()시, 도안리 조륜촌(趙倫村)의 강가에서 씻던 중, 문득 옥새 하나를 얻었다고 합니다. 신 등이 그 전서로 쓰인 문구(篆文)를 풀어본 즉, '수명우천 기수영창(受命于天 旣壽永昌)'이라는 여덟 글자였습니다."

[2] 1294년에 전국새를 발견한 몽고인
"더 극단적인 사례에서는 까막눈 몽고인이 원나라(1279-1368) 때인 1294년에 전국새를 발견했다. 당시 주장에 따르면, 문맹인 사람이 이 옥새를 거짓으로 꾸몄을리는 없다는 것이었다. 의도치 않은 민간 출처라는 것은 역사가 현재로 분출해나왔음을 보였다. 이는 인위적인 조작이라기 보다는 우연한 출현이었으며, 발견 장소가 말이 안 된다는 점도 여기에 부합했다."

[3] 발견 장소
"옥새가 옛 진나라 수도인 장안(오늘날 서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옥새는 진, 한을 거쳐 후대 왕조까지 수 세기 동안 장안에 있었으나, 후당 때 불타버렸을 때는 장안에서 동쪽으로 350 킬로미터 떨어진 낙양에 있던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장이 만들어진 곳에서 신비롭게도 다시 나타났다는 점은, 징표이자 상징물로써 말이 된다. 이는 1096년의 발견 사례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 때에도 전국새는 마찬가지로 (13인의 고관이 전국새를 만든 옥의 원산지라고 지적한) 서안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4] 옥새라는 맥락으로 번역하자면, "옥석혼효의 상황에서도 완벽한 진실 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역사가의 모습


P.S. 아직 이 장의 3번째 유물, 선덕제의 청동 향로를 안 다뤘습니다. 빨리 결말부터 내고, 나중에 마저 번역해서 빈칸을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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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채널 2nd™ 2018/05/06 12:17 # 답글

    '도장'이라고 하니 .. 마치 내 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그 도장같은 느낌이 -- 그 옛날 왕찡들이 썻던 '도장'은 어쨌거나 '옥새"라고 했으니....

    (짱깨 새끼들이 말하는 '위조품'은 너무나 방대해서 .. 우덜 남조선의 고서화 거리에 가 보니 눈에 뵈는 것마다 죄다 Made in China의 위력이..ㅠㅠ)
  • 남중생 2018/05/06 13:50 #

    오, 그런가요? 아무래도 "도장"이라고 하면 현대에도 상용하는 (작은 원통형) 인감이 연상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Barde 2018/05/23 00:28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좋든 나쁘든 단상을 자주 적어야겠네요. :-)
  • 남중생 2018/05/23 00:30 #

    ㅎㅎ 남중생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링크해간답니다.^^
  • Barde 2018/05/23 00:31 #

    요즘 중학생은 무섭네요.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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