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락룡군과 구희의 애정 도피 행각?? [영남척괴열전]

Liam Kelley 교수님의 Lạc Long Quân and Âu Cơ Eloped??을 번역합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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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룡군과 구희의 애정 도피 행각??


15세기 이야기 모음집 영남척괴열전을 보면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수중 궁궐에 사는 신화 속 인물 락룡군(貉龍君)과 그의 여성 "파트너"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중국"이라고 부르는) 북방의 황제 제래(帝來)가 락룡군이 사는 지역 근처를 순방했을 때, 그는 딸[1] 구희(嫗姬)를 데려왔다. 락룡군은 구희를 보고 퍽 맘에 들어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 둘 사이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사실, 100명이나 낳았다. 아들만 100명. 그것도 한꺼번에 (알주머니에 든 100개의 알이 부화해서 100명의 아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아들 중 한 명은 웅왕(雄王)이 되어 새 왕조의 창시자가 되었다.  



이 둘이 함께 왕을 낳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락룡군과 구희 사이는 정확히 어떤 관계였을까? 15세기에 쓰인 편년체 정사, 대월사기전서(大越史記全書)는 락룡군이 구희에게 장가들었다(娶)고 기록했다.

그러나 영남척괴열전(嶺南摭怪列傳)은 상당히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희의 용모가 빼어남(奇偉)을 보고 (락)용군은 기뻐했다. 곧 잘생긴 젊은이(好兒郎)로 변신했는데, 풍채(豐姿)가 수려했다. 전후좌우(左右前後)에 시종이 따라붙어, 행차하는데 노래를 부르고 북을 치고 나팔을 불었다. 가짜로 궁궐을 세웠다.[2] 구희는 용군을 기꺼이 따랐고, (이 둘은) 용대암(龍岱巖)에 숨었다. 

(見嫗姬容貌奇偉,龍君悅之,乃化作好兒郎,豐姿秀麗,左右前後侍從者眾,行歌鼓吹,虚建宮中。嫗姬悅從龍君,藏於龍岱巖。)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그건 "장가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여자를 "꼬셔서/속여서" 도망간 것이라고 하겠다.


18세기 들어, 오시사(吳時仕, 1726 - 1780)는 두 기록 간의 차이를 본 뒤, 대월사기전서의 저자 오사련(吳士連)이 정보를 윤색했다고 결론지었다. 오시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사관(오사련)은 이 일을 감추고는, (락룡군이) 제래의 딸에게 장가갔다고 말하였다. 정분이 났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추잡한 행위(鳥行)를 이야기하자니, 마찬가지로 말할 수 없어,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 것이다.
(史氏諱其事,言娶帝來女,耻鶉奔而談鳥行,均不可道,不如闕之。)

필자가 "정분이 났다"이라고 번역한 "순분(鶉奔)"은 시경에 실린 시 한 구절(詩, 墉風, 鶉之奔奔)을 언급하는 것인데, 직역하자면 "메추리는 쌍으로 달아나고(鶉之奔奔)"라고 되어있다. 

성리학자 주희는 메추라기가 "쌍으로" 달아났음을 강조함으로써 이 싯구에 도덕적으로 좋은 의미를 부여했다.[3] 19세기에 제임스 레게(James Legge)[4]는 주희의 해석을 따라, 이 싯구를 "메추리가 짝 지으니 끔찍이도 정조 있구나(Boldly faithful in their pairings are quails.)"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순분(鶉奔, 메추라기가 달아나다)"라는 말은 계속해서 "정분이 났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유지했다. 그리고 오시사는 락룡군과 구희가 저지른 일을 묘사할 때 이런 의미로 순분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그래서 락룡군과 구희는 바람이 나서... 아들을 100명이나 낳았다... 용대암에서의 생활이 꽤 좋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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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켈리 교수님은 "아내(wife)"라고 썼는데, 영남척괴열전을 보면 분명 "사랑하는 딸 구희(愛女嫗姬)"라고 되어있다.
"이에 제래는 사랑하는 딸 구희(嫗姬) 및 시종과 시비(侍婢)들을 행재(行在)에 남겨 둔채 천하를 두루 다니며 널리 형세를 살폈다." (박희병 역,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pp. 18)

[2] 거짓으로 궁궐을 세웠다(虚建宮中)는 내용은 켈리 교수님의 번역에 없다. 또한 해당 내용은 영남척괴열전의 국역본,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에도 나오지 않는다. 영남척괴열전에는 여러 이본이 있다. 
나는 이 "거짓으로 궁궐을 세웠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확실히 해놓는다.

[3]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 유럽의 신학자들도 똑같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으니...

[4] 중국의 고전을 영어로 번역해서 출간한 스코틀랜드 출신 홍콩 선교사. 
태평천국의 난을 주도한 홍수전의 사촌 홍인간(간왕, 干王)이 홍콩에 피난해 있을 동안 그 밑에서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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