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곤여만국전도의 낙타-소는 어디서 왔는가? 마음에 들 지도?

이전 포스팅 낙타를 닮은 소? 산에 사는 양?에서 이어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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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북아메리카 서부(위 지도의 파란 네모)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 아니엄 아래 기미납(Quivira)이 옛 아메리카 지도에 등장하는 것도 알겠고,
그 가까이에 버팔로가 산다는 것도 알겠고,
이 모든 지식이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에 실려있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그런데, 북미대륙에 대한 지식을 마테오 리치는 어디서 얻었을까요?



그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래의 지도(또?)입니다.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네, 이것은 이런저런 경위로 경매품이 되거나 개인소장물이었다가, 2017년에 박물관이 구입해서 공개한 지도입니다.우르바노 몬테(Urbano Monte)가 16세기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작한 세계지도죠. (곤여만국전도는 1602년!)

멀리 왼쪽에 보이는 중국의 수도 북경(Paquin)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아니엄 해협(Streto di Aniano),
그 건너편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아니엄국(Anian Provincia),
심지어 그보다 더 북쪽의 미지의 땅(Terra Incognita),
반대로 아래쪽에 빼꼼하는 일본(Giapone Isola)...

오른쪽으로 쭈욱 시선을 돌리시면 기미납국(Quivira Provincia)이 보이네요. 
더 동쪽에는 "타타르인 같이 평원에서 사는 부족"들이 티피를 쳐놨군요.ㅋㅋ

그런데 잠깐.
기미납 지방에서 저 꼬물거리는 애들은 뭐죠?
 

뭐긴 뭐야~
그나저나 왜 중세 이탈리아어인데 쏙쏙 읽히는걸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암소와 수소는 낙타 같이 혹이 달리고 가슴과 꼬리는 사자 같으며 나머지는 우리 이탈리아의 소와 마찬가지다." 
(Qui si trovano vache et torri che hanno la gobba come cameli et hanno il petto et la coda come leoni et il resto come li nostri de Ittalia)


역사관심 님께서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하신 버팔로의 "갈기"는 이 이탈리아어 원문에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마테오 리치는 이 지도를 베끼기만 한걸까요?

아닙니다. 갈기와 꼬리 이야기가 빠진 대신 야생마와 큰뿔양 이야기가 추가된 것으로 볼 때, 북미의 생태계에 대해 더 많은 최신 정보를 기입해 넣은 것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지명 고증을 해볼까요?

제일 북쪽의 "미지의 땅"과 "아니엄국"은 이미 눈에 익었죠.
(하지만 아니엄 지방에 있는 저 강아지들을 잘 기억해주세요.)

맨 왼쪽부터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줄기를 따라가 봅시다.

예쁜 항구(porto primo)가 하나 있고, 빠굴(Pagul)이라는 도시, 투차노(Tuchano)라는 도시, 아래로 살벌(Salbol), 톨가가(Tolgaga)!

이번엔 지도 오른쪽 아래의 캘리포니아 만(칼리포르니아 만)부터 올라가 볼까요? 

물 건너 오른쪽에는 황금의 도시 토톤테악(Totonteac)이 있고, "아싸 강"을 따라 올라가면 시쿠익(Cicuic), 티구아스(Tiguas), 아싸(Axa), 키비라(Quivira), 칙후익(Chichuich)!


이제 곤여만국전도를 다시 보면,

마테오 리치가 지명을 상당히 많이, 그리고 상당히 대충 베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싸 지역"은 당연히 "아싸 강"가에 있어야 할텐데 영 엉뚱한 곳에 있죠.

아싸 강을 거슬러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도시들, 시쿠익, 티구아스, 칙후익은 서해안에 있습니다. 

아니엄과 키비라 지역을 경계짓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도 그린둥 만둥 하고,

살벌과 빠굴은 시에라 네바다 바깥쪽으로 튕겨나갔군요.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마테오 리치가 곤여만국전도를 만들 때 우르바노 몬테 지도만 참조한 것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래서 버팔로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암소와 수소는 낙타 같이 혹이 달리고 가슴과 꼬리는 사자 같으며 나머지는 우리 이탈리아의 소와 마찬가지다."

"나머지는 우리 이탈리아의 소와 마찬가지다"라는 구체적인 언급을 볼 때, 이는 이탈리아의 지리 정보(당시에 이만한 세계지도를 만들기란 어마어마한 사업이었던 걸 감안하면 아마도 우르바노 몬테 지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우르바노 몬테가 이 지도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교황청으로 파견한 텐쇼 소년사절단(天正遣歐少年使節)과 만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과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던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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