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베트남 신화는 악어 숭배에서 나왔을까? [특집]양자 악어 이야기

Liam Kelley 교수님의 Âu Cơ and Crocodiles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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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과... 악어... (아니다!)

구희(嫗姬)와 악어

고웅징(高熊徵, 1636-1706)이 쓴 안남지원(Annan zhiyuan/An Nam chí nguyên 安南志原)은 전근대 베트남사에 있어 중요한 자료인데도 극소수의 학자만이 활용해왔다. 그리고 안남지원을 활용한 경우에도 최소한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17세기에 안남지원을 편찬한 고웅징은 중국인으로, 명나라가 베트남을 정복했을 당시(~1407-1427)에 얻은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는 향토사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포함된 정보는 종종 독특하고 매우 흥미롭다. 

다음 구절을 보자. 악어에 대한 구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트남에서 사람들이 악어에 대해 한 말을 실은 구절이다. 필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마지막에 악어가 알을 여러 개 낳는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알에서 새끼가 부화한 뒤, 일부는 물 속으로 내려가고 나머지는 뭍 위로 오른다. 이는 구희와 100명의 아들 이야기와 몹시 유사하게 들린다.

해당 구절을 인용하자면,


신평부(新平府)와 순화부(順化府)[1]에는 악어가 있다. 모양은 교룡(蛟) 같고, 길이는 두 장(丈) 남짓이다. 가장 힘이 세다. 사람이 물을 건너면 꼬리로 낚아채 사로잡은 뒤 삼킨다.[2]

옛날에는 사람이 줄곧 악어에게 끌려갔다. 악어에게 끌려간 사람이 손으로 악어의 목구멍을 조르면 삼키지를 못하니, 마침내 놓아주어 죽음을 면한다. 

비바람이 올 때마다 악어가 강 위로 떠오른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를 구경한다.

악어는 매번 수십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는다. 배가 성숙하면, 물에 내려가는 녀석은 악어가 되고, 물가에 오르는 녀석은 기묘한 뱀이 된다. 어떨 때는 그 어미가 새끼를 잡아 먹어 번성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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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화현, 순화부, 혹은 순주(順州)와 화주(化州). 
새로이 평정한 (新平) 곳과 마찬가지로 안남 왕국이 새로이 점령한 지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악어는 전근대 안남 영토의 최남단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또한 화주(化州) 사람을 시켜 악어를 실어 와 풀어놓았다."  (대월사기전서, 1363년 기록)
"화주는 오늘날 후에(Huế) 근처다. 당시에는 쩐 왕국의 최남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어를 남쪽지방에서 수도로 가져오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이었다." 

[2] 타치바나 난케이(橘南溪)의 서유기 中 "타룡" 기사 참조.

薩州硫黄が島の海中に、時々鼉竜出ず。其形今世に絵にかける竜のごとくにて口大なり。長さ壱丈弐丈のものも有り。甚だ猛烈なるものにして、人を見ればすなわちくろう。島にても甚だ是をおそるという。

사츠마 이오가시마(硫黄が島)의 바다 속에서때때로 타룡()이 나온다그 모양은 요즘 그림에 그려진 용 같이 입이 크다길이는 한 장(丈)에서 두 장이 되는 것도 있다. 몹시 맹렬해서사람을 보면 곧 잡아먹는다섬에서도 이것을 몹시 두려워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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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Liam Kelley 교수님께서는 이 글에서 평소와 다르게 민족주의적인 논리를 쓰고 계시다.

안남지원의 정보는,
현전하지 않지만 굉장했다고 전해지는 백과사전 "영락대전"의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화(sinicized)"되지 않은 고유의 
향토사료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원문 게시물의 댓글란에서 Kelley교수님이 더 부연하셨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시대를 앞서간 송나라의 천재, 심괄이 쓴 몽계필담을 보자.
(화석, 종유석, 토네이도 등을 중국에서 최초로 기술한 책이다)

영표이물지(嶺表異物誌)에는 악어가 몹시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나는 어린 시절 민 땅(閩中, 복건)에 갔는데 당시 조주(潮州) 지사 왕거직(王舉直)이 악어 한 마리를 낚았다. 그 크기가 배 한 척 만했는데, 그림으로 그려놓고 스스로 서문(序)을 그 아래에 써놓았다. 대체로 그 모양은 타룡(鼍)과 같았는데, 다만 주둥이 길이가 그 몸뚱이와 같았다. 어금니는 톱니 같았다. 노란색(黃)과 푸른색(蒼) 두 색으로 되어있었는데, 혹은 때로 하얀 녀석도 있었다. 꼬리에는 세 개의 갈고리가 달렸는데 극히 날카로워서 사슴이나 돼지를 만나면 곧 꼬리로 이를 꿰차고 잡아먹는다. 알을 몹시 많이 낳아서 (그중) 물고기가 되는 것도 있고, 타룡이 되는 것도 있으며, 자라(黿)가 되는 것도 있다. 그중 악어가 되는 녀석은 1~2할에 지나지 않는다. 토인은 갈고리를 개돼지[1]의 몸에 설치하고 뗏목에 태워 흘려보내면 물 속에서 악어가 이를 먹고는 죽는다. 
(심괄, 몽계필담, 11세기 후반)

[1] 犬豕. 큰 돼지(大豕)라고 되어있는 판본도 있다. 

[원문]
嶺表異物誌記鱷魚甚詳予少時到閩中時王舉直知潮州釣得一鱷其大如船畫以為圖而自序其下大體其形如鼉但喙長等其身牙如鋸齒有黄蒼二色或時有白者尾有三鈎極銛利遇鹿豕即以尾㦸之以食生卯甚多或為魚或為鼉黿其為鱷者不過一二土人設鈎於犬豕之身筏而流之水中鱷尾而食之則為所斃



50/50으로 나뉜다고는 안 되어있지만, 적어도 송나라(그것도 북송) 때 이미 악어의 여러 알이 다양한 생물로 변한다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심괄은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을까요? 영표이물지라는 책일까요?

사실, 영표이물지라는 책의 존재는 불확실합니다.

한국교통대학교 박영록 교수의 2014년 논문을 보면, 영표록이(嶺表錄異)와 영남이물지(嶺南異物志)라는 두 권의 책이 있으며,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명으로는 《嶺表錄異》 외에 《嶺表錄》,《嶺表記》,《嶺表異錄》,《嶺表錄異記》,《嶺南錄異》 등의 여러 명칭이 있었으나, 취진본과 사고본에서는 《唐書ㆍ藝文志》의 기록에 따라 《嶺表錄異》라 하였다. 노신의 교감에 의하면 《嶺南異物志》35)라는 서명도 보인다고 하고 있으나, 《嶺南異物志》는 唐代 孟琯의 저작으로 알려져있는 별개의 저서이므로, 《嶺表錄異》와 다른 책이며, 《嶺表錄異》와 《嶺南異物志》에 유사한 기록이 존재했던 듯하다. 孟琯은 新舊의 두 《唐書》에 개인 傳이 없고 사적이 여러 문헌에 산견될 따름이라 생몰년이 명확하지는 않다. 805년에 韓愈가맹관에게 보낸 詩가 있으며, 元和5년(810년)에 진사에 급제하였고, 그 뒤 長安縣令이 되었다가 文宗 大和9년(835년)에 梧州 司戶參軍으로 좌천된 기사가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8세기 말에 태어나 9세기 중엽까지 활동한 사람으로 보인다. 맹관이 오주로 좌천된 이후의 사적은 기록에 보이지 않는데, 《新唐書ㆍ藝文志》에 “孟琯, 《嶺南異物志》一卷”의 기록이 있으며, 그 외에 《崇文總目》, 《通志ㆍ藝文略》,《玉海》 등에 이에 대한 기록이 있어 송대에까지 《嶺南異物志》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36) 《嶺南異物志》는 陳尙君(2006)의 부록 “孟琯《嶺南異物志》輯存”에 모두 31편이 집록되어 있다. 좀 더 고찰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상과 같이 《嶺表錄異》와 《영남이물지》는 일단은 다른 책으로 봐야 하는데 노신이 《영표록이》와 《영남이물지》를 같은 책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신의 교감기에 대해고찰한 여러 편의 논문 중 어디에서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루쉰이 저렇게 교감을 한 이유도 있을테고, 박영록 교수가 참조하지 않은 심괄의 몽계필담 기사를 보면 영표록이(嶺表錄異)와 영남이물지(嶺南異物志)의 끔찍한 혼종, 영표이물지 같은 제목의 책도 유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일단 영표록이의 기사를 보죠.


악어. 그 몸은 황토색이고, 네 다리가 달렸고, 꼬리의 형상은 타룡(鼉)과 같고, 행동거지가 재빠르다(趫疾). 입 안에는 톱니가 빽빽하고, 왕왕 사람을 해친다. 남중(南中)에는 사슴이 많은데, 이 악어를 가장 무서워한다. 사슴이 물가 벼랑으로 달려 올라가면, 악어떼가 그 밑에서 울부짖는다. 사슴이 겁에 질려 벼랑에서 떨어지면, 많은 경우 악어가 받아먹는다. 이 또한 만물(物)이 서로 섭리에 복종하는 것이다. 고(故) 이 태위 덕유(李太尉德裕)는 조주(潮州)의 관리로 강등당해, 악어 강(灘)을 지나는데, 배가 부서지는 바람에, 평생 보물처럼 아낀 고서와 그림을 일시에 물에 빠트려버리니, 이윽고 배 위의 흑인 노예(昆侖)를 시켜 건져내도록 하였는데, 악어가 극히 많은 것을 보고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니, 이는 곧 악어의 소굴이었던 것이다. 

  鱷魚,其身土黃色,有四足,修尾形狀如鼉,而舉止趫疾,口森鋸齒,往往害人。南中鹿多,最懼此物。鹿走崖岸之上,群鱷嗥叫其下,鹿怖懼落崖,多為鱷魚所得,亦物之相攝伏也。故李太尉德裕貶官潮州,經鱷魚灘,損壞舟船,平生寶玩古書圖畫一時沉失,遂召舶上昆侖取之,但見鱷魚極多,不敢輒近,乃是鱷魚窟宅也。
(영표록이, 10세기 초)

흐음... 타룡과 닮았고, 이빨이 톱니 같이 촘촘하다거나 사슴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거칠게 겹칠 뿐, 알 낳는 이야기는 없네요.
물론 심괄이 악어의 땅, 조주(潮州)를 방문했다가 직접 들은 것일 수도 있으니 여전히 월인(비엣 민족)의 향토 문화였을 가능성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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