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불교 신자는 평면 지구론을 믿는 걸까? 있잖아, 근대

전근대 중국 천문학의 형성과정에서 불교/페르시아의 영향을 연구하시는
제프리 코틱(Jefferey Kotyk) 박사의 블로그에서 Do Buddhists Believe in Flat Earth?를 번역합니다. 
전근대의 불교적인 지리관/우주론에 대해서는 베트남의 지리적 신체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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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신자는 평면 지구론을 믿는 걸까?


▲수미산과 사대주 (1920)


몇 년 전 인도와 네팔 여행을 하던 중에 만난 불교 승려들이 필자에게 말해주기를, 히말라야 산맥에 사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세계가 평평하다고 믿으며 사원에서 열리는 강론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불교 우주론을 가르친다고 했는데, 특히 세친(世親, Vasubandhu, 316?~396?)의 아비달마구사석론(Abhidharmakośa-bhāṣya, 3장은 로카니르데사lokanirdeśaḥ 즉 우주론을 다루는데 그 중 일부는 물리적인 세계를 논한다)에 설명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몇 승려는 현대 과학을 공부하도록 외부기관으로 파견되었다가, 실망해서 돌아온다고 한다. 이들은 불교 우주론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데, 전세계가 대체로 태양중심적인 구형 지구론을 인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속한 물리적 세계가, 멈춰있는 평평한 지구와 그 위에서 궤도를 따라 도는 해와 달로 이뤄져있다고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상당히 큰 지지를 받고있는 이 움직임의 지지자들은 종종 NASA와 다른 기관이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 조작이며, 구형 지구론은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이 움직임은 아직 잡음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점점 커지고 있다. 몇 주 전, 평평한 지구 국제 학술회의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렸다(http://fe2017.com/). 영국 가디언 지를 포함한 여러 매체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남성이 사제 로켓을 이용해 대기중으로 고도 1,800피트(550미터)까지 날아가 관찰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지(링크)는 또한 "새 종교가 창시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어느 "평면 지구론 전향자"를 인용하였다. 종교 연구가로서 필자는 특히 이 발언에 흥미를 느낀다.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서 평면 지구론이라는 주제로 검색을 하던 중, 필자는 이런 믿음에 이르는 착안점이 종교적(주로 기독교적) 성향을 띤다는 것을 발견했다. 현재로서 필자는 평면 지구론을 주장하는 이름있는 현대 불교학자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교의 우주론이 현대에 평면 지구론을 지지하는 집단과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는 사실에 몇몇 불교신자는 놀랄지도 모른다. 

과거 게시물(참조)에서, 필자는 불교의 평면 지구론을 논했다. 간략히 말해, 역사적으로는 비교적 최근까지, 대부분의 불교도는 국적과 무관하게 물리적 세계가 원반 모양이 물로 덮여있으며, 원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메루 산(수미산)을 둘러싼 네 개의 대륙(사대주[四大洲])이 있다고 믿었다. 메루 산 위에는 인드라 같은 여러 신과 심부름꾼이 산다. 원반의 가장자리는 차크라바다(Cakravāḍa, 작가라[], 철위산[])라고 불리는 쇠로 된 산줄기가 둘러싸고 있다. 이 우주론은 현대의 평면 지구론자가 주장하는 바와 다르다. 예를 들자면, 현대의 평면 지구론자는 산줄기가 아니라 얼음 장벽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우주론에는 스메루 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해와 달의 궤도는 대체로 일치한다. 아래 모형 영상을 보자. 


불교적 우주론에서, 메루 산이 세상의 중심에 서있으며, 메루 산의 높이가 해, 달, 행성, 별의 고도보다 높다. 메루 산 정상에 선다면 원반형 지구 위를 맴도는 천체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따져보고 싶은 것은 평면 지구론이 현대 불교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 

▲정거방위도법으로 그린 지구

불교 천문학의 역사를 탐구하고 나니, 필자는 현대 불교 신자들이 자기 종교 우주론의 원래 모습을 묵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세기 이후로 마음의 본질, 명상, 불교 철학 등의 분야에 주안점이 가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별로 놀라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적 우주론은 불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항상 그래왔다. 수미산과 사대주는 불경에 자주 등장한다. 불교 교리에 따르면, 우리가 충분한 영적 능력을 갖기만 한다면 수미산에 오르거나 다른 대주에 갈 수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남방 대륙, 섬부주Jambudvīpa다.) 

불교를 옹호하는 현대인들은 불교가 과학적이며 항상 과학적인 종교였다고 흔히 주장한다. 필자는 최근 나탈리 쿨리(Natalie Quli)가 쓴 "Multiple Buddhist Modernisms: Jhāna in Convert Theravāda"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쿨리는 전통적으로 불교도가 아니었던 민족이 현대에 명상수련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개괄한다. 쿨리가 묘사하는 불교적 근대성의 특징을 몇 가지 들자면 "(불교의) 이성과 합리성을 내세운다", "불교와 현대 과학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특히 팔리 경전에 적힌 대로)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등이 있다. 마음의 과학(science of mind)을 다룰 때에는 현대 과학을 하는 사람과 불교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논의를 하는 것이 쉽고 가능할 수도 있으며, 불교도는 항상 현실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포용했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불교에게 일종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통해 힘을 실어주지만, 이러한 논의는 또한 물리적 세계에 관한 오래된 불교 이론을 무시한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고대 인도의 불교도는 동시대 인도 천문학자들이 모두 보편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저술활동을 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수학적 증거를 내놓는 동안 대개 무시하거나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교 사상가들이 과학적 탐구 보다 경전의 권위를 선호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처의 말씀이 불교적 맥락에서 무오류성을 갖는다고 하는데, 석가모니가 평면지구 우주론을 가르쳤다는 것을 지적하면, 부처가 무언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완전히 잘못 알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세계의 물리적 형태를 틀렸다면, 윤회설이나 고통의 본질이나 원인에 대해서도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불교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경전의 오류성을 인정하는 순간, 샤브다 쁘라마나(śabda-pramāṇa, 경전에 기록된 바와 같이 정당한 권위가 있는 증언을 통해 배우는 방법)를 실천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불교 경전에서 과학적인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좌절시킨다. 

역사적으로 불교도가 평면 지구 우주를 물리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실재로 주장해왔다는 사실은 불교가 과학과 호환가능하다는, 해야 한다는, 현대의 가정에 걸림돌이 된다. 불교를 과학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바로 가장 보수적인 불교신자 조차 현대의 평면 지구 운동에 합류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현대 불교 우주론은 온전히 유물론적 과학을 통해 형성되었고, 지도 받았고, 정의된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불교의 다른 믿음도 역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완전히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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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인테일 2018/04/15 22:24 # 답글

    원래 불교의 우주론이라면 요르문간드 비스므리하게 생긴 뱀 위에 거북이가 있고 거북이 위에 코끼리가 있고 코끼리 위에 지구가 있는 형태였던가요.
  • 남중생 2018/04/15 22:38 #

    예, 힌두교와 불교 등 인도 설화에서 나오는 것인데 글에서 언급한 "원반형 지구"를 코끼리와 거북이가 떠받들고 있는 식입니다. 거기까지 언급하자면 너무 이야기가 "산으로" 가니까 원반만 다룬 것 같습니다.^^
  • 2018/04/19 22:59 # 삭제 답글

    불교 전반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지적인가요, 아니면 특정 분파에 국한된 문제인가요?
  • 남중생 2018/04/19 23:02 #

    경전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하는 불교 종파라면 모두 해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 2018/04/19 23:34 # 삭제

    경전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다는 말의 뜻이 명료하다면 그 많은 종파가 갈라지지도 않았겠죠? ㅎㅎ
  • 남중생 2018/04/20 01:35 #

    설마 이거 진짜로 몰라서 물어보신거 아니죠?
    경전의 해석이 다른 여러 종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전의 해석이 다르면 경전을 기반으로 하지 않나요?
  • 2018/04/19 23:00 # 삭제 답글

    그리고 불교도가 석가모니가 한 말을 과연 글자 그대로 믿을까요? 혹은 믿어야 할까요?
  • 남중생 2018/04/19 23:02 #

    "불교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경전의 오류성을 인정하는 순간, 샤브다 쁘라마나(śabda-pramāṇa, 경전에 기록된 바와 같이 정당한 권위가 있는 증언을 통해 배우는 방법)를 실천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불교 경전에서 과학적인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좌절시킨다."

    본문에 써있는 내용입니다.
  • 2018/04/19 23:32 # 삭제

    경전의 무오류성을 믿는 게 문자주의라고요? ㅎㅎㅎ
  • 남중생 2018/04/20 01:35 #

    문자주의요?
  • 2018/04/19 23:46 # 삭제 답글

    답글이 빨리 달리길래 뭔가 했는데 별로 생각 없이 달아서 빨리 달린 것이었군요 ㅎㅎ 이번에는 좀 더 오래 걸리는데 기대해보겠습니다 ^^
  • 남중생 2018/04/20 01:33 #

    제가 게시물을 쓴 참이라서 접속해있으니까겠죠.
    생각은 머리로 하는겁니다.
  • 6677 2018/06/23 23:40 # 삭제 답글

    https://blog.naver.com/jey_cho/221165396097
    위의 링크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꺼에요



  • 남중생 2018/06/23 23:48 #

    어... 아뇨. 그냥 하늘 위로 날아가보면 둥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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