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정약용과 쇠말...뚝 괴담 창작물의 원형을 찾아서~

철마(鐵馬)에 대한 변증


소천(苕川)의 북쪽, 유산(酉山)의 서쪽에 철마(鐵馬)가 산등마루에 있는데, 그것은 작기가 쥐만 하였다. 그런데 고로(故老)들이 전하기를,
왜구(倭寇)의 난(難) 때 왜구 중에 풍수학(風水學)을 잘 아는 자가 있어 ‘산천(山川)이 수려(秀麗)하므로 이것으로 그 정기를 눌러놓고 간다’ 고 하였는데, 맥양 동네에 역려(疫癘)와 요찰(夭札)이 있으므로 백성들이 그를 위하여 콩[菽]과 보리[麥]를 삶아서 조심스레 제사지내며, 인하여 그 동네를 ‘마현(馬峴)’이라고 이름했다.
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야인(野人)들의 말이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가형 왜인(倭人)이 이것을 만들었다면 그가 즐겨 우리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을 눌러놓고 간다.’고 하였겠는가. 그리고 설사 우리들이 그 말[馬]을 보고서는 의심하여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미 그것이 산천의 정기(精氣)를 누른 것임을 알았다면, 또 어찌 뽑아내어 버리거나 달구어 식도(食刀)로 만들어 버리거나 하지 않고, 그것을 신(神)으로 여겨 제사를 지내고 그것에다가 우리의 재앙을 없애고 우리의 복(福)을 맞이하기를 바랐겠는가. 그러니 이것은 유래(由來)가 오랜 것이요, 왜인의 짓이 아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말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음사(淫祀)이다. 옛날에 마조(馬祖)에게 제사지내는 것이 있었는데, 맨 처음 말을 기른 자에게 제사한 것으로 이는 마치 맨 처음 양잠(養蠶)을 가르쳤던 자를 선잠(先蠶 맨 처음 양잠을 가르쳤던 신(神))으로 모셔 제사지내는 것과 같은 것이요, 고의로 말[馬]을 받들어 신(神)으로 삼아 그에 제사지내는 것과는 같지 않다.
그러고 보면 마을 백성들이 철마(鐵馬)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크게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무슨 물건이든 오래되면 신(神)이 있는 것인데, 저것이 비록 철(鐵)로 주조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유래가 오래되었다면 신이 있을 터인데 어찌 그 제사를 금할 수 있겠는가.
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생명이 있는 물건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지만, 생명이 없는 물건은 옛것 아닌 것이 없는데, 만일 옛것이라 하여 모두 제사를 지내야 한다면 자네는 앞으로 제사지내는 일을 감당치 못할 것이다.
하였다.
(다산시문집, 제12권 中)
----------------------------------------------------------------------------------------------

초록불 님의 변증
  "일제가 이런 일을 했다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들었다는 괴담만 존재한다. 쇠말뚝을 박아서 땅의 기운을 억누른다는 미신을 믿고 그런 일을 비밀리에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가. 이런 반론을 받으면 풍수를 믿는 조선인들을 맥빠지게 하려는 심리적 술책이라고 말한다. 비밀리에 작업하면서 조선인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는 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일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고도 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조선인을 위축시켰고 창씨개명과 같은 일로 뿌리를 뽑아내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럼 산에서 뽑아냈다는 쇠말뚝은 대체 뭔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군사용 막사를 세울 때 사용된 것, 무속인들이 주술 의식으로 꽂아둔 것, 측량용으로 꽂은 것 등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적되었지만 제국주의 일본이 이런 짓을 안 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이 괴담에 계속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정리

1. 쇠말뚝을 박아서 땅의 기운을 억누른다는 미신을 믿고 그런 일을 비밀리에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가. 
왜인(倭人)이 이것을 만들었다면 그가 즐겨 우리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을 눌러놓고 간다.’고 하였겠는가.

2. 이런 반론을 받으면 풍수를 믿는 조선인들을 맥빠지게 하려는 심리적 술책이라고 말한다. 비밀리에 작업하면서 조선인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는 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설사 우리들이 그 말[馬]을 보고서는 의심하여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미 그것이 산천의 정기(精氣)를 누른 것임을 알았다면, 또 어찌 뽑아내어 버리거나 달구어 식도(食刀)로 만들어 버리거나 하지 않고, 그것을 신(神)으로 여겨 제사를 지내고 그것에다가 우리의 재앙을 없애고 우리의 복(福)을 맞이하기를 바랐겠는가. 

3. 그럼 산에서 뽑아냈다는 쇠말뚝은 대체 뭔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군사용 막사를 세울 때 사용된 것, 무속인들이 주술 의식으로 꽂아둔 것, 측량용으로 꽂은 것 등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것은 유래(由來)가 오랜 것이요, 왜인의 짓이 아니다.

4. 이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적되었지만 제국주의 일본이 이런 짓을 안 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이 괴담에 계속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말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음사(淫祀)이다.




갓갓약용 선생님 존경합니다...ㅠㅠ

======================================================================================

P.S.
이 주제에 관련해서 이전에 다룬 포스팅은,

덧글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1 18:16 # 답글

    괴담이라고 하면 광주사태를 촉발시킨 지역감정 유언비어가 파괴력이 컸죠.
    전두환 회고록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전두환 회고록 P398 계엄군의 출신지 
    "광주지역의 향토사단인 31사단에는 호남지역 출신들이 많았다. 또한 광주에 맨 처음 투입된 7공수여단도 전북 금마에 주동하고 있어서 부대원 중 40퍼센트가 호남 출신이었다. 순차적으로 광주에 증파된 공수부대들을 작전통제한 소준열 전교사령관과 정웅 31사단장도 호남이 고향이다. 소준열 장군은 전남 구례, 정웅 장군은 전남 순천 출신이다. 계엄사령부 작전참모부장으로서 광주 작전을 총괄한 김재명 장군도 바로 광주와 이웃한 전남 강진 출신이다." 
    http://qindex.info/Q/d.php?c=3211#3356
  • 남중생 2018/05/01 18:17 #

    갓약용 선생님이 터 잡으신 강진이군요ㅠㅠ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1 18:37 #

    강진은 임나 고해진으로 추정되는 곳이죠.
    왜와 백제의 연합군이 이곳에 이르러 침미다례를 무찔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침미다례는 제주도입니다.
    제주도 건국설화에도 강진이 등장하죠.
  • 남중생 2018/05/01 18:39 #

    아아... 정약용 선생님은 죽지 않았어.ㅠㅠ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1 18:39 #

    구례와 순천은 임나 기문국에 대응됩니다.
    가라가 차지했었는데 백제에게 빼앗기죠.
    가라계 유물과 유적이 나오는 곳으로 사드재인이 말한 임나사 복원의 핵심지역입니다.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1 18:45 #

    금마는 고려 유민들로 구성된 보덕국이 있던 곳입니다.고려 유민과 달리 백제 유민은 신라에 협력하지 않았습니다. 관제역사에는 백제 유민이 당나라와 싸우는 신라에 협력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런 기록은 없죠. 백제 유민을 견제하기 위해 고려 유민을 금마에 주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 남중생 2018/05/01 19:14 #

    광주에 투입될 병력이 호남출신일 것을 미리 예언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지역감정을 기른 것을 보니 모두 정말 영험한 지역이긴 한가봅니다.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3 09:26 #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의 문제죠.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김대중에 의해 생긴 비극입니다.
  • 남중생 2018/05/03 11:30 #

    미래를 예견하다니 신통한 인물들이군요.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3 12:18 #

    김대중도 처음에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치에 이용해 먹을 때 광주사태와 같은 비극을 예상했겠습니까? 감옥에 가서야 비로소 후회하고 앙망문을 쓰게 된 거지요.
  • 남중생 2018/05/03 13:12 #

    미리 예견한게 아니라면 훗날에 투입된 병력은 아무 상관도 없군요.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3 14:35 #

    지금도 김조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유언비어를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죠.


    1980-05-27 김씨조선의 동영상 
    "살인 악당은 광주시 기습에 동원된 제놈의 X배라 불리는 경상도 출신들로 꾸려진 계엄군 공병대놈들 앞에서 지역적 감정을 고추하면서 이렇게 떠벌렸다. '광주시민 70%를 죽여도 좋다. 젊은 놈들은 모조리 죽여 버리라.'" -- 이런 유언비어는 광주사태 초기부터 광주에 퍼져있었던 것인데 김조는 진압작전이 벌어졌던 27일에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http://qindex.info/Q/d.php?c=3223#3295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6 08:51 #

    직승기 사격과 전두환을 엮는 것도 일종의 괴담입니다.
    JTBC가 괴담을 유포하네요.

    2018-05-04 JTBC의 전두환 개입설
    5월 22일 육군항공대장이 광주를 관할하던 전투교육사령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대명을 받고 타지에서 노?고가 많습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전두환이 직승기 사격을 지시한 증거라는 것이다. 대명은 군부실세였던 전두환이고 직승기 관련 지시가 들어있는 서신의 내용이 바로 대명이라는 것이다.
    -- 대명은 광주사태의 진압 책임이고 서신의 내용은 계엄군 지휘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http://qindex.info/d.php?c=3253#4921
  • 남중생 2018/05/06 10:44 #

    그렇다면 명나라가 관여되어 있었나 보군요.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6 12:05 #

    여기서 명나라가 나오다니... 나와 남을 구분하고 전후를 구분합시다^^
  • 남중생 2018/05/06 13:38 #

    네... “대명”은 명나라라고 하셨지요? 나와 남을 구분하라고 했지, 자아분열하라는 뜻은 아녔습니다.

    멋있는걸 선망하신다면서 전부터 저를 흉내내시는데, 뭐 좋습니다. 그렇게 차차 배워나기면 좋죠.
    하지만 단순한 모방 이상으로 좀더 분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6 14:10 #

    明과 命은 다른 거지요.
  • 남중생 2018/05/06 14:17 #

    네, 더 이상 말소리가 같다고 끼워맞추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이제 일관성 있게 적용만 하면되겠네요.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12 11:40 #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광주사태때 계엄군의 직승기 사격은 있었던 거 같습니다.
    며칠간 무장폭도가 장악하고 있던 시가지에 진입하면서 저격수가 배치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고층건물을 그대로 놔두고 들어가는 바보는 없겠지요.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국과수도 계엄군의 재진입때 무력사격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해석하더군요.
  • 남중생 2018/05/13 03:27 #

    저 멋있는건 저도 스스로 아는데, 본받을거면 제발 껍데기 말고 알맹이 좀...
  • 채널 2nd™ 2018/05/01 23:05 # 답글

    나 어렸을 적에 아빤 우리 동네 근처에 무슨 무슨 고개가 있었는데 쪽바리들이 지도에서 그 고개에 금을 그어서 땅의 지기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래서, 어느날 말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어떤 '열등감'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하는 -- 지금은 그 놈의 고개에는 아주 큰 자동차 길이 나 있고, 그 옆으로는 큰 굴이 뚫....

  • 남중생 2018/05/02 00:35 #

    고향의 전승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철마 변증”은 “현산어보를 찾아서”에 한 번 언급이 됩니다. 저자 이태원 씨는 정약용이 살던 마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철마”를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추정합니다.ㅎㅎ
  • 푸른별출장자 2018/05/01 23:36 # 답글

    쇠말뚝 상당수가 과거 군에서 군작전 지역인 산악에서 훈련을 하거나 임도를 뚫기전에 로프를 걸었던 작업용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동부 지역의 전후방을 막론하고 사단들에는 암벽등반 전문 소대 내지 중대가 다 있었습니다.

    그런것을 중에 상당수가 나중에 입산금지 구역이 풀리고 산악인들이 이 곳 저 곳을 쑤시고 다니다가 발견하고는
    왜인들이 했네 어쩌네 하더라는...

  • 남중생 2018/05/02 00:39 #

    그쵸.. 쇠말뚝 괴담이 “괴담”이라는 것은 웬만큼 알려졌으니 이제 이 괴담이 어디서 온 것이고 어떻게 퍼졌는지 살펴보고도 싶습니다.

    특히 전근대 지식인이 이토록 합리적인 결론을 낸 것이 너무 멋있습니다!ㅎㅎ
  • 바람불어 2018/05/02 06:16 # 답글

    정약용의 반론 하나하나에서 현대적, 합리성 이런게 느껴지네요. 깐깐한 양반이었던듯^^;
  • 남중생 2018/05/02 09:02 #

    너무나 멋있는 것입니다ㅎㅎ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2 12:48 #

    실학자들의 글 중에는 현대적 시각으로 봐도 냉철한 것이 많습니다. 안정복은 단군설화의 제석환인이 불경에 나오는 신이라는 사실을 들어 지어낸 이야기라고 꼬집었었죠. 그런데 현대인들조차 단군조선설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사역사학을 타도한다는 사람조차 그 모양이죠.
  • 解明 2018/05/02 22:10 # 답글

    정약용의 역사 지리학 연구는 오늘날 봐도 그 수준이 대단하지요.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사람입니다.
  • 남중생 2018/05/02 23:52 #

    동감입니다!
  • 미군철수 없으면 반역 2018/05/03 09:33 #

    요하문명의 곰발바닥을 들어 요하문명과 조선을 연결지으려는 유사역사학의 시도에 대해 정약용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단군조선설부터 논파했을 거 같군요. 단군설화 외에는 곰과 조선을 연결시킬 고리가 없죠. 단군조선설을 결사옹위하는 현대 먼산족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