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본초강목에서 분류한 여러가지 원숭이 - On Yeti and Being Just (6) 예티와 인의예지!

▲그림 2.2 - 18세기 초,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에 그려진 확(玃)


미후는 장수하는 짐승이었는데, 그 동안 여러 번 탈바꿈을 할 수 있었다: 800년이 지나면 미후는 원(猿)으로 변했고, 천년이 지나면 두꺼비로 변했다. 이렇게 변하기 전에, 500년 묵은 미후는 확(玃, 그림 2.2 참조)이라는 또다른 동물로 변했다.[1] 확도 마찬가지로 남쪽에 사는 인간형 괴수였다. 사천(四川) 지방에 서식하는 확은 비록 원처럼 생겼지만, 사람처럼 걸었고 사람을 첩으로 삼는 습성이 있었다. 여러 문헌 상으로 확은 각각 암컷과 수컷으로만 이뤄진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고 알려졌는데, 종종 인가에 숨어들어가서 소녀나 사내를 납치하고는, 집으로 데려가, 강제로 교미했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확의 머리통을 먹었다고 이시진은 적었다.[2]

과연(果然)은 꼬리를 코에 끼워넣은 채로 나무에 매달리기를 좋아했다. 이러한 행동은 과연을 구분짓는 습성이 되었고, 삽화가는 과연을 전형적으로 콧구멍에 꼬리를 밀어넣은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림 2.3 참조). 이시진이 인용한 문헌군(시문, 경서, 이야기 모음)은 과연이 (늙은이는 앞장서고, 젊은이는 뒤따라) 무리지어 이동하며, 인(仁), 효(孝), 예(禮), 지(智)의 면모를 드러낸다는데 대개 의견을 모았다. 과연은 먹이를 두고 관대했으며, 평화로이 생활하고, 동족이 공격당하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도와주러 왔다. 옛 글에 따르면 과연은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 본초강목 상의 논의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과연은 수상한 성격을 띤 짐승이기 때문에 과연이라는 말은 수상한 사람을 일컫는데 흔히 쓰이는 별칭이었다.[3] 종육(鍾毓)이 지은 과연부(果然)[4]와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옛 백과사전은 남방의 산에 사는 과연과 그 새끼의 고기가 맛깔난다고 증언했다.

▲그림 2.3 - 본초강목의 과연(果然)

성성(猩猩)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여러 경서에 언급된 만큼, 성성이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적지 않았다: 비록 성성의 털은 원숭이 털 같고 귀는 돼지 귀 같았지만, 얼굴과 다리는 상당히 사람에 닮았으며, 인간 아기처럼 울었다. (그림 2.4 참조) (오늘날 베트남 바로 위에 있는) 봉계현(封溪縣)[5]의 주민은 술과 짚신을 길가에 놓아서 성성을 잡았다. 성성이 그 자리에 와서는, 길에 물건을 놓고간 사람들의 조상님의 이름을 부른 다음, 술을 마시고, 짚신을 신어보았다. 성성이 정신이 팔린 사이에, 지역 주민은 성성을 우리에 잡아넣고 고기를 얻기 위해 가둬 길렀다. 가장 살 찐 녀석을 제일 먼저 도살했는데, 죽기 전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성성의 피를 내서 천을 염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잔인하게도 성성에게 몇 대를 맞고 싶냐고 물어보면서 매질을 했다. 몇몇 문헌은 성성이 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이시진이 인용한 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6] 

▲ 그림 2.4 - 고금도서집성에 실린 성성의 모습.



원문 출처: Carla Nappi, "On Yeti and Being Just" in Aaron Gross and Anne Vallely, eds., Animals and the Human Imagination: A Companion to Animal Studie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2), 5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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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按《抱朴子》云:猴八百歲變爲,五百歲變爲,千歲變爲蟾蜍。
본초강목 중, 도교 문헌 "포박자"를 인용한 부분인데, (미)후는 800년을 묵으면 으로 변하고, 이 500년을 묵으면 이 되고, 이 천 년을 묵으면 두꺼비가 된다고 적혀있다.

Carla Nappi의 번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 포스팅에서 
호손(胡孫)의 경우와 함께, Nappi 교수의 한문 해독 능력이 의심되는 부분이나, 본초강목의 다른 사본(?)을 참조했을 가능성도 염두에는 두고 있다.

[2] "야녀는 인간 남자를 찾아 숲속을 거닐다가 불행한 나그네를 포로로 끌고가서는 강제로 교미했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과 월(粤), 파요(巴徼) 지방 사람들은 미후의 머리통과 고기를 별미로 먹었다고 한다."

[3] 과연이라는 말은 수상한 사람을 일컫는데 흔히 쓰이는 별칭이었다.
일본 문헌에 등장하는 과연!


[4] 과연부: 果然,似猴象猿,黑頰青身。肉非嘉肴,惟皮為珍。

[5] 봉계현은 베트남에서 바로 위 북쪽(just north of Vietnam)이 아니라, 베트남 북부에 해당한다. 
성성은 애뢰(哀牢, 라오스)의 오랑캐 지방과 교지(交趾, 베트남) 봉계현(封溪)의 산골짜기에 나타난다고 적혀있다.

出哀牢夷及交趾封溪縣山谷中。狀如狗及獼猴,黄毛如猿,白耳如豕,人面人足,長髮,頭顔端正,聲如兒啼,亦如犬吠,成群伏行。阮汧云:封溪俚人以酒及草屐置道側,猩猩見即呼人祖先姓名,駡之而去。頃復相與嘗酒着屐,因而被擒,檻而養之。將烹則推其肥者,泣而遣之。西胡取其血染毛罽不黯,刺血必箠而問其數,至一斗乃已。

털이 노랗고, 일반 원숭이(猿)와 달리 사람에 더 닮았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잡힌다는 언급을 볼 때, 이쪽이 오랑우탄이 아닐까...? 

[6] "몇몇 문헌은 성성이 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이시진이 인용한 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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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참고로 짐승이름 "확()"과 깨달을 각()은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발음이 같았으며 글자 모양도 유사하다.
그리하여 신비한 짐승 확은 일본에 가서는 마음을 읽는 깨달음의 동물 "사토리"가 되었다.

고금도서집성에서도 확인되는 "머리를 긁는 원숭이"의 도상이 그대로 이어진 것도 흥미롭다.

▲왼쪽부터, 화한삼재도회(18세기 초), 금석화도속백귀(今昔画図続百鬼, 18세기 후반), 동방프로젝트의 확 또는 사토리

맨 오른쪽의 사토리는 손으로 머리를 긁는다기 보다는 꼬리를 코에 밀어넣은 쪽에 가깝지 않냐는 커멘트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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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람불어 2018/05/03 13:10 # 답글

    참고로 현대중국어에서 고릴라가 따싱싱(大猩猩)입니다. 또 우리말에선 나이 드신 분들이 오랑우탄을 '성성이'라 했던것같은데.
  • 남중생 2018/05/03 13:16 #

    오, 오랑우탄을 성성이라고 불렀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악어”건과 유사하게 보지도 못한 동물을 나중에 어떻게 정확히 고증해냈을까... 생각하면 참 대단합니다.
  • 바람불어 2018/05/03 13:48 #

    네 어르신들 그니까 일제말기에 태어나신 할배할매뻘 분들이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 왜 동물의 왕국같은 프로 보면서요. 원숭이는 성성이라 안했던것같아요. 원숭이 빼고 원숭이 비슷한 그런 종류의 동물을 분명히 '성성이'라 그랬습니다. 고릴라는 고릴라라고 했던가 그건 기억이 잘 안나지만.
  • 남중생 2018/05/03 14:28 #

    오오, 그러니까 “오랑우탄”이라는 나레이션 부연설명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성이”라고 부르셨다는거네요. 원숭이 같은 경우에도 한문 어원의 猿-숭이인 것은 거의 확실하고, 성성이도 뭔가 원숭이와는 다른 요상한 “경계 생물”로 이해되고 전승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바람불어 2018/05/03 14:11 #

    네. 오랑우탄은 나중에 들어온 말이고 나이드신 어른들이 어릴때부터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단어 아닌가요? 그럴거같은데요.

    하여튼 원숭이보다 크고 무섭고 털 많은 그런 비슷한 종류를 '저놈 성성이 봐라 저거' 식으로 불렀습니다.크고 털 많고 흉폭한 그런 짐승을 성성이라 했는데요.

    성성이가 바로 오랑우탄인지 or 성성이 종류 안에 오랑우탄이 있는 건지 다시 생각해보니 헷갈립니다.

    살아계셨다면 '할머니, 원숭이도 성성이인가요?' 물어보고싶은데 ^^; (기억이 애매해서 문장 수정)
  • 남중생 2018/05/03 14:37 #

    평안남도 남포시의 고구려 고분벽화에 남아있는 성성이!
    https://blog.naver.com/dndudwp99/220709881345

    고구려의 다른 신수(청룡, 백호, etc.)와 마찬가지로 나이키 곡선을 그리며 휙휙 지나가는 (경계성) 동물로 그려졌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선인들이 상상한 “성성”이 고대로부터 전해져왔다고 짐작하기 전에, 우선 일제시대 오랑우탄이 어떻게 소개되었는지부터 찔러보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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