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8세기 조선의 해양기담 취미: 윤기봉의 편지, 정감록 그리고 유만주 용틀임하는 동아시아 근세

저는 지난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조국에 편지를 띄운 복건 번왕의 사촌, 윤기봉
오삼계의 군중에 숨었다가 배편으로 편지를 보낸 오 학사
조선을 전복하러 오는 해도진인 정도령

조국을 잃은 사람들과
정신적 조국(명 제국)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해양과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극적인 재회와 복수 이야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윤기봉과 삼학사를 둘러싼 일련의 위조문서 사건과 뜬소문을 그저 해프닝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삼학사의 생사에 관한 진위가 밝혀진 1790년 직전까지도 삼학사와 삼번의 난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중구난방으로 나와 유통되고 있던 것을 보았는데요. 
(‘홍충정유산기(洪忠正遊山記)’같은 위작(僞作)을 포함해서 말이죠.)

저는 이 현상이 당시 18세기 후반 조선의 "해외 기담" 혹은 "해양 기담"에 대한 수요를 반증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박지원의 허생전(그리고 허생별전)이 있을테지만,
프로日記러 유만주도 있습니다!

"유만주는 중국 및 우리 나라의 소설을 다독하고 비평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직접 여러 종의 소설 창작과 편찬을 구상하기도 했다.
즉, 秦나라의 서불이 불사장생약을 구하러 간 내용의 "徐巿入海記"(1782.5.14), 신선에 대한 이야기인 月地傳奇(1782.10.6), 別本神仙傳(1784.1.23) 같은 소설들을 직접 짓고자 하였으며 (어쩌면 실제 지었을 수도 있다),"
(김영진, 유만주의 한문단편과 기사문에 대한 일고찰, 2000)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서불입해기(徐巿入海記)도 읽고 싶어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해양 어드벤처! 느낌이 팍팍나지만,
그것보다도 월지전기(月地傳奇)?! 지금 홍대용 팬이었던 유만주한테서 18세기 조선 SF의 가능성을 엿본건가요?
유만주 씨... 어째서... 이런 소설들을 남기지 않은거에요ㅠㅠ


▲서울역사박물관의 작년 1784, 유만주의 한양 전시 中 뜻밖의 "세류도우수
(그나저나 유만주는 제주랑 서수를 안 헷갈린건가...?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의외;;)

당시 조선에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던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감록도, 윤기봉의 편지도, 서불입해기도 모두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해양 어드벤쳐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만주와 소설 낭독 그리고 아가씨...에 대해서는 유만주의 흠영과 "낭독회" 포스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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