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낙타를 닮은 소? 산에 사는 양? 마음에 들 지도?

악어는 사랑입니다! 포스팅에서 낙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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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적륜님께서는 아니엄 해협 너머 전설의 왕국들 포스팅에서,


▲요런 지도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

여기서 파란색 네모 테두리가 쳐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는데요.
(바로 아래가 확대화면입니다.)


네에, 그러니까 북미 대륙이죠.
(아묵리... "가"는 가려졌네요^^)

위 포스팅에서 적륜님께서는 아니엄은 물론이고 토톤테악과 사구에나이 같은 상상 속의 지명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셨습니다.

정약용은 이런 지도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백호(白湖) 동쪽으로 2천 리를 가서 하나의 조그마한 바다를 건너면 곧 북아묵(北亞墨) 땅인데, 처음 건너는 곳을 아니엄국(亞泥俺國)이라 한다. 또 그 동쪽을 다타덕국(多朵德國)이라 하고, 또 그 동쪽을 사와내국(沙瓦乃國)이라 하는데 동쪽 홍해(紅海) 밖에 있어 황원(荒遠)하므로 탐문할 수 없다." 


네, 아니엄, 토톤테악, 사구에나이 차례대로군요.

그런데, 너무 휙휙 뛰어오느라 아니엄과 토톤테악 사이의 흥미로운 지명을 살펴볼 새가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조금 확대해서 봅시다.


아니엄과 토톤테악 사이에 있는 저 "기미납(키비라)"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바로 옆의 설산은 그냥 눈덮힌 산일까요?

사실 정답은 적륜님의 동일 포스팅 속에 있었습니다.
 
파란색으로 밑줄 그은 QVIVIRA(Quivira)를 보십시오. 여기가 바로 아니엄과 다타덕의 사이 기미납이군요. 

그렇다면 키비라(Quivira)를 U자로 둘러싸고 있는 저 산맥이 설산?
네, 맞습니다!

다만 이 지도에는 산 이름은 나오지 않고 Nuova Granada 즉 "새로운 그라나다"라고 써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그라나다와 지형이 비슷한 곳을 발견하고 신(新) 그라나다라고 이름 붙인 것이지요.

사실 조금 눈을 떼고 큰 글씨를 보면 왼쪽은 Nuovo Messico 즉 뉴멕시코, 오른쪽은 플로리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의 미국 지리와 조금씩 비정이 되죠?

아니, 그래서 설산의 진짜 이름은 뭐냐구요?

스페인의 (원조 할머니) 그라나다 지방에는 유명한 눈덮힌 산맥이 있습니다. 이름하야,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말 그대로, "설산"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뉴 그라나다에도 설산이 있어야겠죠? (혹은 스페인 탐험가들이 고향의 시에라 네바다와 너무 닮은 산등성을 보고는 "오오, 누오바 그라나다!" 라고 외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시에라 네바다는 지금의 미국 네바다 주의 이름의 유래이며, (옐로스톤 만큼은 아니지만) 야생 동물로 유명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이 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보이십니까... 네바다 주를 아우르는 U자 산맥이?
나바호 자치국을 둘러싼 산맥은 또 어떻고요?
(아이콘 세워놓은 곳이 "시에라 네바다")


자자, 아직 끝이 아닙니다. 
야생동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냥 지나칠 남중생이 아니죠.

키비라와 시에라 네바다 위에는 사아배(沙兒倍, 소루베-)라는 지명이 나옵니다.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는 비정이 잘 안 됩니다.
학술 자료들은 Sciarpé라는 지명이라고 하던데, 현대 지명으로 어디를 말하는지 모르겠더군요. (Salbol이다. 곤여만국전도의 낙타-소는 어디서 왔는가? 포스팅 참조. 2018.04.19) 

하지만 그 옆에 써있는 긴 설명문은 흥미를 당깁니다. 


"이 땅은 크고 넓은 까닭에 야생마와 들소, 산양이 많이 살고, 그 소는 등 위에 모두 낙타와 같은 모양의 가죽 안장이 있다."


머스탱과 버팔로, 그리고 큰뿔양의 땅! 
그곳은 북미의 대초원, 그레이트 플레인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반란자들의 섬, 이슬라 캘리포니아에서 Records of the Great Plain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가 되셨죠?
(아니다 이 악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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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낙타와 버팔로하면 또 20세기 캐나다 정부의 대담한 계획을 언급할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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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8/04/13 10:07 # 답글

    소는 등 위에 모두 낙타와 같은 모양의 가죽 안장이 있다.>> 이건 버팔로의 등갈기일까요? 신기한 기록입니다.
  • 남중생 2018/04/13 13:22 #

    네네, 학자들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갈기뿐만 아니라 혹(hump)을 두고 이야기한게 아닐까 싶네요.

    가죽 안장이라고 번역하니까 납작하고 평평한 느낌이지만 “낙타처럼 피륙으로 된 혹이 달렸다”고 번역하는게 더 직관적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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