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내가 물로 보여? - On Yeti and Being Just (2) 예티와 인의예지!

캐나다 UBC 대학교 Carla Nappi 교수님의 On Yeti and Being Just 중 Seeing Things를 이어서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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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을 보다

사람은 그저 사람이 아니니, 사물(物)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사물도 그저 사물이 아니니, 사람이 아닌 사물이 어디 있는가? 하물며 사람으로서 사물이 아닌 자가 어디 있으리오? 나는 영물이다. 사물도 조금은 나다. 나와 섞여있다. (사물이) 눈에 익어서 잊어버렸으니, (사물과 내가) 둘이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 여곤(呂坤, 1536-1618), 1580년[1] 견물(見物)에 붙인 서문

옛 중국의 글은 위대한 3대 개념인 천지인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많다. 우주의 모든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궁극적으로 물(物)이었지만, 사물의 가장 완성된 형태였다. 인간은 바로 하늘의 구조를 내포하고 개괄하는 존재였다. 근세에 들어서자 영물의 자연물-화(化)라는 경향이 이 점에 대한 학술적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여곤은 명나라(1368-1644) 말기에 사람의 특성과 본성을 우주 속의 사물들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개념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글을 저술한 수많은 학자들 중 하나였다. "조물자의 한 차례 풀무질로 만 가지 족속을 각각 얻었다. 사람과 사물은 둘인걸까? 사람이 제 스스로 사물과 담벼락을 친 것이다." 사람을 자연물로 보는 문제는 16세기 본초서와 자연사 문헌에 상당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람은 물건일까? 동물일까? 어느 쪽이든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경계지어야 하는 걸까? 본초학자들은 이와 같은 질문군에 답하기 위해 야녀(野女), 빅풋 같은 존재, 괴물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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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래에 써있듯이 만력 신사 7월이라고 되어있는데, 만력 신사년은 대개 1581년으로 알려져있다. 적륜님 도움! 


원문 출처: Carla Nappi, "On Yeti and Being Just" in Aaron Gross and Anne Vallely, eds., Animals and the Human Imagination: A Companion to Animal Studie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2),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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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한다’는 의미의 품()은 관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 기준에 따라 사람을 품계(品階)로 구분해야 했던 필요성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물건을 품평하기 전부터 사람은 이미 품평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Craig Clunas, Superfluous Things: Material Culture and Social Status in Early Modern China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04),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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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8/04/10 11:10 # 답글

    만력신사년이면 만력9년이니까 1581년이 맞겠죠.
  • 남중생 2018/04/10 14:09 #

    히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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